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
떡의 일종. 멥쌀로 밥을 짓고 찧어서 둥글고 길게, 파이프 모양으로 뽑아내는 떡. 지금은 기계를 가지고 구멍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지만 옛날에는 반죽을 굴려서 늘려가면서 만들었다. 재료는 멥쌀과 소금, 물, 이게 전부다. 떡 중에서는 가장 단촐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맛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갓 뽑은 떡은 부드럽고 따끈따끈해서 조청이고 꿀이고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다. '가래떡'이라는 말 때문에 입에서 나오는 점액질의 그 무엇인가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가래처럼 길게 늘어진다고 해서가 아닐까 '가래'에는 '떡이나 엿 따위를 둥글고 길게 늘여 만든 토막'이라는 의미도 있다.[1]
일단 가래떡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설날에는 꼭 먹게 되는 떡국.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해서 아이들은 열심히 먹는다. 아이들에게 나이를 묻는 뜻으로 '떡국 몇 그릇이나 먹었니?'라는 표현도 있다. 떡국과 나이가 연결되는 이유는 가래떡 때문일 것으로 보이는데 옛날부터 국수처럼 길게 뽑아내는 것은 장수를 상징해서 생일잔치 때 먹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길게 뽑아내는 가래떡 역시 국수와 비슷한 의미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떡국에 넣을 때 목숨줄을 그렇게 난도질을 치면... 또한 떡국에 넣을 때에는 약간 도톰하게 썰어서 넣는데, 이것이 엽전 모양을 연상하게 해서 새해의 재물운을 기원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아무튼 연말연시 풍경으로 TV에 꼭 등장하는 장면이 방앗간에서 가래떡 뽑아내는 장면일만큼, 가래떡은 설날을 상징하는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다. 지금이야 안 그렇지만 예전에는 집에서 쌀을 씻어다가 불려서 방앗간에 갖다주고 가래떡을 뽑아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직접 쌀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는 지금도 직접 기른 쌀로 가래떡을 뽑는다.
떡국에 넣을 때에는 비스듬히 3~4 mm 두께 정도로 썰어서 쓰는데 막 뽑아낸 가래떡은 잘 썰어지지도 않고 모양도 예쁘게 안 나온다. 떡국에 넣을 때에는 겉이 딱딱해질 때까지 말려서 썰어내기 쉽게 한다. 썰은 다음에도 다시 좀 더 말려서 조금 딱딱한 상태에서 사용하는 게 보통. 아예 썰어서 굳힌 가래떡도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떡국에 넣기 전에는 한번 물에 씻은 다음 불려서 쓰는 게 좋다.
떡국이나 자매품 떡만두국 말고도 가래떡이 쓰이는 곳은 여기저기 은근히 있다. 떡라면은 수십 년 전부터 사랑 받아 왔던 라면 메뉴의 스탠다드이고 부대찌개를 비롯한 각종 전골에도 단골로 들어간다.
말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상태로 쓰기도 하는데 일단 갓 뽑아낸 가래떡은 그냥 먹어도 정말 맛있고, 가래떡으로 쌀떡볶이를 만들기도 한다. 간장 양념으로 만드는 이른바 궁중떡볶이는 무조건 가래떡이고, 길거리 음식으로 파는 쌀떡볶이 중에도 가래떡을 큼직하게 썰어서 조린 다음 세로로 반을 거르거나 그냥 주는 곳도 있다. 가래떡을 써서 만드는 쌀떡볶이는 물엿이나 황설탕을 거의 들이붓다시피해서 아주 달짝지근하고 끈적한 맛을 낸다.
가래떡을 불에 굽는 떡구이도 맛있다. 꿀이나 조청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캠핑 갈 때 바베큐를 할 생각이라면 거의 비장의 무기로 통한다. 가끔 노점에서 할머니가 떡을 연탄불에 구워 파는 것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왠지 불쌍해서 하나 사먹다가도 막상 맛을 보면 이게 또 맛있다. 한국의 몇몇 야키토리 전문점에서도 떡구이를 판다. 떡구이용으로 쓸 때는 겉만 좀 마른 것을 쓰는 게 가장 좋다.
부산에 가면 '물떡'이라는 게 있다. 가래떡을 부드러운 상태에서 길게 꼬치에 꿰어서 오뎅 국물에 담갔다가 먹는 음식인데[2], 별 거 아닌 것 같은데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가 많다. 부산권 밖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지만 방송에 몇 번 소개되고 인터넷으로도 알음알음 소문이 나서 이제는 나름 부산의 명물 중 하나로 대접 받고 있고 서울에도 물떡 파는 곳이 몇 군데 생겼다. 몇몇 오뎅 주점에서도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