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마른김 위에 밥과 여러 가지 채소 및 고기, 어묵같은 재료들을 길쭉하게 올려놓고 돌돌 말아낸 음식. 마른김이 김밥의 모양을 유지해 주는 겉껍질 구실을 하면서 특유의 고소한 맛을 더한다. 옛날에는 김밥이 먹고 싶어서 소풍 가는 날이 기다려질 정도로 흔하게 먹을 수 없었던 별미였지만 이제는 분식집 메뉴에는 라면과 함께 절대 빠질 수 없는 저렴한 아이템. 빌어먹을 둘 다 일본이 원조다.[1]
유래
일본의 노리마키(海苔巻き), 그 중에서도 굵기가 굵은 후토마키(太巻き)를 원류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일본 음식과는 많이 동떨어진 형태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노리마키와는 전혀 다른, 복쌈에서 유래된 순수한 한국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은 초밥을 사용하지만 한국은 그냥 밥을 사용하며[2], 속에 들어가는 재료도 일본의 노리마키는 단촐하지만 김밥은 이것 저것 듬뿍 들어간다는 게 그 이 이유다. 현재 대부분의 김밥은 초밥으로 만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80년대 초반만 해도 초밥으로 많이 만들었다. 지금의 40대 이상이라면 옛날에 소풍갈 때 어머니가 김밥을 만들기 위해서 초밥을 만들던 기억을 가진 분들이 꽤 많을 듯한데, 맛도 있겠지만 초밥을 쓰면 그러면 빨리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재료 상하는 것까지는 못 막으니 큰 효과는 없다. 밥보다는 속재료가 빨리 상할 테니까. 또한 뒤에 나올 에호마키를 봐도 재료가 많이 들어가니 일본의 노리마키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주장도 별 설득력이 없다.
어쨌거나 다른 나라의 음식 문화를 받아들여서 현지화하고 발전시켜 다른 종류의 음식으로 진화시키는 예는 무수히 많다. 일본의 라멘, 카레, 돈카츠, 고로케,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비롯한 수많은 음식들이 그렇고. 한국도 짜장면이나 짬뽕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그러니 김밥이 노리마키에서 파생되어 나온 거라 해서 속상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정말 다른 음식으로 발전했으니 말이다.
일본음식 중에 김밥과 가장 근접한 것이라면 에호마키(恵方巻)라는 것이 있다. 입춘 전날 쯤 되는 일본의 명절 세츠분(節分) 때에 먹는 일종의 명절 음식. 하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그런 거 없이 자주 먹는다. 기원은 확실치 않지만 오사카 센바의 상인들이 여러가지 복을 기원하면서 만들어 먹었던 게 발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3] 굵기도 김밥과 거의 같고 재료도 여러 가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정말 한국의 김밥과 비슷한 모양인데, 단, 먹을 때에는 자르지 않고 통째로 들고 먹어야 한다. 길한 방향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기지 않고 한 번에 모두 먹어치워야 그 해 운수가 좋다는 게 에호마키의 풍습.
재료 및 종류
흔히 들어가는 재료는 소시지 또는 햄, 어묵, 시금치, 당근, 단무지 같은 것들이 있다. 김밥 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김밥 속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점점 다양화되고,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십여가지가 넘는 김밥 메뉴를 갖춰 놓은 전문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한 줄에 1~2천 원 정도로 싸게 먹을 수 있었지만 다양화의 길을 걸으면서 돈까스. 새우튀김, 핫도그 소시지와 같은 큼직한 재료들이 들어가고 3천 원이 넘는 김밥도 등장했다. 고급화를 추구하는 김밥집들이 생겨나면서는 재료의 고급화를 통해서 4천 원, 5천 원이 넘는 김밥까지도 메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에 따라 김밥의 굵기도 점점 굵어지는 모양새다. 입 작은 사람들은 입이 찢어질 판이다.
큼직하게 말아서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써는 것이 보통이지만 길이를 짧게 해서 그냥 입으로 베어먹도록 하기도 한다. 지하철역에서 번성하고 있는 꼬마김밥이 이런 종류에 속한다. 광장시장에서 파는, 겨자 간장에 찍어먹는 이른바 '마약김밥'이 꽤나 유명하다.
김밥을 말 때 김을 안쪽으로 넣고 말아서 바깥으로 밥이 노출되는 누드김밥도 있다. 부끄럽사와요 캘리포니아롤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김 대신에 달걀지단으로 말거나, 김밥을 만든 다음 이를 달걀지단으로 다시 말아서 만드는 김밥도 있다.
김밥의 양쪽 끄트머리를 꼬다리[4]라고 하는데, 속재료의 끄트머리가 김과 밥 바깥으로 삐져나오게 마련이라, 이 부분은 밥에 비해 속재료가 좀 더 많다. 이 꼬다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서 엄마가 김밥 쌀 때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꼬다리만 집어먹기도 하고, 심지어 스쿨푸드와 같은 체인형 분식집에서는 일부러 꼬다리만 만들어서 꼬다리 김밥이라는 음식을 메뉴에 넣기도 한다.
아예 노리마키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하는 김밥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예 속재료를 빼고 반찬을 따로 주는 통영의 충무김밥. 이쯤 되면 길쭉한 주먹밥에 가깝다.
그밖에
김밥 전문점이나 분식집에서 가장 기본 김밥을 메뉴에 '야채김밥'이라고 써 놨는데 속을 보면 햄이나 어육소시지가 들어 있는 게 보통이다. 달걀지단도 들어 있다. 외국의 채식주의자들이 한국에 와서 이름(vegetable gimbab)만 믿고 야채김밥을 주문했다가 당혹스러워했다는 경험담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북한의 고려항공이 2015년 7월 20일부터 기내식으로 군대리아조차도 미슐랭 가이드 원스타로 느껴지게 만드는 저 유명한 햄버거 대신 김밥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으로도 김밥이 나온다. 남조선은 싸구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라면들 엄청 처먹는데 뭐가 문젭니까?[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