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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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nness.

아일랜드스타우트 흑맥주. 모든 스타우트의 대표주자이자 세상 모든 흑맥주의 대표주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네스북을 만든 곳도 여기다. 1759년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브루어리에서 에일을 만들기 시작한 게 역사의 기원이다. 엠블렘인 하프의 왼쪽에도 'EST 1759'라고 쓰여 있다. 그 해 말, 아서 기네스는 해마다 45 파운드를 내는 조건으로 9,000년 동안 (900년이 아니다) 이 양조장을 빌리기로 계약한다. 처음부터 스타우트를 만들었던 건 아니고 초기에는 에일을 만들다가 1778년부터 포터를 만들기 시작했고, '스타우트'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1840년대에 들어서였다.

흑맥주가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캐릭터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서 마치 잘 내린 드립커피와 같은 풍부하고 휘발성 있는 아로마를 자랑한다. 눈으로 보기에도 독특한데 막 잔에 따른 기네스는 마치 폭포가 쏟아지듯이 미세한 거품의 구름이 위에서 아래로 용솟음친다. 보고 있으면 신기하다. 특히 에서 생맥주를 따를 때 잔을 보면 뭔가 무섭기까지 하다. 이는 질소의 작용으로 일어나며 서징(surging)이라고 부르는데, 이 상태에서 마시는 것보다는 가만히 둬서 용솟음이 잦아들고 기네스 특유의 검은 색으로 돌아왔을 때 마시는 게 더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다. 캔맥주에도 초음파를 이용해 맥주를 미세하게 진동시키는 서저(surger)라는 것도 만들었는데, 캔맥주를 서저 위에 올려놓은 다음 잠시 두었다가 잔에 따른다. 처음 잔에 따를 때에는 헤드, 즉 위를 덮는 거품이 별로 없고 입자도 거친데 서징을 시키면 점점 헤드가 두툼해지고 입자도 고와져서 딱 마시기 좋은 정도의 헤드가 생긴다.

병맥주캔맥주로도 생맥주의 서징 효과와 크리미한 거품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위젯으로도 유명하다. 다 마시고 나서 병이나 캔을 흔드니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이물질이 들어간 줄 알고 식겁했다는 사람도 그리고 아싸 회사한테 돈 좀 뜯어낼 수 있겠구나 하고 만세를 부른 사람도 많았다. 위젯 안은 비어 있고 작은 구멍이 있는데, 병이나 캔에 맥주를 넣으면서 질소를 주입하면 위젯 안으로 맥주질소가 들어갔다가, 캔이나 병을 열면 압력이 낮아지면서 위젯 안에 있던 맥주질소가 뿜어져 나오는 식으로 생맥주만큼은 아니지만 서징을 만들어내고 미세한 거품도 만들어 낸다. 질소과자는 싫지만 질소맥주는 좋아요! 모든 종류의 캔이나 병에 위젯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드래프트(Draught, 생맥주)에만 들어간다. 이 회사에 속해 있는 아이리시 에일 맥주 킬케니에도 들어가 있다. 케그를 쓸 정도로 판매량이 많지 않은 바를 대상으로 캔맥주를 생맥주처럼 탭으로 글래스에 따를 수 있는 기기를 공급하기도 하는데, 관리만 잘 되어 있다면 생맥주 부럽지 않은 품질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는 생맥주, 캔맥주, 그리고 병맥주로는 오리지널, 드래프트 정도가 소개되어 있지만 실제 기네스의 종류는 10종 이상으로 훨씬 많다. 액스트라 포린(Extra Foriegn)은 알코올 도수가 7.5%로 일반 맥주보다 높지만 오리지널은 4.2%로 오히려 좀 얌전한 편.

너무 차게 마시는 것은 오히려 기네스의 풍성한 향미를 죽이는 것. 오리지널은 에일처럼 상온보다 좀 낮은 선선한 온도면 충분하다. 드래프트는 좀 차게 마셔도 된다. 그래도 기네스의 향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너무 찬 온도는 금물. 스타우트에일 계열인데 원래 에일은 아주 차게 마시는 맥주가 아니다. 위젯이 들어 있는 녀석들은 좀 차게 마시면 좋고 엑스트라 콜드(Extra Cold)는 라거만큼 차게 마신다. 반면 위젯이 들어 있지 않은 오리지널이나 엑스트라 포린 같은 건 온도를 좀 높여서 마시는 쪽이 좋다.

영화 <킹스맨>의 해리(콜린 퍼스)도 기네스 덕후 인증 캐릭터다. 기네스 파인트 잔을 놓고 에그시와 얘기를 나누던 중 양아치들이 들이닥치자,

Um, listen, boys. I've had a rather emotional day, so whatever your beef with Eggsy is - and I'm sure it's well founded - I'd appreciate it enormously if you could just leave us in peace, until I can finish this lovely pint of Guinness.

음, 이보게들, 오늘 기분이 영 그런 날이어서 말인데, 에그시하고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뭔가 있었겠지만, 이 멋진 기네스 파인트 잔을 다 비울 때까지 우릴 조용히 놔뒀으면 진심으로 감사하겠네.


그래도 양아치들이 사람 잘못보고 꺼지라고 외치자, 밖으로 나가는 척하더니 문을 걸어 잠그면서 바로 그 명대사, "Manners, maketh, man!"을 외친 후 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동네 양아치들을 모조리 때려눕힌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앉아서 기네스를 비우신다.

Burger king guiness whopper.jpg

2020년에는 버거킹이 난데없이 '기네스 와퍼'라는 것을 내놓았다. 과 바비큐 소스에 기네스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의 색깔이 검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의 색깔을 검게 하려면 정말로 기네스를 농축해서 때려 넣어야 한다. 즉 반죽에 기네스를 조금 넣고 오징어먹물이나 카라멜색소를 써서 검게 만들었을 확률이 높다. 소스에도 기네스를 썼다고는 하지만 딱히 기네스 특유의 느낌이 잘 나지는 않는다. 출시 당시 단품이 무려 8,500원이나 할 정도로 비싸다. 차라리 수제버거가 낫겠다. 베이컨을 2장 넣어주기 때문에 푸짐하긴 하지만 치즈는 기본으로 넣어주지 않는다. '기네스' 이름을 쓰긴 했지만 얼코올을 함유하고 있지는 않아서 미성년자 판매제한 같은 것도 걸려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