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술과 곁들이는 음식을 뜻하는 말. 한자로는 按酒가 되는데, 여기서 按은 '누르다', '억제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술을 억제한다는 건데, 오히려 안주가 술을 더 잘 들어가게 하지 않나? 그보다는 술로 몸을 해치거나 하는 것을 억제해 준다는 뜻으로 보는 게 맞다. 사실 깡술보다는 적당한 안주를 곁들이는 게 나은데, 그렇다고 안주를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이게 또 살로 간다. 술의 알코올은 열량이 높은 편인데, 몸 속에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주를 먹게 되면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먼저 알코올에서 받게 되어 안주의 열량이 소모되지 않고 몸에 쌓여 버리는 결과가 된다. 술이 주가 되고 음식이 곁들이는 식이라면 음식이 안주가 되고, 반대로 식사가 주가 되고 술을 곁들이면 술을 '반주'라고 부르게 된다.
적절한 안주는 술로 지나치게 몸이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고, 술의 해독에 필요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 주는 효과도 있다. 너무 기름진 것은 비만 문제도 있어서 안 좋지만 한편으로는 술 때문에 위가 상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다만 짠 찌개와 같은 국물 요리는 먹을 때는 속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지만 지나치게 소금을 먹게 되는 문제도 있고 오히려 수분 섭취에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술자리는 몇 시간 동안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테이블에서 보글보글 끓이는 전골 종류라면 국물이 졸아서 짜진다. 육수를 부어서 다시 농도를 조절하지만 이 육수도 소금간이 있다면? 의사들이 가장 피해야 할 안주 중 하나로 이런 짠 찌개나 전골 종류를 종종 꼽는 것도 이런 이유다.
술안주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사실 안주라는 말 자체에 酒가 들어 있기 때문에 겹말이다. 하지만 하도 널리 쓰이고 있다 보니 안주와 술안주 모두 표준어로 인정 받고 있다.
어떤 음식이든 안주가 될 수 있다. 하다 못해 돈 없거나 놀러 갔을 때에는 과자 부스러기도 안주가 될 수 있고, 상다리 부러지게 잘 차려놓은 주안상도 안주다. 다만 술과 맞는 안주의 궁합 정도는 있는데 애주가라면 여기에 신경을 무척 쓴다. 때로는 무엇을 먹을 것이냐에 따라서 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보통은 음식문화와 술 문화가 같이 발달했기 때문에 한국음식이라면 한국 술, 일본 음식이라면 일본 술, 이탈리아 음식이라면 이탈리아 와인, 이런 식으로 짝을 많이 짓게 된다. 와인 문화가 들어오면서 마리아쥬라는 말도 꽤 유행했는데 뭐 알고 보면 우리도 이미 나름대로의 마리아쥬는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홍어회에 막걸리. 소주는 그냥 아무데나 먹는 깡패다. 역으로 국물 요리에는 맥주를 잘 먹지 않는 식으로 서로 피하는 궁합도 있다.
우리는 술을 마실 때는 안주를 필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서양 쪽은 딱히 그렇지 않다. 영국이나 호주의 펍에 가 보면 안주 없이 맥주만 마시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일단 술자리를 하면 상당히 취할 때까지 술자리가 이어지고 2차 3차까지도 가다 보니 정말 안주 없이 먹으면 몸을 상하기 쉽지만 서양에서는 한두 잔 간단히 하고 집에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안주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도 이유다. 물론 서양에도 떡이 되도록 마시는 사람들도 꽤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