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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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데치거나 볶아서 만드는 한국의 전통 음식. 볶는 나물은 볶을 때 양념을 하는 것이 보통이고, 데치는 나물은 차게 식힌 뒤 물기를 짜내고 참기름 또는 들기름, 그리고 양념을 더해서 버무려 만든다. 주로 밥반찬으로 먹으며 비빔밥에도 들어간다.

익히지 않고 날것 그대로 버무려서 만드는 것은 보통 나물이라고 하지 않고 무침이라고 한다. 데치는 경우에도 된장으로 간을 하는 것은 무침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봄동된장무침. 다만 넓게 보면 이런 것도 나물 종류로 볼 수 있다. 콩나물 같은 경우에는 고춧가루를 넣기도 하지만 보통은 매운 양념을 하지 않는다. 거의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간장도 쓰는 경우가 드물다. 때문에 한국음식 중에서는 맛이 담백한 편에 속한다. 반면 '무침'이 이름에 들어가는 음식은 고춧가루를 넣어서 매운맛을 주는 게 많다. 오이무침, 달래무침, 골뱅이무침 등등.

채소라면 거의 다 나물로 만들 수 있다. 잎채소나 줄기채소는 데쳐서 무치는 방법으로, 뿌리채소 또는 열매채소는 삶거나 볶는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줄기채소인 데도 볶아서 만드는 고사리나물처럼 예외도 있다. 애호박, 고사리, 시래기와 같은 것들을 말려서 나물을 만들기도 하는데 묵은 나물이라고 부르며 정월대보름오곡밥과 함께 먹는 것이 풍습이다. 큰 양푼에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넣고 고추장 넣고 비비면 최고! 해조류도 나물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가장 잘 알려진 건 미역줄기. 소금, 갖은 양념과 함께 볶아서 나물처럼 해먹는다. 모자반도 식초소금 양념을 해서 무쳐 먹으며 파래 역시 무채를 넣고 새콤하게 무쳐먹긴 하지만 해조류는 나물이라고 부르지는 않고 '무침'으로 주로 부른다.

데치면 영양소 파괴가 별로 없이 식감을 부드럽게 하고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샐러드보다도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데친 나물 만한 게 없다. 금도 많이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가장 건강한 한식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단, 버무릴 때 참기름이 들어가므로 칼로리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소하다고 너무 들이붓지 말자. 칼로리도 그렇지만 텁텁해서 정말 더럽게 맛없어진다.[1] 또한 간을 하는 과정에서 소금이나 간장이 들어가므로 많이 먹으면 역시 염분 과다 섭취 문제가 있다. 듬뿍 먹을 거라면 좀 심심하더라도 간은 싱겁게 하자. 또한 여러 채소가 들어가는 샐러드와는 달리 나물은 보통 한 가지 채소로 만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나물을 만들어서 골고루 먹는 게 건강에는 좋다.

아예 풀 이름에 나물이 들어가는 것도 있다. 취나물[2], 돌나물[3] 같은 것들이 그 예. 꼭 나물로 해먹지 않더라도 녹색 이파리를 따서 먹는 것들 중에 나물로 부르는 것들이 있다. 명이나물은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도 주로 장아찌로 만들어서 먹는다.[4] 어차피 이런 이름들은 관습에 따라 내려오는 거라서 과학적으로 딱딱 구분되는 건 아니다. 개중에는 이름에 '나물'이 들어가는데도 독성이 있어서 나물로 못 먹는 것도 있다. 동의나물은 생김새가 곰취와 비슷해서 종종 잘못 캐먹었다가 배탈 설사와 같은 중독 증상에 시달리는 사례가 봄마다 자주 일어난다.[5] 다만 독을 제거한 다음 한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만드는 방법

손맛 때문에 어려워 보이지만 의외로 만들기 쉽다. 자취생도 만들 수 있다. 만날 라면 같은 것만 먹지 말고 가끔 나물도 해 먹고 그러자.

데치거나 삶아서 만들기

데쳐서 만드는 방법은 주로 잎채소줄기채소에 쓰이는 방법이다. 나물로 많이 쓰이는 채소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콩나물이나 숙주나물뿌리채소지만 주로 삶아서 만든다.[6] 오래 푹 삶지는 말고, 데치는 것보다 좀 길게 3~4분 정도면 된다.

  1. 물을 끓이는 동안 채소를 깨끗이 씻는다. 너무 크다 싶으면 좀 잘라 주는 것도 방법.
  2. 물이 끓으면 채소를 넣고 데친다. 주걱 같은 것으로 잘 뒤적여 주면서 채소가 뜨거운 물에서 숨이 죽도록 만들어 준다.
  3. 채소가 좀 흐느적대고 부피가 줄어들었다 싶으면 불을 끄고 물을 버린다. 데치는 시간은 보통 30초 정도면 된다.
  4. 차가운 물에 씻어준다. 빨리 씻어주면 더 아삭해지고 영양소 파괴도 적다.
  5. 물기를 짜준다. 너무 꽉꽉 짜주지는 말고, 손에 쥐고 한두번 꾹 눌러주는 느낌이면 된다.
  6. 양푼에 담고 소금, 참기름, 다진 마늘을 넣는다. 콩나물에는 파가 들어간다. 참깨를 넣어도 된다. 시금치는 반드시 참깨를 넣을 것.
  7. 조몰조물 잘 버무려 준다. 채소 구석구석에 양념이 잘 배어들도록 버무려 준다.
  8. 끝. 먹으면 된다.

시금치 같은 잎채소는 데친 다음에 한번 꾹 짜줘야 한다.

나물 무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알고 보면 간 맞추는 것만 신경 쓰면 된다. 처음에는 싱겁다 싶을 정도로 적게 넣고, 그 결과를 보아가면서 다음 번에는 양을 조금 늘리는 식으로 자기에게 맞는 간을 찾아보자. 충분히 조물락거려서 간이 고르게 잘 퍼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

참기름은 조금만 넣자. 많이 넣으면 칼로리만 올라가고 텁텁해진다.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콩나물이나 숙주나물을 빼고는 는 넣지 않는 게 오히려 좋다. 마늘이면 충분하다.

볶아서 만들기

뿌리채소열매채소, 묵은 나물은 주로 볶아서 만든다. 다음과 같은 채소를 많이 쓴다.

  • 가지: 길쭉하게 썰어서 볶으면서 양념을 해서 만들거나, 밥 위에 놓고 찐 다음 무치는 방법도 있다.
  • 고사리: 보통 시중에는 마른 고사리로 유통되는데, 물에 충분히 불린 후 삶은 다음 볶아서 만든다. 삶지 않은 고사리는 독성이 있어서 꼭 10분 이상 삶아야 한다.
  • 도라지: 볶지 않고 날것을 쓰려면 매운 양념을 하고, 볶아서 만들 때에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는다.
  • : 이 녀석은 채썬 다음 삶아서 다시 볶는 이단콤보를 쓴다.[7]
  • 애호박

고춧잎이나 취나물처럼 데친 다음 그대로 무치거나 볶는 방식 둘 다 쓰이는 나물도 적지 않다.

  1. 말려서 만든 묵은 나물이라면 먼저 물에 불려야 한다. 고사리, 무 같은 일부 채소는 볶기 전에 삶는 과정을 거친다.
  2.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애호박은 세로로 썰어서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가지는 고기집에서 나오는 생오이당근 스틱 같은 정도 크기로 썰어준다.
  3. 프라이팬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달군다.
  4. 달구어졌으면 채소를 투하하고 소금과 다진 마늘을 넣는다.
  5. 중불에서 볶는다. 타지 않게 3~4분 정도 주걱으로 잘 뒤적여가면서 볶아준다.
  6. 불을 끄고 참깨를 뿌린다.

열매채소라면 양파를 채썰어서 함께 볶아주면 좋지만 도라지 같은 뿌리채소, 고사리 같은 일부 줄기 채소와는 잘 안 맞는다.

그밖에

봄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어린 잎은 부드러워서 먹기도 좋기 때문에 갖가지 봄나물은 봄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한국인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이런 봄나물을 캐는 여인들의 모습은 옛날부터 봄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쓰여 왔다. 17~18세기의 선비 화가였던 윤두서의 그림 '나물 캐는 여인들(채애도)'을 비롯해서 윤두서의 손자인 윤용도 역시 나물 캐는 여인의 그림을 남겼고, 김홍도의 작품도 있지만 전성기 때의 실력에는 한참 못 미치는 범작 취급을 받고 있다. 노래 가사에도 등장하는데, 현제명의 가곡 중에 <나물 캐는 처녀>라는 곡도 있고, 응원가로 널리 쓰였던 <아리랑 목동> 가사에는 '꽃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라는 구절이 있다. 1955년에 음반으로 발매되었던 원곡에는 '남치마 걷어 앉고 나물캐는 아가씨야'라고 되어 있었는데 구전을 통해 가사가 상당 부분 바뀌면서 이 구절도 바뀌었다.

지금에야 봄에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나물을 캐는 모습이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에는 춘궁기에 뭐라도 먹어야 살 수 있었으니 나무껍질이고 풀뿌리고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닥치는대로 캐먹었다. 뮬론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는 거의 도움이 안 되고 소화조차 제대로 안 되는 거였지만 아예 굶는 것보다는 그나마 나았으니... 나물 역시 에너지원으로는 거의 도움이 안 되지만 그거라도 아쉬운 게 보릿고개였다. 당연히 나무껍질이나 풀뿌리보다는 그래도 먹을만 한 것들이고.

지금도 봄이 되면 산이나 들에 나물을 캐러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나물을 캐는 건 엄연한 불법채취고, 국유지나 공공소유지 역시 사전허가 없는 채취는 불법이다. 그러나 특히 나이든 사람들은 그깟 나물 좀 가지고... 하는 식으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소셜 미디어나 동호회에 산나물 캤다고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하는데 빼박 도둑질 인증이다. 아예 불법 채집을 전문적으로 하는 꾼들도 봄이면 기승을 부린다.

전국의 산과 들을 헤집어가면서 나물을 캔다고 난리를 치는 사람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봄마다 캠페인을 벌이고 단속 인력을 투입해서 막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실정이다. 여기에 나물 캐러 지형이 험한 곳에 들어갔다가 조난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서 목숨을 잂는가 하면, 독초를 나물인 줄 알고 잘못 캐먹었다가 중독으로 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옛날에야 살기 위해서 그랬다지만 지금은 산나물을 별미로 먹는 시대다. 얌전히 돈 주고 정당하게 수확한 걸 사서 먹자.[8]

각주

  1. 다만 참기름은 기름 중에서도 나쁜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올리브유보다도 좋은 기름이다. 적당히 먹으면 정말 좋은 기름이다. 어디까지나 적당히! 다만 샐러드 드레싱과 비교하면 참기름은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며, 앞서 언급했 듯이 많이 들어가면 오히려 텁텁해져서 알아서 적당히 쓰게 마련이다. 게다가 비싸기까지 해서...
  2. 정확히는 참취, 미역취, 곰취와 같이 '취'라고 부르는 여러 가지 식물을 아우르는 말로, 종류를 구분해서 부를 때에는 참취, 곰취와 같이 '나물'은 떼고 부르는 게 보통이다.
  3. 돗나물, 또는 돈나물이라고도 부른다.
  4. 원래 이름은 '산마늘'이지만 지금은 명이 또는 명이나물이 더 널리 쓰인다.
  5. 정현정, "독초와 산나물, 혼동하지 마세요!", 2023넌 4월 14일, 산림청 국립수목원
  6. 볶아서 만들 수도 있지만 널리 쓰이는 방법은 아니다.
  7. 채썬 다음 익히지 않고 소금에 절여 고춧가루, 젓갈, 갖은 양념과 함께 버무려 만드는 것은 '무생채'라고 부른다.
  8. 다만 불법 채집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채집한 나물을 시장이나 음식점에 유통시키기도 한다. 나물인 줄 알고 사 먹었는데 알고 보니 장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