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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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전혀 듣보잡이었던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존재가 갑자기 확 떠오른 사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승계되는 마지막 화룡점정의 순간에 벌처펀드의 기가 막힌 타이밍 러시로 본진이 털릴 위기에 놓인 사건.
발단
2015년 6월 4일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했다는 공시와 함께 보도자료를 냈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6월 9일에는 주주총회 합병결의안 처리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이사회가 9월1일자로 합병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0.35에 삼성물산 1로 결정되었다. 쉽게 말해서 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제일모직 주식 35주와 같은 가치로 쳐서 합병 법인의 주식으로 바꿔준다는 것이며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가 제일모직 주식 가치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는 합병 결의 당시 두 회사의 주가를 바탕으로 산정한 비율이다.
그런데 두 회사의 자본을 비교해 보면 뭔가 두 회사의 가치가 뒤바뀐 느낌이다. 삼성물산의 자본총계는 13.7조원, 제일모직의 자본총계는 5.3조원이니까 삼성물산이 2.5배가 넘어간다. 영업이익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보다 세 배 가량 많다. 그러데 주식 가치는 3분의 1밖에 인정을 못 받는다. 삼성물산 쪽에서 보면 완전 헐값으로 제일모직에 합병되는 것인데, 이 점을 엘리엇이 파고들어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니 반대한다'고 들고 일어난 것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핵심은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4.1%다. 이재용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제일모직이 삼성묿산을 헐값 인수하면 삼성전자 지분이 확대되는 데다가 지난 몇 년 동안의 그룹 계열사 정리 작업으로 삼성전자가 상당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어느 정도 단순화시켰다(단순화시켰다는 거지 없앴다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만 마치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게 되어 삼성그룹 왕위 승계의 대관식을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웬 듣도보도 못한 외국 펀드가 갑자기 다된 밥에 재를 뿌리겠다고 뛰쳐 나온 것이다. "쟨 뭐야?" 하고 보니까 2012년에 아르헨티나 군함을 압류할 정도로 전 세계에 악명을 널리 떨쳐온 독종 중의 상 독종... 특검마저도 이건희 회장의 차명 주식을 실명화 하는 방향으로 기똥차게 이용해 먹었는데, 이번에 임자 제대로 만난 거다.
삼성물산은 외국인 주식 비중이 3분의 1을 넘어간다. 합병은 3분의 2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이 모두 의기투합해서 딴지 걸고 나서면 합병을 좌절시킬 수 있다. 물론 외국인들이 전부 엘리엇 편을 들 리는 없고 나름대로 뭐가 이익인지 계산하느라 복잡할 것이다.
전개
주주총회 전
2015년 6월 1일,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는 투자사들에게 돌린 보고서에서 “두 회사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스틴베스트는 전세계 2,500여 개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성과를 평가, 분석하는 세계적인 평가기관인 서스테널리틱스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 보고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자문기관이기도 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가만히 넋놓고 떡실신 당할 삼성은 아니다. 삼성물산이 우호적인 주주, 이른바 백기사 구실을 하고 있는 KCC에게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 5.76%를 매각했다. 자사주는 주주총회 때 의결권 행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KCC에게 매각시켜서 실질적인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엘리엇은 6월 11일, KCC에 매각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가처분 소송으로 맞받아쳤다.
과거에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을 매입해서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각종 요구를 했으나 결국 좌절된 후, 2년 만에 손을 떨고 1조 가까운 시세차익을 챙기고 떠난 사건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엘리엇이 진짜 실력 발휘를 하면 삼성은 두고두고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엘리엇은 1, 2년으로 끝나는 곳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에서도 보였듯이 10년 이상을 괴롭힐 수도 있다.
처음에는 일을 시끄럽게 만들어서 최대한 주가를 끌어올린 다음에 한몫 챙기고 나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1] 일단 시간이 지났다. 일단 주주총회까지는 갈 것이 확실하다. 합병을 좌절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 지분을 3분의 1 이상 규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식이 너무 많이 뛰어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시가보다 헐값에 팔아야 하니 그런 바보짓을 할 곳은 없다는 분위기. 결국 표대결로 갈 분위기다. 주주총회에서 지면? 그런다고 물러날 엘리엇이었으면 애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게 벌처펀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의 시각. 계속해서 삼성을 소송전으로 괴롭히면서 뒤로는 협상을 통해서 최대한 바싸게 팔아먹고 손 털든가. 아니면 정말 소송전을 통해서 약점을 계속 때려서 떡실신을 시키든가로 갈 공산이 크다.
사실 지금까지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이서현, 이른바 삼성 3남매의 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벌여온 작업들을 보면 첫째로는 코딱지만함 지분으로 거대 기업들을 자기들 소유물인 양 주물러 온 소유구조를 그대로 세습하려고 했고, 둘째로는 어떻게 해서든 상속세와 양도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최대한 안 내려고 했다. 자기가 가진 지분만큼 권리를 행사하든가 경영에 필요한만큼 지분을 매입하는 게 당연한 것인데 막강한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서 갖가지 편법은 물론 탈법까지 동원한 것.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 편법 승계로 아낀 세금에 맞먹는 액수를 엘리엇에게 탈탈 털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야 정부도 언론도 법원도 전부 삼성 편일 수 있지만 해외에서 소송을 걸거나 ISD로 끌고 가면 얘기가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단 합병 지분 산정부터 외국은 기준이 다르다. 주식 가치만 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은 자산도 중시하기 때문.
이 전쟁은 누가 악당이라고 보기가 힘들다 엘리엇도 당연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같은 착한 목적일리 없고, 상대방의 약점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최대한 수익을 뽑아먹겠다는 속셈인 거고, 상섬도 내야 할 세금을 온갖 편법과 탈법으로 회피하고 지금까지 재벌 대기업의 문제점으로 지배되었던 변태적인 지배구조를 최대한 이용해서 그룹을 이재용에게 물려주려다가 약점을 제대로 잡힌 것이다. 그냥 나쁜놈 둘이서 치고받고 싸우는 진흙탕 싸움 되시겠다.
2015년 6월 18일에는 이번 합병에 관련된 엘리엇 측의 보도자료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를 영어와 한국어로 개설했다. 보도자료만이 아니라 이번 합병이 불공정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올려 놓았다. 이번 작전을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그런데 한국어는 어설프다. 어디는 존댓말이었다가 어디는 반말이었다가 오락가락한다. 보도자료는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다 제공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은 영어로만 제공한다.
2015년 7월 1일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는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 우리나라 언론의 분위기는 삼성의 승리 라고 열심히 외쳐대고 있지만 그 바깥에서는 '예상했던 대로'라는 분위기. 어차피 한국법은 양쪽 회사의 주식 가격만 가지고 합병 비율을 정할 수 있으니 삼성의 손을 들어줄 것이고 엘리엇이 그거 모르고 들어왔겠냐는 것이다. 엘리엇의 사악함을 아는 사람들은 결국 진짜 삼성이 뜨거운 맛을 보게 될 곳은 외국 법정일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삼성이 한국 기업이긴 하지만 해외 시장을 통해서 증권이 매매되면 해외 법정에서 주주 피해에 대한 배상이나 그밖에 소송이 가능하고, 잘못된 법제도 때문에 피해를 봤다면서 ISD로 가는 방법도 있다. 어쨌거나 엘리엇이 어떤 놈들인데. 항고했다. 항고해도 우리나라 법은 주가 기준으로 합병이 가능하기 때문에 질 거라는 것을 엘리엇이라고 모를 리가 없다. 확실히 한국 법제도의 불합리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다음에 국제 법정으로 끌고 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2015년 7월 2일에는 세계 2위의 의결권 자문회사인 글래스루이스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없는 한은 경영진의 제안에 반대를 권고하지 않고 장기투자자들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러면서 반대했다는 것은 글래스루이스가 이번 합병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의 주요한 근거는 역시 합병 비율. 0.35대 1은 삼성물산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것이고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라는 삼성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회사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위험성이 높다"고 부정적으로 보았다. 글래스루이스의 결론은 이번 합병이 제일모직에게 과도한 이익을 주며, 이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
2015년 7월 3일에는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까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ISS의 합병 반대 입장 발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주주들만 반대해도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은 부결된다. ISS는 엘리엇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면서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0.95:1 정도가 적정한데도 0.35:1로 결정한 것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합병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잠재적인 시너지 효과는 저평가의 이유가 될 수 없고 합병을 통한 매출 목표도 지나치게 긍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삼성물산이 KCC에게 자사주를 매각한 것을 두고도 역시 합병 통과를 위한 편법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우호 지분을 늘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합병 반대를 위한 추가 떡밥을 제공한 꼴이 되었다.
이렇게 됨으로써 삼성은 난감해졌다. 세계 1, 2위 의결권 자문사가 모조리 합병 반대 의견을 내버렸으니, 외국 투자자들이 이걸 무시하고 합병에 찬성히는 게 쉽지가 않은 것이다. 둘 사이에 이견이 있으면 핑계라도 댈 텐데, 둘 다 합병이 삼성물산에게 심하게 손해라는 의견을 내 버린 것이다. 물론 삼성은 반박자료를 내고 이들의 분석이 지주사 프리미엄을 무시했기 때문에 부정확하며 주주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행변했다.
삼성보다 더 난감한 분들은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문 계약을 맺고 있는 서스틴베스트도 합병 반대 의견을 냈는데 역시 자문계약을 맺고 있는 ISS까지도 이렇게 나오고 계약은 맺고 있지 않지만 글래스루이스까지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에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되어 버렸다.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를 무시하자니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국민들의 피같은 연금을 희생시켰다는 욕을 먹을 거고, 자문에 따르자니 외국의 악질 펀드를 편든다고 욕을 먹을 게 뻔하다. 그런데 국면연금이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배경이 궁금해지는 상태다. 6월 4일부터 30일까지 추가 매수를 했기 때문에 의결권이 있는 지분이 9.92%에서 11.11%로 올라갔다는 것. 합병이 무산되면 최소한 단기간으로는 주가가 떨어질 텐데 주식을 사들였으니 결국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게 국내 언론의 진단. 결국국민연금관리공당은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서 삼성 측이 10%가 넘는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SK와 SK C&C 합병 때 합병에 반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의결권자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자문 기관들이 합병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의결권자문위원회로 가면 반대로 결론날까봐 기존의 절차까지 무시하고 합병을 찬성해버린 행태에 대한 의혹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합병안 통과 이후 주가가 빠지면서 더더욱 욕을 먹고 있다.
2015년 7월 7일, 법원은 엘리엇이 낸 주식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건데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 이로서 엘리엇은 법정공방에서 2패 기록.
2015년 7월 1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 주라도 우호지분을 더 확보하려는 양측의 경쟁이 치열한데. 아무래도 주주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삼성 쪽이 유리하긴 하다. 직원들이 소액주주 집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인터넷 광고, 신문광고, TV광고로 폭격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밖에도 광고들이 넘쳐나는데 언론들이 지면을 몇 개나 써가면서까지 사악한 투가자본 엘리엇에 대한 비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최대 광고주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면, 삼성에 비판적인 가사 썼다가 삼성 광고 끊겨서 회사 경영이 벼랑까지 몰렸던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 생각해 보면 왜 요즘 그런 기사가 넘쳐나는지는 쉽게 견적이 나온다.
주주총회 및 합병안 가결
2015년 7월 17일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주총회가 개최되었다. 제일모직이야 물론 찬성이고, 삼성물산은 표 대결에 들어갔는데 83.57% 참석에 69.5% 찬성으로 합병안이 가결되었다. 이로써 합병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는 모두 마무리 되었다. 엘리엇은 실망스럽다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반응을 보였는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합병 법인의 지분을 바탕으로 경영에 개입하고 나설 수도 있고, 적당히 손털고 이익만 챙기고 갈 수 있고, 가장 독하게 나온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송전을 계속 이어나가고 필요하다면 국제 소송까지 끌고 가서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
이 합병을 통해 이씨 일가는 새 삼성물산의 지분 30.4%를 보유하게 되었다. 또한 삼성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대를 이은 최고 존엄 이재용은 단독 지분은 17.08%로 최대 주주가 되었다.
합병 이후
상성의 장담과는 달리 삼성물산의 주가는 쭉쭉 빠지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7월 17일 주주총회 합병안 통과 이후 8월 9일까지 국민연금이 본 평가손실만 해도 6천억 원이 넘는다. 합병안 통과 이후 외국인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 "괜찮아, 합병 성공하면 다시 오를 거야."라고들 하지만 그건 가 봐야 아는 얘기다. 누가 합병되는 거 몰라서 팔겠는가. 불투명 지배구조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외신에서는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합병 견도 결국은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얼마나 강고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셈. "국민 돈으로 이재용 상속세 대신 내준 꼴"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 그래도 좋은 소리 못 듣는 국민연금인데 줘 터질 건수 하나 추가해 준 셈.
심지어 7월 말에는 삼성물산 주식의 시장 가격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 아래로 내려앉았다. 즉, 그 전까지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시장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손해지만 그 아래로 시장 가격이 내려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데 엘리엇이 일부 지분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엘리엇은 총 지분 7.12% 중 4.95%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수해 달라고 삼성물산에 청구했다. 만약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지분이 많으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지만 합병 결의 당시에 정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액수 상한이 1조 5천억 원, 지분으로 계산하면 16.78%라 이라 엘리엇이 가진 지분을 다 팔아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일성신약[2]도 보유하고 있던 전체 지분(2.37%)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지만 엘리엇과 일성신약의 지분을 다 합쳐도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 국내 언론들은 결국 엘리엇이 완패를 자인하고 발 빼는 수순으로 가는 거 아니냐는 시각. 결국 주식매수청구권 마감 시한까지 접수된 액수는 6천702억 원으로 일단 합병에는 문제가 없게 되었다. 외적의 침략을 막아내고 삼성의 3대 세습 왕국을 사수했습니다. 기뻐해 주십시오 백성 여러분!
9월경부터 ISD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엘리잇 측이 이미 국민연금관리공단에게 경고를 했고, 공적연금이 부당한 개입으로 주주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ISD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소송전에 들어가면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설령 승소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 비용을 다 받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진다면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야 할 것이고. 삼성그룹 권력 승계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노후가 막대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자문사의 권고까지 무시하면서 합병에 찬성한 과정에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서 터져나온 게 최광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 이사 사이의 불화. 홍완선 이사가 합병 찬성 결의 2주 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사실이 밝혀지고, 이러한 과정들이 최광 이사장에게 전혀 보고가 안 되었는데, 여기에 분노한 최광 이사장이 홍완선 이사의 연임을 불허해 버렸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는 거꾸로 홍완선을 싸고 돌면서 최광 이사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었다. 즉, 합병 찬성 결의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도 남을 상황. 이사장 니가 뭔데 감히 이사를 잘라? 최광 이사장은 사퇴 못한다고 버텼지만 결국 사퇴했고, 상황이 이러니 홍완선 이사도 사퇴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2015년 11월 기준으로 삼성물산 주식 하락에 따른 손해액이 8천억 원에 이르는 실정.
이 합병 찬성을 둘러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미스터리는 계속해서 의혹의 대상이 되었는데... 1년 뒤에 가서 반전의 조짐이 일어난다. 뒤에 나오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항목 참조.
2015년 3분기 실적
2015년 10월 말에는 합병 후 첫 분기실적인 2015년 3월 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엄청 흑자를 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69.9%, 영업이익은 74.3% 올랐고, 3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8053억 원으로 나타난다. 이 실적만 놓고 본다면 완전 우왕ㅋ굳ㅋ 수준.
그런데 이 실적은 제대로 된 게 아니다. 일단 3조에 육박하는 순이익이 나온 이유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양사가 나눠 가지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도 합산 계산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지분율이 올라갔기 때문에 연결제무제표에서 종속회사로 새롭게 편입되었다. 이 회사의 지분평가익이 반영된 결과 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또한 매출이 169.9% 늘어난 것도 허수가 크다. 현재의 삼성물산은 원래 제일모직이다. 즉,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형태로 합병을 한 후 회사 이음을 삼성물산으로 바꾼 것. 따라서 7, 8월은 구 제일모직의 실적이고 9월은 합병 법인의 실적이다. 구 삼성물산에 비하면 구 제일모직의 매출 규모가 훨씬 작으니 9월 실적만으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왕창 올라간 것처럼 보인 것이다.
삼성물산 측도 이러한 점이 캥기는지 공정공시 말고 홈페이지에 따로 실적 발표를 했다. 여기에는 7, 8월은 합병 전 두 회사의 실적을 단순 합산하고 9월은 합병 후 범인의 실적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실적을 다시 매겼다. 여기서 아까 말한 삼성바이오로직의 지분평가익 같은 거 빼고 부문별 실적을 보면 무려 4,860억 적자다. 건설 부분에서 2,430억 규모의 적자가 난 게 컸는데 2015년 들어서 해외 플랜트 사업들이 줄줄이 떡실신 분위기인 건설업계의 사정이 여기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특히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복합화력발전소와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에서 영업손실이 난 게 치명타. 시너지 효과는커녕 4분기에도 해외 플랜트 쪽에서 대규모 적자가 날 것으로 보여서 동반 추락하게 생겼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
합병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주가도 시너지 효과는커녕 떨어지고 있다. 합병 성사 당시에 11%에 가까웠던 외국인 지분율이 2016년 6월 1일 기준으로는 7.62%까지 떨어진 상태고, 주가도 합병 시기에 비해서 26%나 떨어져서 회복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3]
검찰수사
2016년 2월에는 검찰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수사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신을 포함한 특수관계자가 특정 회사 주식을 총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5일 이내에 이를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파생상품인 총수익 스와프(TRS)를 이용하면서 5% 규정을 위반했고 금융 당국에 검찰에 신고했다. TRS 계약으로 메릴린치를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이게 한 다음, 주식 대량보유를 공시하는 시점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TRS를 해지하고 주식을 받은 것인데, 검찰 쪽 견해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인 5월 말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때 공시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4]
이런 걸 가지고 검찰에서 수사를 한 게 처음이었고, 이런 식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처음도 아니었기 때문에 '보복 수사' 논란이 일었다.
합의 및 분쟁 종료
3월 25일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했던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과 주식매수청구 가격 조정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그 전 주에는 보유 지분도 처분했는 소식이 나왔다. 즉 둘 사이 분쟁이 종지부를 찍은 것.[5] 그런데 합병 관련 소송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고, 아직 일성신약의 합병 무효 소송은 남아 있는 상태다.
소송
하지만 엘리엇이 손 털었다고 해서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일성신약을 비롯한 다른 주주들은 여전히 주식매수청구 가격 조정 소송을 유지한 상태이기 때문.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주주들에게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 매입 가격은 합병 결의 직전을 기준으로 한 주당 5만7,234 원이었고,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은 이 가격이 너무 낮다고 주장한 것인데, 1심에서는 원고 패소, 즉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이 적절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2016년 5월 31일 서울고등법원은 합병설이 돌기 시작한 2014년 말을 기준으로 가격을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6만 6,602원이 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만약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삼성물산은 원고 측에 346억 6,394만 2천원을 추가 지급해야 하며, 만약 다른 주주들이 추가 소송을 제기하면 1천억 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 게다가 엘리엇이 합의를 보고 소를 취하했다고는 하지만 부제소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다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엘리엇이 소송을 제기하고 위와 마찬가지의 확정 판결을 받아낸다면 삼성 측으로부터 720억 원을 받아낼 수 있다.[6][7]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이유로 재판부는 이미 제일모직이 상장된 시점부터 합병설이 시장에 널리 퍼졌고, 그 이후에 주택건설 경기가 좋았는데도 삼성물산이 다른 회사에 비해 유독 건설 수주에 소극적이고 그룹 일감을 다른 계열사로 넘기는 것과 같이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삼성물산이야 당연히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하면서 상고할 뜻을 이미 밝힌 상태.
다만 이번 2심 판결은 통상 합병 결의 시점의 가격을 보통 적용해 온 관례를 인정해 온 그 동안의 법원 태도를 바꾼 것이라,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지는 의문인 상태다. 그네들이 그 동안 누구 쪽에 치우쳐 왔는지를 본다면 더더욱... 2심 재판부가 원고의 손을 들어준 이유가 아무래도 '합리적인 의심'이다 보니 대법원에서 '의심은 의심일 뿐 합리적이지 않다'고 해 버리면 그만이기도 하고...
아무튼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든, 지금과 같은 주식의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이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정하는 방식에 대한 불합리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주가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작하기 쉬운 한국의 증시에서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많다는 것. 외국처럼 자산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 문제가 있고 1년이 지나서 박근혜-최순실과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문제의 시작점은 최순실 딸인 정유라[8]. 있던 승마단까지 해체했던 삼성이 승마 선수인 정유라를 밀어주기 위해서 대한승마협회를 떠 맡고 10억 짜리 말을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종 지원을 아낌없이 밀어줬다. 그리고 그 투자의 대부분이 정유라 쪽으로 집중되었다. 정유라가 국제승마연맹 웹사이트의 자기 소개란에 소속팀을 ‘삼성’이라고 쓸 정도. 또한 2015년에는 마사회 허락도 안 받고 대한승마협회가 전 마사회 감독이자 국가대표 감독인 박 모씨를 독일로 파견했던 사실도 밝혀지면서 논란이 계속 커졌다.
이 의혹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은 삼성이 최순실의 독일 회사인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에 2015년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히 다른 재벌 대기업들은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을 통해서 돈을 꽂아줬는데 삼성만큼은 이 두 재단에 돈 낸 것도 모자라서 최순실의 독일 법인인 비덱에 직접 돈을 꽂아주었기 때문에 삼성과 박근혜-최순실 사이의 커넥션 의혹이 더더욱 짙어지고 있다. 결국 검찰이 삼성그룹 서초사옥을 비롯해서 삼성그룹의 주요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단순히 삼성이 최순실-정유라 모녀나 두 재단에 돈을 쏴줬다고 해서 그게 바로 합병 찬성 청탁이나 댓가라고 보는 것은 무리겠지만, 결정적으로 당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전문위원 중 한 명이 지인에게 ‘청와대의 뜻이다. 찬성을 표시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드디어 연결고리가 생겼다. 이 지인은 ‘합병이 부결되면 삼성그룹의 승계가 암초에 부딪히고 우리 경제에 중요한 기업에 충격이 올 수 있다. 국가 경제 혼란이 올 수 있으니까 찬성하는 게 옳다’고 '청와대의 뜻'을 이야기했고, 며칠 뒤에 또 전화가 와서 청와대 뜻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전달했다는 증언을 했다. 이 전문위원은 “‘청와대’를 곧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9]
게다가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고 나서 1주일 후인 7월 24일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더더욱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의에 대한 '청와대 오더설'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팀이 문형표에게 삼성합병을 찬성하라고 국민연금에 지시했다는 자백을 받아냈고 2016년 12월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홍완선 이사 역시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특검은 결국 최종보스 이재용에게도 뇌물죄와 횡령죄 등을 적용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만 2017년 1월 19일 법원에서 기각하고 만다. 하지만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특검은 대가성이 있었다는 거고 이재용은 박근혜의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줬다는 입장인데 이 사이에서 아직 특검의 손을 확실히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10] 그러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으나, 2심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되면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되어 석방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무죄 부분이 파기 환송되어 결국 파기 환송심에서는 이재용이 박근혜와 최순실(개명 뒤에는 최서원)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 86억8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과 피고 모두 재상고하지 않아서 이대로 형이 확정되었다.
누가 나쁜 놈인가
과연 앨리엇이 나쁜가 삼성이 나쁜가? 한국 언론들은 주로 국부를 약탈해 가는 사악한 벌처펀드라면서 엘리엇을 비난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누가 악당인가로 보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관점이고 물타기에 가깝다.
엘리엇이 악당인 건 분명 맞다. 하지만 악당이 끼어들었다고 해서 반대편이 자동으로 착한 편이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많은 공갈협박범들은 누군가의 약점을 잡아서 협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뇌물을 주고받는 걸 알게 된 어떤 건달이 그 일부를 내놓으라고 협박을 했다고 치자. 당연히 건달은 악당이다. 그렇다고 뇌물을 주고받은 공무원이 자동으로 착한 사람이 되는 건 절대 아니다. 또한 결국 원인 제공은 공무원이 한 것이다. 그가 뇌물을 쳐다도 안 봤다면 공갈협박이 통할 리가 없다.
위에 얘기처럼 티나는 범죄 행위는 아니지만 악당 엘리엇이 끼어들었다고 해서 삼성이 자동으로 착한 편이 되는 게 아니다. 엘리엇이나 삼성이나 어쨌거나 현행법으로는 합법의 범주 안에 드는 한도 안에서 온갖 권모술수를 부리고 있는 중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미 합병이 결정되었을 때부터 이재용의 상속을 위해서 삼성물산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있었고,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맞추기 위해서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2015년 상반기에 정부의 주택값 밀어올리기로 건설업 경기가 조금 나아지면서 건설주가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는데 유독 삼성물산만 그렇지 않았다. '래미안'이라는 잘 나가는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도 벌어진 현상이다. 의도적으로 사보타쥬를 했다는 논란도 존재한다. 여러 재건축조합에서 입찰 좀 들어오라고 사정했는데도 전부 걷어찼다는 것이다. 주택 경기가 조금 나아지면서 다른 건설사들은 주택 건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느라 경쟁이 치열했지만 삼성물산만 유독 부지를 하나도 안 샀다. 이쯤 되면 회사 차원의 건설 사업 사보타쥬에 가깝다. 딴 곳도 아니고 극우 성향이 강한 <월간조선>에서 제기한 문제다.
투기자본도 자본이다. 날마다 외국인 투자 받으려면 규제를 풀어야 하고 뭐는 어째야 하고... 하던 언론이 이번 합병 건을 두고는 투기자본 물러가라고 성토대회를 벌였는데. 투자 받는 입장에서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은 자기 입맛대로 골라 받을 수도 없는 거다. 투기자본이라고 아무나 막 건드리지 않는다. 소유지배구조가 불량한 기업, 그러니까 쉽게 잡아먹을 수 있는 기업이 주 공격 대상이다. 우리나라 재벌의 고질적인 문제가 소유지배구조나 불량한 건데,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국제 자본이 점점 더 우리 자본시장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추세를 막을 수 없다. 그런 시대에 자기 입맛대로 투자 받고 저놈은 투기자본이요, 하고 낙인 찍어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대한민국이 그렇게도 찬양해 마지 않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뭔가? 자본이 왕인 주의다. 자본을 투자했으면 그만큼 권리를 가진다. 자본만 투자하고 권리는 가지지 마, 오너 마음대로 경영할 거야 한다면 그것 역시 자본주의가 아니다.
기업계와 기득권 언론을 중심으로 이참에 먹튀자본이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마치 대다수 선진국이 다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만 안 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뻥이고, 사실상 미국 말고는 허용하고 있지 않거나 제한된 요건에서만 쓸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경영권 방어 기법에 대해서는 미국 안에서도 말이 많다.
각주
- ↑ 보통 경영권 분쟁이 붙으면 서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며 이때에는 시장에 나온 주식을 서로 매입하는 경쟁도 벌어지므로 주가가 뛰는 현상이 벌어진다.
- ↑ 일성신약은 항생제를 주력으로 하는 제약 회사지만 오히려 회사 수익은 투자로 많이 내고 있다. 창업자인 윤병강 회장은 일성신약 설립 전 동양증권(지금의 대우증권) 초대 대표를 지냈다.
- ↑ "외국인 외면받는 통합 삼성물산..지분율 계속 낮아져", <연합뉴스> 2016년 6월 1일.
- ↑ "삼성 공격 엘리엇, 검찰 수사 받는다", <한국일보>, 2016년 2월 24일.
- ↑ "삼성물산-엘리엇 분쟁 '종지부'.."세부내용 확인못해"", <머니투데이>, 2016년 3월 25일.
- ↑ "'삼성물산 주식매수가 낮다' 법원결정, 합병시장 영향은", <연합뉴스> 2016년 5월 31일.
- ↑ "삼성물산 '주식매수 청구가 재산정' 결정 파장은", <뉴시스> 2016년 5월 31일.
- ↑ 정유연에서 개명. 근데 이 집안은 어째 다들 개명을 하는 통에 사람들 헷갈리게 만든다.
- ↑ “청와대서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 찬성 종용했다”, <한겨레신문> 2016년 11월 17일.
- ↑ 그런데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는 이전에도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주범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존 리 전 대표, 배기가스 조작사건의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전 대표의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총수 영장 기각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