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컷
Devil's cut.
술을 나무통에 넣고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술이 나무 속으로 스며들어서 생기는 손실. 우리 말로 풀어보면 악마의 몫이라는 뜻인데, 숙성 과정에서 증발로 사라지는 엔젤스 쉐어에 대비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유리나 금속, 콘크리트와 같이 술이 스며들 수 없는 재질의 용기에 밀폐해서 보관이나 숙성을 하고 있다면 엔젤스 쉐어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데블스 컷도 없다. 엔젤스 쉐어는 주변 조건에 따라서 알코올과 수분의 증발량에 차이가 나서 술의 성질, 예를 들면 알코올 도수에 영향을 미치지만 데블스 컷은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또한 엔젤스 쉐어는 주위의 온도, 습도와 같은 기후 조건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데블스 컷은 기후 조건은 중요하지 않으며, 나무의 성질, 즉 나무가 얼마나 수분을 잘 빨아들이는지가 주로 영향을 미친다.
대신 데블스 컷은 '다른' 술의 숙성 과정에 상당히 중요한 구실을 한다. 어떤 술을 숙성시켰던 나무통을 다른 술을 숙성시키는 데 사용하면 나무통 안에 스며들어 있던 데블스 컷이 일부 술로 스며나와서 그 술의 스타일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스키를 담을 때 종종 강화 와인의 일종인 셰리를 숙성시켰던 오크통을 사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위스키에 과일향을 더해준다. 따라서 위스키 메이커들은 어떤 나무통을 쓸 것인지를 무척 세심하게 생각하며, 두 가지 이상의 종류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셰리를 숙성시켰던 통 + 버번을 숙성시켰던 통[1] + 새 통과 같은 식. 오크통도 블렌딩을 하는 셈이다. 어떤 나무통을 썼는지 제품에 표시하기도 한다.
버번 위스키 짐빔의 라인업 중에 데블스 컷이 있다. 이름만 그런 게 아니라 자기들이 개발한 기술로 나무통에서 데블스 컷을 추출해서 버번에 추가시킨 것으로, 짐빔의 프리미엄급 버번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