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인 위스키
말 그대로 잡곡(grain)으로 만든 위스키. 재료는 밀, 귀리, 호밀, 옥수수를 비롯해서 아주 다양하다. 여러 가지 곡물을 뒤섞어서 만들기도 하고 아무튼 보리만 사용해야 하는 몰트 위스키와는 달리 곡물 종류라면 재료가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곡물의 싹을 틔우면 씨앗 안의 녹말을 당분으로 바꿔서 성장에 써먹으려고 당화효소가 팍팍 나온다. 그 다음에는 효모를 넣어서 알코올을 만들고, 이 원액을 증류한다. 몰트 위스키는 단식증류법으로 만드는 게 보통이지만 그레인 위스키는 연속증류법을 쓰는 게 보통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몰트 위스키와 블렌딩하는 원료로 쓰인다. 몰트 위스키 특유의 날카롭고 강렬한 맛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효과가 있어서 그리고 몰트 위스키보다는 싸니까 이 두 가지 위스키를 섞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전체 스카치 위스키의 90%에 이를 정도다. 그레인 위스키만 따로 병입해서 파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도 꽤 이름이 알려진 그레인 위스키도 있긴 한데, 헤이그 클럽이 그 대표 브랜드로, 심지어 싱글그레인 위스키이기까지 하다. 싱글그레인이라고 하면 한 가지 품종의 곡물로만 만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아니고, 단일 증류소에서 만든 원액만 사용한 그레인 위스키를 뜻한다. 싱글 몰트 위스키도 마찬가지 개념. 스카치 위스키를 열심히 따라 잡아왔고, 요즘은 심지어 넘어서기까지 하는 일본 위스키 중에서도 그레인 위스키 제품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토리의 싱글그레인 위스키인 치타(The Chita, 知多). 육지에서 제일 빠른 동물 말고 증류소가 있는 지역 이름이다.
스코틀랜드 바깥으로 나가면 그레인 위스키로 분류할 수 있는 위스키가 많다. 미국의 버번(옥수수)이나 캐나다의 캐나디안 위스키(옥수수와 호밀)가 그런 종류. 사실 쌀을 사용하는 한국이나 일본의 전통 방식 소주, 호밀, 밀, 옥수수 같은 잡곡을 사용하는 러시아의 보드카, 수수를 사용하는 중국의 고량주를 비롯한 세계의 갖가지 증류주들도 알고 보면 그레인 위스키로 볼 수 있으나, 나무통 숙성을 하지 않아 색깔이 없는 게 보통이므로 엄밀하게는 위스키는 아니고 오드비로 들어간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