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
Hof집.
한국식 맥줏집을 가리키는 말이다. 생맥주를 주종으로 하고 그에 맞는 안주를 갖춰서 맥주도 마시고 배도 채우는 기능을 하는데, 나름대로는 독일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소시지를 비롯해서 서양 느낌이 나는 안주들을 가지고 있지만 상당히 한국화된 스타일이 많다. 쥐포구이, 마른오징어, 골뱅이무침, 떡볶이와 같이 한국 아니면 보기 힘든 안주들도 있고,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집도 매장 영업을 하는 곳은 거의가 호프집을 겸하고 있다. 대부분 호프집은 소주도 판다.
'호프'라고 하니까 맥주에 들어가는 재료인 홉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건 hop이고 호프집은 'hof'집이다. Hof는 독일어로는 담이나 울타리로 둘러싸인 장소, 안뜰, 농장, 왕궁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독일 뮌헨에 있는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äuhaus)[1]를 어원으로, 1986년에 서울 대학로에 문을 연 OB호프[2]가 처음으로 '호프'라는 말을 사용한 맥줏집이라고 한다. 당시는 OB맥주가 직접 뛰어들어서 경영했지만 지금은 분리되었다. OB호프가 인기를 끌고 을지로입구, 논현동[3]을 비롯해서 사무실 밀집 지역에 매장을 내고 성공을 거두면서 '호프'가 맥줏집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고 '호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맥줏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호프집이라는 말이 정착되었다. 심지어는 "이따 호프나 한잔 할까?"라는 식으로 '호프'가 맥주를 대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대학교 앞 호프집들은 주로 싼 가격과 푸짐한 안주를 무기로 장사를 했다. 대학교 앞 호프집의 모둠안주 이름으로 '아무거나'가 한때 유행했는데, 주로 값싸고 배 채우기 쉬운 여러 가지 튀김을 위주로 큰 접시에 수북하게 올려주는 식이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호프집이 조금씩 시들해지는 추세로 가고 있다. 수입 맥주가 슬금슬금 치고 들어오기 시작하고, 일본식 이자카야, 영국식 펍이나 바를 비롯해서 술집의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맥주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지는 추세로 가고 있는지라, 호프집 체인점들 중에도 문을 닫는 곳들이 늘어나는 추세.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봉구비어를 필두로 감자튀김이나 쥐포 같은 값싸고 간단한 안주에 생맥주를 저렴한 가격으로 마시는[4] 형태의 호프집이 '스몰비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봉자비어, 봉주비어를 비롯한 유사 브랜드들까지 등장하고 '스몰비어'라는 이름답게 작은 공간에서도 영업할 수 있으므로 동네까지 파고 들어 있다. 또한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의 위세가 여전한 데다가 심지어 해외에서도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라 프라이드 치킨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식 호프집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저렴한 안주인 노가리를 주력으로 하는 스몰비어 형태의 호프집 역시 만만치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