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노트
Let's Note
일본 파나소닉에서 만드는 노트북 컴퓨터 브랜드. 일본어로는 レッツノート로 표기하며, 렛츠노―토 정도로 읽힌다.
내수를 위주로 하고 있고, 수출도 하긴 하지만 북미와 유럽 일부 정도에만 출시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 반면 일본에서는 비즈니스 노트북의 대명사다. 비즈니스맨들 중에 레츠노트 쓰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공항 같은 곳에 가 보아도 레츠노트를 펼쳐놓고 일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에 레츠노트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공항이었다고 한다. 공항에서 비즈니스맨 두 명이 어느 노트북이 더 낫냐를 두고 이야기를 하는데 결론은 '가벼운 것'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힌트를 얻어서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가볍고, 배터리 오래 가는 놈을 만들어보자, 해서 탄생한 게 레츠노트.
일본 회사의 한국 법인에서 일하는 일본인들 중에도 레츠노트 쓰는 사람들이 많다. 해외에는 터프북(Toughbook)이라는 이름으로 수출된다. 일본에서는 극한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러기드 노트북만 터프북으로 나오지만 해외에서는 레츠노트도 터프북 브랜드를 공유하는 것.
한국에도 터프북이 수입되기는 하는데 레츠노트 제품군이 아니라 산업용 러기드 노트북만 수입되고 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거의 레어 아이템인데, 그래도 극소수 골수 빠들은 있어서 일본에 가서 사오거나 구매대행으로 사오거나 한다. 과거에 몇 차례 정식 수입이 시도된 적이 있었고, 그로베스트란 곳에서 2000년대 초반에 딜러 계약을 맺고 잠깐 수입을 한 적이 있었지만 한글화가 되지 않은 내수용 모델을 그대로 수입했다가 얼마 못 가서 중단하고 말았다.
장점
모델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막강한 배터리 성능
특히 S 계열 노트북은 정말로 괴물 같은 배터리 시간을 자랑한다. 과거 JEITA 1.0 방식으로 측정한 배터리 구동 시간은 무려 30시간. 이 방식이 실제 사용시간과는 너 무 동떨어져 있다는 뻥연비 지적이 많아져서 최근에는 노트북 회사들이 JEITA 2.0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걸로도 20시간이 나온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배터리로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실제 사용시간은 화면 밝기나 CPU, HDD(또는 SSD) 사용률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대략 써보면 JEITA 2.0의 3분의 2정도는 나오니까 12시간 이상은 충분히 버틴다.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손잡을 정도로 파나소닉이 배터리 기술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데 그 장점을 잘 활용하는 듯.
다만 배터리 수명 연장을 위해서 ECO 모드를 켜 놓으면 80%까지만 충전된다. 평소에는 ECO 모드를 켜 놓았다가 외부 활동으로 장시간 배터리를 써야 할 일이 있을 때에만 ECO 모드를 끄고 100% 충전하는 게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가볍다
이제는 레츠노트보다 더 가벼운 것들도 있지만 DVD/블루레이 드라이브를 내장하고도 1kg 초반 나오는 노트북은 파나소닉이 거의 독보적일 정도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 DVD의 활용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DVD로 영화를 보거나 옛날에 백업해 놓은 자료를 보거나 할 때에는 당연히 편리하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터넷이 후져서 뭐든 다 네트워크로 할 수 있는 게 아녜요. 드라이브를 열면 키보드 아래 팜레스트가 위로 툭! 열리는 구조의 광학 드라이브는 무게와 공간을 절약하기 위한 설계로, 처음 등장했을 때는 화제도 많이 끌었고 레츠노트의 특징 중 하나로 여겨졌지만 SX 시리즈를 끝으로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광학 드라이브는 전부 트레이 방식을 쓴다. 어쨌거나 울트라북 시대에 이 장점은 많이 퇴색되긴 했다.
튼튼하다
울트라북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벼운 쪽으로는 상향 평준화가 되었고 배터리 시간 격차도 줄어들었지만, 가볍고 배터리 오래가고 튼튼하기까지 한 건 정말로 레츠노트가 독보적이다. 아무래도 가볍고 날씬하게 만들다 보면 뭐든 얇고 조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충격을 비롯한 각종 스트레스에 약해진다. 그냥 가방에 넣고 다니면 여기 저기 흠집이 가고 깨지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꼭 떨어뜨리지 않더라도 만원 지하철에서 시달리다 보면 짜부 되기 십상이다. 가지고 다니기 좋기 때문에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쓰는 건데 깨질까 겁나서 쿠션이 듬뿍 든 노트북용 가방을 쓰고 파우치를 쓰고 애지중지해야 한다.
레츠노트는 처음에 보면 요즘의 얄쌍한 울트라북들과 비교해서 투박한 모습 때문에 잘 이끌리지 않지만 이게 철저하게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설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굴곡이 져 있는 상판이 레츠노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동차 보닛의 구조를 응용한 것으로 얇게 만들면서도 100kg 압력까지 버틴다. 즉 사람이 위에 올라타도 액정이 안 깨진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어느 한 곳에 100kg를 빡 주면 깨지는 거고, 상판 전체에 100kg 압력을 가했을 때에도 멀쩡하다는 뜻. 아무튼 어지간히 손이 험한 사람 손에 들어가도 잘 버틴다. 일본 바깥에서 터프북이라는 이름을 쓰는 게 그냥 말만 그런 게 아니다.
단점(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보수성
유행에 굉장히 보수적이다. 비즈니스 노트북이라는 콘셉트는 단순히 비즈니스맨에게 어필하기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고도, 비즈니스맨들에게 크게 도움 안 되는 기능은 빼버린다는 개념도 있다. 노트북들이 16:9의 HD 화면으로 갈 때 레츠노트는 한동안 구형 4:3을 고집했다. 비즈니스에는 별 필요 없다는 게 이유. 특히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4:3으로 만드는데 16:9가 뭔 필요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HD가 대세가 되고 파워포인트도 16:9를 기본으로 지원하다 보니 레츠노트 모델도 하나 둘 16:9로 갈아타서 이제는 모든 모델이 16:9다.
보수성이라는 면에서 아직도 확실하게 고집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스피커다. 모든 제품군이 단 한번도 스테레오 스피커를 장착한 적이 없다. 심지어 가장 큰 14인치 모델인 LX조차도 모노 스피커다. 이쯤 되면 거의 똥고집이다. 음량도 크지 않다. 스피커로 음악이나 영화 사운드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한테는 짜증나는 대목. 액정 화면도 그리 좋은 평가는 못 받는 편이다. 과거보다 그래도 많이 나아진 거고, X나 Z가 붙지 않는 한글자짜리 모델 라인업 시절에는 정말 화면 밝기가 칙칙했다. 장시간 배터리, 가벼움, 튼튼함, 딱 이 세 가지로 승부를 걸고 그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기능들은 아무리 유행이라도 안 따라가는 보수성이 레츠노트를 비즈니스 노트북이라는 입지를 확실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얄쌍하고 화려한 거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은 투박하고 비싼 데다가 멀티미디어 기능이 별로인 레츠노트를 별로 안 좋아한다.
부실한 번들 소프트웨어
번들 소프트웨어가 좀 부실한 편이다. 역시 이것도 거의 철저하게 비즈니스 노트북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지라, 웬만한 노트북 회사들은 멀티미디어 관련 소프트웨어 같은 것들을 번들로 제공하는데 이런 거 없고 거의 철저하게 자잘한 유틸리티 위주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상위 모델에만 번들로 들어간다.
라인업
2016년 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라인업을 내놓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바일
이 라인은 액정을 360도 젖혀서 태블릿처럼 쓸 수 있으며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
RZ
10.1인치 화면을 장착한 노트북으로 레츠노트 중 가장 작으며, 유일하게 광학 드라이브를 내장하고 있지 않은 노트북이다. 주로 여성층을 겨냥하고 있다.
MX
12.5인치 노트북으로 하이브리드인데도 광학 드라이브, 심지어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내장하고 있다. 광학 드라이브가 없었던 AX와 바톤터치한 모델.
전체 제원으로 본다면 노트북과 태블릿의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는 데다가 가격도 가장 비싼 모델이지만 의외로 평이 좋지 않다. 가장 까이고 있는 게 키보드. SZ보다 더 크면서도 키보드를 너무 조밀하게 만들어서 타이핑하기 불편하다. 게다가 아이솔레이션 키보드라 키의 크기나 더더욱 작아진다. 특히 가장 아랫줄 오른쪽 키들이 애물단지. 일본 키보드 특유의 레이아웃 때문에 쉼표와 마침표, 슬래시와 백슬레시 키가 너무 자잘하고 다닥다닥하다. 폭이 다른 키의 반밖에 안 되는지라 타이핑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잘 안 쓰는 키라면 모르겠지만 쉼표나 마침표, 슬래시 같은 것들은 엄청나게 자주 쓰고 프로그래머라면 백슬래시 키도 많이 쓰게 되어 미칠 지경. 다른 모델들은 방향키를 조금 아래로 내려서 공간을 확보하는데 MX는 이렇게 하지도 않아서 팜레스트는 광활한데 키보드는 다닥다닥하다. 손이 큰 사람들은 특히 못해먹을 지경이라 따로 키보드를 가지고 다니든지 해야 할 판. 키감도 SZ에 비해 뻑뻑해서 손이 금방 피로해진다. 그래서 터치스크린 달아 놨잖아요. 터치하세요. 타이핑 하지 말고.
크리에이티브 모바일
이 라인은 액정을 180도까지 젖혀서 쓸 수 있으며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는다.
SZ
12.1인치 화면의 노트북으로 파나소닉에서 가장 주력으로 밀고 있는 S → SX의 후계 모델로 2015년 가을에 등장했다. 레츠노트의 비즈니스 노트북 포지션에 가장 어울리는 모델이기도 하다. 무려 20시간이나 되는 배터리 성능(옛날 측정방식으로는 30시간이 넘어간다)과 편리한 휠 패드와 같은 레츠노트의 특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레츠노트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였던 위로 열리는 광학 드라이브는 SZ에 들어와서 트레이 방식으로 바뀌었다.
LX
14.0인치 화면의 노트북이다. 레츠노트 중 화면이 가장 크다. 광학 드라이브 트레이가 앞쪽으로 나오는 MX, SZ와는 달리 옆쪽으로 나온다. 이 정도 덩치가 크면 내부 공간도 넉넉하니 뭔가 여러 기능들이 많게 마련인데 그런 거 없고, 심지어 스피커조차도 모노다.
커스터마이즈
파나소닉스토어에서 커스터마이즈 버전을 판다. 과거에는 레츠클럽에서 팔았는데 지금은 파나소닉스토어로 통합되었다. 오프라인에서는 팔지 않고 온라인 주문만 할 수 있다. 일반 판매 모델보다 CPU를 비롯한 몇 가지 성능이 좋다. 버전이 여러가지 있어서 램이 8GB → 16GB이거나, SSD가 256GB → 512GB이거나 하는 식으로 여러 가지 업그레이드된 모델을 갖추고 있다. 특히 고성능 제원을 갖춘 것에는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성능 말고도 키보드를 영문 키보드로 바꾼다든가, 상판 색깔이나 패턴을 바꾼다든가, 이름을 새겨넣는다든가 하는 스타일 교체도 가능하다. 대신 가격은 왕창 뛰어서 일반 판매 모델보다 100만 원 이상 비싼 것도 있다. 원래 레츠노트 자체가 비싼데 파나소닉스토어 판매 모델로 가면 가격이 뛰고, 특히 프리미엄 모델로 가면 30만엔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에서 쓰려면
레츠노트는 내수 위주이고 해외에도 일부 나오기는 하지만 구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가 라인업도 적고 신모델 출시도 늦다. 내수용을 구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 운영체제가 일본어다. 한국어로 바꾸어야 한다. 윈도우 7까지는 얼티미트 버전만 인터페이스의 언어 변경을 지원했으므로 한국어판 윈도우를 구해서 깔아야 했지만 윈도우 8부터는 어느 버전이든 언어 변경을 할 수 있게 되어 이 문제는 좀 나아졌다.
- 번들 유틸리티도 기본이 일본어다. 윈도우 인터페이스를 한국어로 바꿔 놓으면 일부 유틸리티는 영어 인터페이스로 바뀌지만 일부는 그대로 일본어가 나오거나 글자가 깨져서 나오기도 하고, 일부는 아예 설치가 안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일본어 상태에서 번들 설치를 다 해 놓고 인터페이스를 한국어로 바꾸는 게 좋다.
- 키보드 레이아웃이 일본어이므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숫자키 + 시프트키를 눌렀을 때의 기호의 배열이 다르고, 중괄호/대괄호 키, 백슬래시 키를 비롯한 몇몇 키의 위치가 다르다. 블라인드 타이핑에 익숙하지 않으면 엄청 헷갈린다.
- 고장이 났을 때 서비스가 무지 힘들다. 구매대행을 통해 샀다면 보통 1년까지는 무상으로 처리해 주는데 이것도 수수료만 안 받는다 뿐이지 왕복 운송료와 파나소닉의 수리비는 물어야 한다. 1년이 지나면 구매대행 업체의 수수료도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