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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歌舞伎町。

가부키초의 상징과도 같은 이치방가이 입구.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번화가... 라기보다는 환락가. 세이부 신주쿠역 바로 옆에 있고, 본진인 JR 신주쿠역에서는 북쪽으로 걸어서 15분 쯤 걸린다. 각종 풍속점, 캬바쿠라, 게아바, 풍속점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소프란도, 그리고 파친코카라오케를 비롯한 갖가지 오락시설들이 간판을 번쩍번쩍거리면서 손님을 유혹하는 곳으로, 일본의 유흥문화가 뭔지 겉모습이라도 알고 싶다면 한번 꼭 가볼만한 곳이다. 일본 유흥문화가 뭔지 들어가서 알아보려고 하지는 말자. 가부키초상점가진흥조합회에서 일본어와 영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방에 번쩍이는 요란한 간판, 스피커로 사방에서 쏟아지는 음악과 호객 멘트들, 수많은 인파들, 그리고 수많은 삐끼들의 호객행위에 파묻히다 보면 대략 정신이 아득해진다.

삿포로스스키노, 후쿠오카나카스와 함께 일본의 3대 환락가로 꼽히는 곳이다. 물론 다른 두 도시와 비교해서 도쿄의 인구나 경제력이 압도적이므로 가부키초의 규모나 인파 역시 셋 중에 제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첫 인상을 보면 스스키노도 절대 안 밀린다.

흔히 일본성진국이라고 부를 때 상상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고 술에 떡이 돼서 길바닥에 널부러진 인간들도 심심치 않다. 호객행위도 아주 많이 한다. 2013년 9월 1일부로 호객행위는 금지되었다고 하지만 가부키초를 지나가다 보면 소매끄댕이만 안 잡지 삐끼들의 호객행위가 사방팔방에서 벌어진다. 심지어는 좀 쫓아오면서 '샤쵸! 샤쵸!'를 외치기도 한다.[1] 처음에는 왠지 좀 무섭다. 특히 외국인 삐끼는 더더욱... 하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이니 너무 겁먹지는 말자. 요즈음은 흑인들이 삐끼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 어설픈 일본어를 하거나 아예 영어로 호객행위를 하는데, 건장한 체격에 낯선 인상의 흑인 삐끼들을 보면 처음에는 겁날 수도 있지만 역시 별로 신경 쓸 것 없다. 공식적으로는 호객행위 금지라 심하게는 안 한다. 종종 길거리에 점잖은 인상의 중년 남자들이 양복을 잘 차려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사람들도 삐끼, 혹은 기도다... 이 사람들은 별로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편.

거대한 환락가 사이사이에 수많은 음식점과 술집이 들어서 있고, 카페나 바를 비롯한 분위기 괜찮은 술집들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래서인지 회식 온 남녀 직장인들도 많고 은근히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어차피 풍속점은 외국인을 안 받는 게 보통이므로[2] 아주 잘 아는 일본인과 가면 혹시라도 가능성이 있을까, 괜히 껄떡거리지는 말자. 무엇보다도 한번 잘못 들어가면 존나 털린다. 굳이 껄떡거리고 싶다면 아래에 나오는 무료안내소를 가든가. 아무튼 그저 먹고 마시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중심 한복판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토호시네마와 호텔 그레이서리가 있는 거대한 건물이 있고 그 앞에 광장이 있다. 약속 장소로 많이 선택되는 곳.

북쪽으로 올라가면 한국 음식점이나 술집들이 많이 보인다. 심지어 '과부댁'이라는 업소까지 있다. 한글 간판까지 여기저기 있어서 좀 어리둥절할 정도인데, 신주쿠 북쪽에 붙어 있는 신오오쿠보역 일대가 코리아타운이기 때문에 가부키초 북쪽끝에까지 한국 업소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클럽이나 바, 우리나라로 말하면 호스트바도 많아서 건물 바깥에 꽃미남 사진들을 큼직하게 걸어놓은 업소들도 넘쳐난다. 주로 신주쿠역 반대편, 북쪽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

사쿠라토리 입구. 사실 가부키초의 유흥업소는 이쪽이 본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고 이상 야릇한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서 왠지 치안이 나쁠 것처럼 생각되지만 생각보다 치안은 좋은 편이다. 한가운데에 파출소도 있고 길거리에 경찰도 자주 보이는 편이긴 한데, 이곳의 치안을 유지하는 진짜 세력은 야쿠자다... 환락가인데 야쿠자가 없으면 이상하지. 게다가 가부키초 정도 되면 이권의 규모가 엄청나다. 하지만 야쿠자 쪽에서 생각해 봐도, 이곳의 치안이 나쁘고 싸움질 벌어지고 손님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하면 '이곳은 갈 데가 못 된다'는 인식이 퍼질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줄어들고 자기들 수입도 줄어들게 되니, 자기들 수입을 위해서도 자연히 치안에 신경 쓰게 된다. 만약에 괜히 이곳 손님들을 상대로 도둑질이나 소매치기를 하다가 야쿠자한테 걸리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이 사람들이 자율방범대도 아니고, 업소들로부터 상납을 받아서 수입을 얻는 식이다. 경찰도 야쿠자들을 다 때려잡기보다는 사고 안 치게 관리하는 수준이다. 어차피 때려잡아도 막대한 이권이 있으니 또 다른 놈들이 들어올 게 뻔하고, 새로 들어오는 놈들은 빨리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 잔혹한 짓을 하고 다닌다. 그리고 이제는 야쿠자도 많이 기업화 되어서 업소를 운영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가는 추세이기도 해서 사고 치지 않는 한은 때려잡기도 애매하다.

어쨌거나, 한국인을 포함해서 외국인은 큰 길로만 다니는 게 좋다. 괜히 으슥한 골목길 가면 심지어 내 나라에서도 어디나 안전할 게 없다. 또한 이 안에서 사진 찍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할 리가 없고[3], 자칫하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거나 빼앗아서 지우거나 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그리고 야쿠자가 관리하는 치안이라는 게 경찰이 제대로 관리하는 치안과 같을 수가 없어서 야쿠자들끼리 싸움도 나고 분위기 험악할 때도 있다. 일반인들은 안 건드린다고는 하지만 야쿠자는 법에 따라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므로 너무 믿을 것도 아니다.

한 가지 속지 말아야 할 게 있는데, 가부키초 곳곳에 보면 '무료안내소'라는 곳들이 있다. 밖에서는 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해 놓았는데 눈치 좀 있으면 지나치게 화려한 모습에 호객꾼까지 있는 모습을 보고 알아차리겠지만 순잔한 분들은 여기를 관광안내소라고 착각하지 말자. 들어가 보면 이것저것 물어본 다음에 그 사람에게 맞는 적당한 풍속점, 심지어 예산에 맞게 아가씨까지 연결해 주는, 즉 유흥업소 안내소다. 누가 운영하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수입은 연결해 준 풍속점으로부터 받는다. 물론 풍속점 구경 좀 해 보고 싶다면 괜히 삐끼들에게 속느니 무료안내소를 가는 게 나을 것이다. 미리 가격 협상을 하고 가면 바가지 쓸 위험이 적은 편이고, '거기 안내소에서 소개 받아서 갔다가 바가지 썼다'는 소문이 나면 안내소로서도 좋을 게 없다.[4] 일부 무료안내소는 외국인 받아주는 곳도 소개해 주고 예산에 맞는 정도로 연결해 주니까, 이쪽이 속편할 수도. 하지만 외국인을 받는 풍속점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체로 질도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 말고도 일본의 웬만한 유흥가에는 무료안내소가 있으므로 그냥 관광안내소 같은 거려니... 하고 착각하지 말자.

2015년 하반기 들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방송으로 나오고 있다. 조례로 호객행위가 금지되었다고는 하지만 외국인 삐끼들이 종종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특히 흑인들을 고용하는 가게들이 많아졌는데, 이 형들은 야쿠자도 별로 안 무서워해서 종종 야쿠자와 충돌까지 벌어지는 모양. 분위기가 전보다 험악해졌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그렇다고 보통 사람들이 길 가다가 폭력을 당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호객행위로 손님을 끌어다가 바가지를 씌우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아예 지역 변호사회에서 가부키초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순찰을 돌기도 하고. 전화 신고도 받아서 바가지 쓴 돈을 돌려주도록 중재를 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그나마 일본 내국인이라면 이런저런 법의 보호를 받을 여지가 많지만 외국인, 특히 말 잘 안 통하는 외국인이라면 그나마 이런 도움도 받기 힘들다. 호기심에 어설프게 발 들여놨다가 돈 날리지 말고 호객행위나 유흥업소는 그냥 패쓰해 주자.

도쿄, 더 나아가 일본을 대표하는 환락가인만큼 일본의 대중문화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특히 성인영화에는 아주 자주 등장하는 주 무대. <은혼>은 아예 배경이 여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각주

  1. '샤쵸'란 사장을 뜻한다. 어째 한국이나 일본이나 유흥업소 손님은 다 사장이네.
  2. 그런데 심지어 한국어로도 호객행위 하는 삐끼가 있는 걸 보면 일부 받는 곳도 있긴 하다.
  3. 일부에서는 일본은 유흥업이나 심지어 AV 배우도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 받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직업으로 인정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딱 거기까지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당당하게 유흥업에 종사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4. 하지만 유흥업소는 어딜 가나 기본 요금에 이런 저런 옵션을 붙여서 손님의 지갑을 털려고 하는 게 보통이다. 마치 저가항공사 얘기를 듣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