쥘 비앙키
Jules Bianchi.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 출신으로 F1 데뷔 후 꼴찌 팀 마루시아에 처음으로 포인트를 안겨주면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 이후로 페라리 시트는 따논당상이라고 모두들 생각했지만 한 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결국 아일톤 세나 이후 최초로 경기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F1 드라이버가 되었다.
운명의 그날. 2014년 10월 5일에 개최된 일본 그랑프리. 태풍 접근으로 비바람에 부는 가운데 열린 레이스는 힘겨운 날씨 사정으로 사고가 잇따랐다. 43랩 째, 컨트롤을 잃은 비앙키의 차량이 트랙을 이탈해서 그라벨 트랩으로 돌진했다. 사실 이것만이라면 그날 있었던 흔한 사고 가운데 하나였는데... 하필 그라벨 트랩에는 트랙터 한 대가 비슷한 지점에서 트랙을 이탈해 타이어월을 들이받은 아드리안 슈틸의 차량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비앙키의 차량은 비스듬하게 트랙터로 돌진했다. 트랙터의 차제와 지면 사이 간격이 상당히 컸고, 프론트 노즈는 그 안으로 쑥 들어가벼리는 바람에 차량의 속도가 별로 줄지 않은 상태에서, 비앙키의 머리가 트랙터 아랫 부분을 들이받았다. 의식을 잃은 그는 곧바로 메디컬센터를 거쳐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원래대로라면 헬리콥터로 후송되어야 했지만 악천후 때문에 앰뷸런스 편으로 병원까지 후송되었다. 검사 결과 가장 좋지 않은 병명을 진단 받았다. 미만 성축삭손상. 두개골 안에서 뇌가 회전하면서 바깥과 안쪽의 밀도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한 것으로, 뇌세포와 신경들이 마구 뒤틀리게 된다. 일단 혼수상태는 기본이고 90%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의식을 되찾은 10%도 영구적인 뇌기능 손상을 안게 된다. 비스듬하게 부딪치면서 측면으로 충격을 받은 것이 이와 같은 치명상을 낳은 것으로 추정된다.
비앙키가 숨진 후 처음으로 열린 F1 경기인 헝가리 그랑프리에서는 그리드에서 드라이버들이 원을 그리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그를 추모했다. 스크럼 안에는 드라이버들의 헬멧이 바닥에 놓여 있었고, 비앙키의 헬멧도 그 가운데에 있었다. 스크럼을 푼 드라이버들이 하나 하나 자신의 헬멧을 집어들고 나서 비앙키의 헬멧은 잠시 트랙 위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