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바사키
手羽先(てばさき)
닭고기의 날개 부위 중에서도 끄트머리를 뜻한다. 한자를 봐도 새 날개를 뜻하는 手羽와 앞쪽, 즉 끄트머리를 뜻하는 先이 합쳐져 있다. 몸통에 가까운 쪽은 테바모토(手羽元)라고 한다. 닭날개 중 윙에 해당되는 부위가 테바사키이고, 닭봉 혹은 드럼스틱이라고 부르는 게 테바모토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 보면 '연골이 많고 살이 적어 튀김·꼬치구이나 국물 우려내는 데 쓴다'고 되어 있다.[2]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는 치킨윙이 된다.
일본 나고야에서는 카라아게 쪽으로 발달해서 엄청 인기 있는 음식으로 흥하고 있다. 나고야 코친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역 특산 닭이 유명한 동네라서 닭고기 요리도 발달했는데. 저렴한 요리로 발전해서 유명해진 게 테바사키. 나고야메시를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라 나고야의 음식점, 특히 맥주 파는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나고야 바깥으로도 점점 퍼져서 이자카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테바사키 카라아게
나고야에서 흥하는 음식은 정확하게 말하면 테바사키 카라아게, 즉 닭날개 튀김인데 그냥 줄여서 테바사키라고 흔히 부른다. 튀김옷을 입히지 않거나 녹말로 얇게 입혀서 튀겨낸 다음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를 뿌려서 낸다. 나고야 일대 이자카야에는 거의 필수 메뉴이고, 이제는 나고야를 넘어서 다른 지역의 이자카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미국에도 버팔로 윙이라는, 같은 부위를 튀겨내는 요리가 있는데, 만드는 방법도 상당히 비슷하고 마지막에 소스를 바르는 것도 비슷하다. 일본판 버팔로 윙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프라이드 치킨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맞는다. 우리나라에도 간장양념 치킨이 있으니 낯익은 맛처럼 느껴지도 하다. 다만 한국에 비해 간이 짜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3]
나고야에서 워낙 유명한 음식 중 하나다 보니, 테바사키 양념을 응용한 과자들을 나고야 일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한 과자들이 이쪽 지역 한정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가루비의 쟈가비는 나고야 지역 한정으로 테바사키 맛을 팔고 있다. 반대로 세카이노야마챵에서는 자기들 브랜드를 건 과자나 안주 제품을 판다.
양대 라이벌
원조로 인정 받는 곳은 후라이보(風来坊)라는 곳이다. 그런데 창업주는 키타큐슈 출신. 일본 나고야시와 아이치현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일본의 여러 지역은 물론 미국에도 분점을 냈다. 한편 대중들에게는 세카이노야마챵(世界の山ちゃん)도 인지도가 높은데 대만과 태국에도 지점을 냈다. 후라이보는 테바사키의 원조라는 존재감과 지역 기반에 좀 더 충실하다면 세카이노야마챵은 일본의 체인점 이자카야들과 비슷한 비즈니스 노선을 추구하는 듯하다. 일단 메뉴에 엄청난 수의 요리를 깔아놓은 것만 봐도 차이가 드러난다.[4] 둘의 메뉴를 봐도 차이는 분명한데, 후라이보는 사진이 별로 없이 음식 이름만 죽죽 쓰여 있는 상당히 불친절한 (지역 기반 이자카야들은 대부분 이렇다) 스타일이라면 세카이노야마챵은 대형 체인점 스타일의 이자카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을 곁들인 큼직한 메뉴를 제공한다. 세카이노야마챵은 주식회사 형태로 비즈니스 지향이라 테바사키에 쓰는 양념을 활용한 과자 제품도 만들고 있다. 두 체인이 테바사키계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분점 수는 후라이보가 약간 많지만 비슷한 수준. 나고야와 아이치현 안에는 후라이보가 지점이 더 많은 반면 그밖에 지역으로는 세카이노야마챵이 더 많다. 둘 사이의 스타일 차이를 간단히 보면,
- 후라이보 쪽이 약간 더 후추의 매운 맛이 강하다.
- 세카이노야마챵은 날개죽지 끄트머리까지 사용하는 데 반해, 후라이보는 날개죽지의 통통한 부분만을 사용한다.
- 후라이보는 참깨를 뿌려 낸다.
- 세카이노야마챵은 좀 더 달달한 양념을 진하게 바른 쿠로테바사키라는 것을 제공한다. 달달한 간장 소스를 진하게 바른 쿠로테바사키(黒手羽先)는 어째 교촌치킨의 윙을 생각나게 만든다. 후라이보는 양념 종류가 한 가지다.
- 후라이보는 테바모토(手羽元)카라아게라는 것도 판다. 날개 부위에서 몸통에 가까운 부분을 뜻한다.
사실 닭날개라는 게 살코기가 많지는 않아서 고기의 양으로 보면 그닥. 그런데 발라먹는 게 그리 어렵지 않고, 그렇다고 아주 간단한 것도 아니라서 알뜰하게 잘 발라먹다 보면 은근히 시간도 걸리고 짭짤한 간에 튀김 특유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 덕분에 맥주도 잘 넘어간다. 나고야판 치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맥주 안주로 궁합이 잘 맞는다. 보통 배달은 안 해 주지만 테이크아웃은 해 준다. 특히 세카이노야마챵에 갔다면 일본 지비루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긴가코겐(은하고원) 생맥주는 꼭 먹어보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1인분의 양이 얼마 안된다. 원래 일본 이자카야가 다 그렇지 뭐. 주문할 때 보통은 몇 인분을 시킬 건지 물어본다. 둘이서 맥주와 함께 넉넉하게 먹을 요량이라면 4인분 정도는 시켜야 하는데, 여러 가지 다른 음식들도 갖추고 있으므로 테바사키만 주문하는 것보다는 미소쿠시카츠나 다른 안주와 함께 먹는 편이 낫다.
먹는 방법
살은 많지 않고 뼈가 많은지라 좀 먹기가 성가시다. 손에 기름 안 묻히려고 포크나 젓가락으로 낑낑대고 있으면 짜증날 수도 있다. 그냥 손으로 잡고 먹는 게 상책. 세카이노야마챵에서 설명하는 방법을 기준으로 한다. (아래 그림의 밑바닥 부분에 그림과 함께 설명이 있다)
- 관절 부분을 비틀어서 끊는다.
- 큼직한 부분부터 먹는다. 살을 이빨로 물고 손으로 뼈를 잡아당겨서 살코기를 쑥 뽑아 먹는다.
- 아직 뼈에 살코기와 물렁뼈가 붙어 있다. 알뜰하게 발라 먹자.
- 아까 비틀어 끊었던 부분 중 작은 쪽에도 살코기와 연골이 있다. 버리지 말고 먹자. 먹어 보면 오도독 씹히는 끄트머리가 상당히 맛있다.
- 제대로 잘 발라 먹었다면 뼈다귀만 남는다.
이번에는 후라이보 방식을 살펴보자. 후라이보는 날개죽지의 끝부분을 쓰지 않으므로 관절 부분을 비틀어 끊을 일은 없다. 하지만 먹는 방법을 네 가지나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든 먹다 보면 저 네 가지 중 하나는 걸린다. 사지선다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어울리는 방식.
- 방법 A
- 양쪽 끝을 잡고 관절 부분의 방향을 아래로 구부린다.
- 뼈가 튀어나온다.
- 아래까지 쭉 잡아당긴다.
- 고기만 한 입에 덥석 먹어치운다.
- 방법 B
- 관절의 끝단을 떼어내고 둘로 나눠서 각각을...
- 좌우로 나눈다.
- 하나씩 먹는다.
- 뼈에 육즙을 머금은 나머지를 입에 넣고 쪽 빤다.
- 방법 C
- 관절의 끝단을 떼어낸다.
- 뼈를 하나씩 비틀어서 쑥 빼낸다.
- 남은 뼈 하나도 뽑아낸다.
- 고기만 먹는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굳이 이런 것까지 가르쳐 주실 필요는... 안 그러면 뼈까지 와작와작 씹어먹다가 이빨 부러졌다고 소송 걸까봐 그러는 건가.
- 방법 D
- 관절의 끝을 떼어낸다.
- 테바사키를 덥석 입에 문다.
- 뼈만 뽑아낸다.
- 빨아먹으면 깨끗하게 먹을 수 있다.
그밖에
나고야에서는 카라아게로 흥하고 있지만 일본 전역에서는 야키토리의 재료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야키토리 전문점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서양의 버팔로 윙도 이 부분을 튀겨서 소스를 바르는 것이라 닮은 점이 많다. 살은 적지만 쫄깃쫄깃한 맛, 그리고 손으로 쉽게 들고 먹기 좋아서 인기가 많다.
닭날개 부위는 닭뼈 육수를 낼 때에도 종종 쓰이는 부위이기도 하다. 사실 살은 별로 없고 뼈가 대부분이라 국물 내기에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