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침
식재료에 갖은 양념을 하고 잘 뒤섞어서 양념이 잘 배이도록 한 음식.
식재료에 양념을 넣고 잘 뒤섞는 것을 뜻하는 말로는 '무치다'와 '버무리다'가 있는데 사전에는 이 둘의 차이가 제대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음식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무치다'는 손으로 섞으면서 힘을 주어 쥐듯이 섞어 양념이 재료에 잘 배어들게 하는 쪽이라면, '버무리다'는 손을 사용할 수도 있고 젓가락, 포크, 주걱 같은 도구를 쓸 수도 있으며 재료에 양념이 고르게 잘 묻는 쪽이다. 나물, 무생채와 같은 음식이 '무치다'에 해당한다면 김치, 샐러드는 '버무리다'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개념이 딱부러지게 구분되는 건 아니라서 예를 들어 무침회는 오히려 '버무리다'에 가깝다. '무치다'의 명사형인 무침은 음식 이름으로도 쓰이지만 '버무림'이란 말은 이 단어 자체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무치다'는 '콩나물을 무치다', '시금치를 무치다'처럼 주재료만 가지고도 쓸 수 있지만 '버무리다'는 '무를 고춧가루에 버무리다', '채소를 드레싱에 버무리다'처럼 주재료와 양념이 같이 나오는 것도 차이다.
재료로는 채소, 해초, 해산물, 고기와 같은 광범위한 재료들을 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나물 요리가 워낙에 발달해 있기 때문에 채소 또는 해초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채소를 무쳐서 만드는 음식인데도 어떤 건 나물이고 어떤 무침으로 부르는데, 딱 부러지는 기준은 없지만 대체로 나물은 데치거나 볶거나 한 다음에 무치지만 무침은 날것 상태에서 숨만 죽이거나 해서 무친다. 또한 나물은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1] 소금과 참기름을 쓰는 쪽이라면 무침으로 부르는 쪽은 대체로 고춧가루를 써서 매운맛을 준다.
나물로 부르지 않지만 반찬으로 많이 해먹는 채소 무침이라면 앞서 얘기한 무생채, 오이무침 같은 것들이 있다. 봄이 오면 달래무침도 빼놓을 수 없다. 생선도 매운 양념을 넣어 무침회를 해먹기도 하고, 골뱅이와 길게 채썬 파를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과 함께 무친 골뱅이 파무침은 을지로에 골뱅이 골목을 만들었다. 고기도 육회는 간장과 설탕을 주로 한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 무침회에 가깝다.
양념 역시 다양하다. 대부분의 나물은 소금, 참기름, 마늘, 이 세 가지면 충분하다. 봄동처럼 된장이 주인 것도 있고, 미역, 파래와 같은 해초는 식초를 넣어 초무침으로 많이 해먹는다. 무생채나 무침회처럼 고춧가루를 넣어 무치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