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말 그대로 떡, 그 중에서도 가래떡을 썰어 넣어 끓인 국물 요리. 이름은 '국'이지만 밥과 함께 반찬으로 먹는 국물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식사인 요리다. 고기나 해산물에 양파, 마늘과 같은 채소를 넣어 국물을 내고 여기에 어슷하게 썰은 가래떡을 넣고 끓인다. 마무리로는 달걀을 풀어서 국물에 넣어 휘젓거나 달걀지단을 고명으로 올리며 김가루, 파, 통깨 같은 것들을 고명으로 올린다. 요즈음은 만두를 넣어서 떡만둣국을 끓이는 집이 많다. 아무래도 떡만 넣으면 좀 밋밋하니... 만둣국은 조금이나마 밥과 함께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떡국은 가래떡 자체가 멥쌀 덩어리라 밥의 구실을 하므로 밥과 함께 먹는 경우는 별로 없다.
육수로는 가정에서는 소고기 양지나 사태를 많이 쓰며 음식점에서는 사골국물도 많이 쓴다. 설렁탕집에서 사골떡국을 파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집에서 간단히 해먹으려면 즉석식품으로 파는 설렁탕이나 사골곰탕 같은 것을 사서 가래떡, 양파, 파를 썰어 넣고 끓인 다음 마지막에 달걀을 풀어주면 끝. 그런데 옛날에는 소고기와 함께 꿩고기를 육수 재료로 썼다. 옛날부터 사냥해서 많이 먹었던 조류이기도 하고, 길조이기 때문에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뜻도 있었다고 한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나온 것도, 꿩고기가 없으면 닭고기를 사용해서 떡국을 끓였던 데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1] 그밖에 굴이나 황태 육수를 사용해서 기름기가 적고 시원한 맛을 낸 떡국도 있고 메생이를 넣은 떡국도 있다. 어떤 국물을 썼든 떡국을 끓이는 과정에서 떡에서 알파화된 전분이 많이 우러나오므로 국물은 걸쭉해진다.
특히 설날에는 반드시 먹어야 할 필수 음식. 이것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은 여러 그릇을 먹어서 한꺼번에 여러 살을 먹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것들이 늙어봐야 후회하지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때 비유적인 표현서 떡국 몇 그릇 먹었니라고 물어보는 표현도 있다. 설날 차례상에도 반드시 떡국이 올라가는데 밥과 함께 올리는 집도 있고 떡국만 올리는 집도 있다.
떡국을 한 그릇 다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는 적어도 조선 후기 때부터 이미 있었다. 그 때 기록에 이미 떡국을 첨세병(添歲餠), 즉 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18세기의 문인 이덕무가 지은 <세시잡영(歲時雜詠)>을 보면 첨세병(添歲餠)[2]이라는 시가 있는데, "천만 번 방아와 절구에 찧어 눈빛으로 뭉쳤으니,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음식과도 비슷하네. 해마다 나이를 더하는 게 그저 미우니, 슬프게도 나는 이제 먹고 싶지 않구나[千杵萬椎雪色團 也能仙竈比金丹 偏憎歲歲添新齒 怊悵吾今不欲餐]"라는 내용이다.[3] 떡국이 나이를 상징하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은 국수와 마찬가지로 길게 길게 뽑아내는 가래떡에도 장수의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계를 사용해서 구멍으로 밀어내듯이 가래떡을 뽑지만 옛날에는 큰 반죽을 단단한 판에 굴려 조금씩 늘여가면서 가래떡을 만들었는데 그만큼 수명도 길어진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또한 가래떡을 썰어놓은 모양이 엽전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떡이 듬뿍 든 떡국은 재물운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흰색의 떡이 묵은 때를 보내고 깨끗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설날 음식이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평소에도 떡국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다. 분식집에도 떡국 아니면 떡만두국은 메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오뚜기에서 라면처럼 인스턴트 제품을 내놓기도 했고 컵라면처럼 만든 버전도 있다. 가래떡을 라면에 넣어 먹는 떡라면 역시 떡국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일본에도 오조니(お雑煮)라는 떡국이 있으며 새해 정초에 먹는 음식이다. 떡을 넣어 끓인 국물 요리라는 기본 공통점이 있지만 요리를 보면 차이점이 커서 사각형, 또는 둥근 모양으로 된 떡을 큼직하게 썰어서 넣는다. 크기는 가래떡보다 크며 특히 아주 잘 늘어진다. 마치 피자에 들어간 모차렐라처럼 죽 늘어지며 아주 쫀득쫀득하다. 먹을 때에도 숟가락으로 떠먹는 우리나라의 떡국과는 달리 오조니는 젓가락으로 떡을 건져서 먹는다. 국물은 간토지역은 주로 닭고기 육수를 사용하며, 간사이는 미소된장을 사용한다. 양쪽 다 국물 낼 때 무를 넣는 것은 공통점이다. 그릇은 우리나라처럼 큰 대접이 아닌 밥공기 정도의 작은 것을 쓴다.
그런데 쫀득하고 잘 달라붙는 떡의 특징 때문에 정초마다 특히 노인들이 오조니를 먹다가 떡이 목에 걸리는 밤에 질식사하는 사고가 해마다 뉴스에 나온다. 2021년에도 9명이 병원에 후송되었고 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4] 떡의 크기가 큰데다가 떡이 한번 걸리면 들러붙어서 잘 빠지지 않기 때문에 사달이 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