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덮밥
鰻丼(うなぎどんぶり, うなどん)。
밥 위에 양념을 발라 구운 민물장어를 얹은 덮밥 요리. 우리나라에서는 장어를 고기 굽듯이 바로 구워서 먹는 방법을 선호하지만 일본에서는 장어덮밥을 선호하며, 보양식으로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여름, 특히 복날에 보양식으로 보신탕삼계탕을 찾는 것처럼 일본인들은 여름, 특히 일본의 복날에 해당하는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1]에 보양식으로 장어를 찾는다. 바다장어로도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장어덮밥이라면 당연히 민물장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일본어로 장어덮밥을 뜻하는 우나기동에서 '우나기'가 민물장어를 뜻한다. 일본어로 바다장어는 우리도 종종 쓰는 아나고(穴子)인데, 이쪽은 양념구이보다는 텐푸라로 튀겨서 텐동으로 먹는 편이다. 장어덮밥으로는 민물장어 쪽이 압도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바다장어 덮밥도 지역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것들이 있다.
도쿄가 원조인 요리인데, 왠지 역사가 오래되었을 것 같은 느낌과는 달리 19세기 초에 등장했다.
밥 위에 그대로 장어를 올리는 동(丼)말고도 쥬(重)라는 것도 있는데, 네모난 찬합에 밥과 장어를 담은 것을 뜻한다. 그냥 덮밥처럼 밥 위에 장어를 올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위 사진처럼 밥과 장어를 따로 담아서 내는 곳도 있다. 나고야 일대의 명물인 히츠마부시처럼 완전히 특화된 스타일이 아닌 장어덮밥 전문점이라면 동과 쥬 둘 다 하는 곳이 많다. 쥬가 좀 더 장어의 양이 많고 비싼 편이다.
- 치바현 쪽에는 바다장어를 양념구이 해서 한 마리를 밥 위에 올리는 하카리메동(はかりめ丼)이 유명하다. 장어는 거의 그릇이 꽉 찰 정도 길이로 썬다.
- 히로시마를 비롯해서 세토우치 지역에는 아나고메시라는 바다장어덮밥이 있다. 이쪽은 타레라든가, 카바야키로 굽는 방식이 민물장어덮밥과 비슷하다.
굽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간토(관동)방식과 간사이(관서)방식으로 나뉜다. 간토방식은 등을 가른[2] 장어를 먼저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살짝 굽고, 한번 쪄낸 다음 양념을 발라 가면서 구워낸다. 간사이방식은 배를 가른 장어를 찌지 않고 곧바로 양념을 발라 구워낸다. 간토방식은 부드러운 식감을, 간사이방식은 쫄깃한 식감을 특징으로 한다.
간토와도 간사이와도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는 큐슈의 야나가와식 장어덮밥이 있는데, 여기는 밥 위에 카바야키로 한 번 구워낸 장어를 놓고 통째로 쪄내는, 세이로무시 방식으로 만든다. 이 지역에서는 이걸 그냥 세이로무시라고 부른다. 밥도 같은 소스로 버무려서 짓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약밥 비슷한 색깔을 띠고 있으며, 밥을 다 먹어 보면 아래가 막혀 있지 않고 수증기가 통하도록 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야나가와식은 그릇 둥근 돈부리는 보기 힘들고 기본은 우나기쥬다. 고명으로 달걀지단이 꼭 올라가는 것도 특징.
간토방식이든 간사이방식이든 마지막 단계는 장어에 꼬챙이 여러 개를 끼우는 카바야키 방식으로 숯불에 구워낸다. 장어를 구울 때 바르는 타레는 장어뼈를 주 재료로 우려낸 육수에 간장과 설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양념을 더한다. 장어를 구우면서 중간중간에 타레가 담긴 통 위에 놓고 타레를 끼얹거나 타레에 담그는 식으로 양념을 여러 차례 바르는데, 이 과정에서 역으로 장어의 기름이 타레로 떨어지면서 타레의 맛을 더해준다. 우리나라의 족발집이 족발 삶는 국물을 안 버리고 물과 양념만 추가해 가면서 길게는 몇십 년 쓰는 것처렁 일본의 유명한 장어덮밥집도 양념만 추가해 가면서 타레를 계속 사용한다. 심지어 몇백 년 동안 타레를 계속 사용하는 집도 있을 정도다.
장어덮밥에는 장어의 내장을 사용한 국물인 키모스이가 딸려 나온다. 유명한 장어덮밥으로 인정 받으려면 이 키모스이의 맛도 중요하며 아예 방송에서 키모스이가 맛있는 집 랭킹을 따로 소개하기도 한다. 키모스이와 미소시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게들도 있는데 웬만하면 키모스이를 선택하자. 미소시루는 딴 데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으니까.[3] 자세한 내용은 키모스이 항목 참조.
일본 사람들이 특히 여름 보양식으로 즐기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문점에서 제대로 먹으려면 아무리 싸도 2천엔 중후반 정도는 줘야 하고 보통은 3-4천엔은 내야 하므로 일본인들도 자주는 못 먹는다.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 양념한 장어를 진공팩에 담아 팔기는 하지만 맛이 많이 떨어진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도는 슈퍼마켓 장어 맛있게 먹는 방법은, 장어에 발라져 있는 양념을 흐르는 물론 씻어낸 다음 그대로, 혹은 시판하는 장어덮밥 소스를 따로 사서 바른 다음 데우는 것. 물론 이래도 전문점의 장어덮밥과는 차이가 나지만 그냥 먹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고 한다. 장어의 양념을 씻어내는 이유로는, 이렇게 진공팩에 넣어서 파는 장어의 양념은 반질반질 윤기가 나서 맛나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맛이 없다는 것.[4] 장어의 감칠맛은 속살에 들어 있기 때문에 양념을 씻어내도 장어의 맛 자체가 나빠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데우는 방법으로는 크게 프라이팬, 오븐이나 토스트, 전자레인지가 있는데, 이것도 어떻게든 맛나게 먹어보려고 별의별 레시피가 넘쳐난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일식집이나 장어요리 전문점을 중심으로 장어덮밥을 팔고는 있지만 일본만큼은 인기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덮밥보다는 고기처럼 바로 테이블에서 구워먹거나 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장어덮밥 보기는 쉽지 않다. 고급 도시락 대접은 받고 있어서 호텔에서 장시간 열리는 회의나 행사 같은 데에 장어덮밥이 도시락으로 제공되는 일도 있다. 아예 장어양념구이가 간편식으로 나오기도 하므로 집에서 밥을 지어 장어구이를 올리는 식으로 간단히 만들 수도 있다. 아예 밥도 햇반 사서 전자레인지 돌리면 더 쉬워진다.
가끔 편의점에서 한정판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5~6천원 정도로 가격대가 높다. 일부 편의점은 예약만 받기도 한다. 그래도 장어의 가격을 생각하면 싼 편으로 보이는데, 민물장어이긴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에서 수입해서 쓰므로 가격대가 저렴하다.
각주
- ↑ '도요'는 입·춘·하·추·동의 각각 직전 18일 간을, 그리고 '우시'는 이 18일 중에서 12간지의 '소'에 해당하는 날을 뜻한다. 도요노우시노히는 입추 직전 18일 중에서 소의 날에 해당하는 날이므로 1년에 한 번 있는 해도 있고 두 번 있는 해도 있다.
- ↑ 간토 쪽에서는 배를 가르는 것은 할복을 연상시킨다고 꺼려서 대신 등을 가른다고.
- ↑ 물론 장어덮밥집의 미소시루는 장어 내장을 사용하므로 흔한 미소시루와는 다르지만 키모스이가 더욱 특별한 놈이다.
- ↑ "かば焼きのタレは水で洗う 「安い」うなぎでも絶品に", 日本経済新聞, 2021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