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 에일
Pale ale.
Fail ale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풀면 '창백한 색깔의 에일'이라는 뜻이며, 에일 맥주의 종류 중 하나로 에일 중 가장 많이 소비하는 종류이기도 하다. 색깔 차이는 제품마다 차이가 은근히 꽤 나지만 금색 또는 밝은 금색을 띠며 빛깔로 보면 라거와 비슷하다. 하지만 향과 맛은 라거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에일 특유의 시트러스 과일향, 날카로운 몰트 향미와 쓴맛을 내기 때문에 라거보다는 확실히 향미가 강하고 무게감이 있다. 그래도 에일 중에는 가장 덜 묵직하고 화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입문용 에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름에 맞게 가벼운 스타일로 만드는 '서머 에일'도 있다. 특히 에일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는 가장 널리 마시는 에일이며, 영국에서는 bitter라고 부른다.
페일 몰트와 홉을 사용하고 에일이니 당연히 상면발효로 만든다. 다른 몰트를 블렌딩해서 좀 더 빛깔이 짙은, 연한 갈색을 띠는 것까지도 있지만 페일 몰트의 비율이 높으면 페일 에일로 분류한다. 에일의 본진 영국은 물론이고 호주, 뉴질랜드의 펍에서도 가장 널리 마시는 에일인만큼 갖가지 페일 에일이 넘쳐난다. 흔히 생각하기로는 색깥이 짙을수록 술이 강할 것 같지만 흑맥주와 같은 색깔 짙은 맥주의 원료 몰트는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당화효소가 망가지는 반면 페일 몰트는 건조 과정에서 최대한 당화효소를 살리기 때문에 맥아로부터 당분도 더 많이 뽑혀 나오고 그에 따라 술의 알코올 도수도 더욱 강해진다. 벨기에 쪽으로 가면 알코올 도수가 10도가 넘어가는 페일 에일 계열도 즐비하다.
보통 페일 에일보다 홉 양을 두 배 또는 그 이상으로 많이 넣어서 홉 향미가 강렬한 것을 인디아 페일 에일(IPA)이라고 부르며 특히 크래프트 비어 열풍을 타고 인기가 크게 올라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에일은 몰라도 IPA는 아는 사람들도 많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위에서 fail ale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fail ale이라는 게 있긴 하다. 속어 표현으로 말오줌 같은 맛 없는 맥주를 뜻하기도 하고. Fail Ale이라는 유머러스한 이름을 달고 나오는 맥주들도 검색해 보면 꽤 나온다. 또한 스코틀랜드에는 Lia Fail Ale이라는 유명한 맥주가 있는데, 여기서 'Lia Fail'이란 게일어로 '운명의 돌'을 뜻하며, 옛날에 대관식 때 사용되었던 돌로 아일랜드의 타라 언덕에 있는 유적이기도 하다. 발음도 '페일'[1]이 아니라 '포일'이다. 이 맥주는 pale 에일이 아니라 다크 에일 계열이다.
각주
- ↑ 물론 여기서 'ㅍ'는 p 발음이 아니라 f 발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