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real 기름, 진짜 기름.
참깨를 짜서 만든 기름. 자매품으로는 들기름이 있다. 참깨를 볶은 다음 압착해서 짜낸다. 바짝 볶을수록 안에 있던 기름이 액체화되고 점도도 낮아지므로 기름이 더 많이 나오지만 산가가 높아지고 향미도 열로 죽어서 품질은 떨어진다. 반대로 살짝만 볶거나 안 볶으면 향미도 좋아지고 산가도 높아져서 품질은 좋아지만 추출량은 푹 떨어진다. 질 낮은 참기름은 거의 태울 정도로 볶아서 색깔도 거무스레하고 탄내가 날 정도다.
식용유의 일종이지만 요리에서 식용유가 쓰이는 본연의 임무, 즉 튀기거나 볶을 때 재료가 들러붙지 않게 하는 용도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일단 비싸기도 하거니와 특유의 고소한 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쓰면 오히려 요리를 망친다. 일종의 향신료 개념으로 쓰인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개념. 향신료 개념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한국음식에서 가장 즐겨 쓰이는 향신료 중 하나로 나물이나 잡채와 같은 무침을 할 때 향을 주기 위해서 살짝 넣는 게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 볶음이나 국물 요리를 할 때에도 역시 고소한 향을 주기 위해 약간씩 넣는다.
국산 참깨를 쓰기에는 너무 비싸고, 시중에 유통되는 것들은 보통 중국이나 인도산 참깨로 짠 것들이다. 요즘은 원산지 표기를 정확히 안 하고 그냥 수입산 100%라고 써 있는 것들도 있다. 국산 참기름도 있긴 있다. 단 가격은 서너 배 비싸다. 유기농까지 가면 말도 하지 말자.
옛날 방앗간에서는 쌀가루 빻고 떡 만드는 것 말고 또 하나의 주 수입원이 참기름이나 들기름 짜는 것이었다. 참기름 하면 빈 소주병에 들어 있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게 흔히 말하는 방앗간 참기름. 기름을 짜내고 남은 단단한 덩어리를 깻묵이라고 한다. 먹지는 못하고 낚싯밥으로 많이 쓰인다.
한국 말고도 아시아권에서는 즐겨 쓰이는 식용유인데 역시 대체로 향신료 개념으로 쓰인다.
민간요법 중에는 개고기에 참기름을 붓고 푹 고은 다음, 차게 보관했다가 조금씩 꺼내서 데워 먹는 보약이 있었다. 참기름은 줄이고 한약재를 넣어 좀 더 호화롭게 가면 개소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