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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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겉잎이나 무청과 같은 푸성귀를 그냥 혹은 삶은 다음 말린 것. 흔하게 쓰이는 뜻으로는 배추 겉잎 말린 것은 우거지, 무청 말린 것은 시래기이며 언론에서도 이렇게 얘기하는 기사들이 있다.[1] 그러나 정확한 뜻으로 보면 무청이든 배추 겉잎이든 우거지나 시래기가 될 수 있다. 우거지는 날것 그대로인 상태를 뜻하고 시래기는 말린 것을 뜻한다. 거꾸로 배추 겉잎 말린 것을 시래기, 무청 말린 것을 우거지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으며, 전자를 시래기, 후자를 무시래기라고 부르기는 사람들도 있다.

농촌 풍경 중에 우거지나 시래기를 처마 밑에 매달아 놓고 말리는 모습은 꽤나 낯은 고향 이미지다. 겨울에 채소가 귀하기도 하고, 먹을 게 넉넉하지 않던 시절에는 무청이든 배추 겉잎이든 버릴 수도 없었으니... 다만 이 녀석은 그냥 먹기에는 너무 억세고 질기기 때문에 삶았다가 말린 다음 다시 물에 불려서 먹으면 섬유가 좀 풀어져서 나았다. 그래도 질기긴 질기다. 이런 질긴 식감이 싫어서 시래기나 우거지 안 먹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아이들은 적응하기가 영... 반대로 나이를 먹으면 이런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서 감자탕에서 골라먹거나 아예 시래기를 추가로 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먹을 때에는 일단 물에 불려준다. 시장에 가면 미리 불려 놓은 것을 팔기도 한다. 잘 불었으면 깨끗한 물에 여러 번 씻은 다음 꼭 짜서 물기를 짜내고 음식에 넣는다. 물에 불리면 부피가 늘어나긴 하지만 미역처럼 몇 배로 왕창 불어나는 수준까지는 아니며, 여전히 말린 식재료다운 꾸덕꾸덕한 식감이 남아 있다. 재료 자체는 무척 싸지만 손질하는 과정이 손이 많이 간다.

경상남도 김해시에 본점을 둔 <김해시락국밥>의 시락국밥.

국물 음식에 건더기로 많이 쓰인다. 특히 된장국 건더기로 널리 쓰이는데, 시래기 넣고 끓인 된장국을 표준어로는 시래깃국이라고 하지만 경상도 쪽에서는 시락국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멸치육수된장과 시래기, 양파마늘 정도를 넣은 소박한 음식이며, 여기에 들깨를 갈아 넣어 조금 걸쭉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부산 일대에 가면 저렴한 국밥으로도 인기가 있어서, 시락국밥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2] 가격도 저렴해서 2022년 말 기준으로 위의 김해시락국밥처럼 부산 경남 일대에는 시락국밥 한 그릇에 단돈 5천 원 하는 가게들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웬만한 국밥 한 그릇이 7천원을 찍던 시기다. 충무김밥에도 원조격인 통영을 비롯한 경상남도 지역은 시락국을 곁들여 내 준다.[3] 시래기 + 국이 변해서 된 말임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전라도 쪽에는 민물매운탕에 시래기를 듬뿍 넣어서 끓인다. 감자탕에는 주로 우거지가 들어가지만 시래기를 넣는 곳도 있다. 기름에 볶아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정월대보름 때 묵은 나물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시래기나 우거지도 여기에 단골로 낀다. 된장과 함께 시래기를 비벼먹는 비빔밥도 있다.

이름이 '쓰레기'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표준어로는 '시래기'지만 그냥 스레기, 심지어 쓰레기로 발음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그런데, 게다가 무청이나 배추 겉잎과 같이 채소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보니까 더더욱 그렇게 착각하기 쉽다. 40대 이상이라면 어렸을 적에는 정말로 '쓰레기'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각주

  1. "시래기와 우거지의 차이를 아시나요?", 한겨레, 2018년 7월 4일.
  2. 시래깃국 같은 부산 사람이라도 '시락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시래깃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시락국밥은 그냥 시락국밥이라고 부르는 게 대세다.
  3. 서울 지역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명동 충무김밥은 멸치국물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