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 Reduction System.
DRS라고 줄여서 많이 부른다. DRS로도 이 항목에 들어올 수 있다. 단어의 뜻 그대로 풀어보자면 물체가 유체 속을 이동할 때에는 유체가 물체를 이동하는 반대 방향으로 밀어내는 힘, 즉 항력이 발생하는데 이 항력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DRS는 F1을 중심으로 한 모터스포츠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로, 레이싱 카의 항력을 일시적으로 줄여줌으로써 속력을 더 올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레이싱 카는 커브에서 타이어를 지면에 꽉 붙여서 그립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더 빠르게 커브를 돌아나가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특히 포뮬러 카는 앞뒤 날개, 디퓨저 및 갖가지 공기역학 장치들을 통해서 일반 차량이나 스포츠 카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다운포스를 만들어 내는데, 문제는 이렇게 다운포스가 늘어날수록 항력도 따라 늘어난다는 것. 커브 구간에서는 다운포스가 주행 성능에 중요하지만 직선 구간에서는 다운포스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항력 때문에 직선에서 가속에 손해를 본다. DRS는 주로 직선구간에서 일시적으로 다운포스아 항력을 감소시키고 그 효과로 직선에서 추가로 속도 향상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DRS가 쓰이는 이유는 어떤 차량을 뒤따르는 차량이 좀더 앞지르기를 쉽게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레이스에서 앞차를 쫓아가는 차량이 성능이 아주 우월하지 않아도 앞지르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슬립스트림 때문이다. 물체가 유체 속을 움직일 때 유체는 흐름이 위 아래로 갈라지면서 물체 바로 뒤의 일정한 공간은 공기 밀도가 많이 낮아진다. 뒷차가 이 공간 안에 있으면, 즉 슬립스트림을 타게 되면 항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속에서 이득을 보고, 이를 통해 앞지르기를 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레이싱 카 설계자들은 차량 뒤의 공기 흐름을 최대한 교란시키는 설계를 한다. 차량 뒤로 뿜어 나오는 배기가스나 공기역학적 장치들을 통해서 뒷차가 받는 공기의 흐름을 최대한 나쁘게 만드는데 이것을 더티 에어라고 한다.
공기역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뒷차로 가는 공기의 흐름을 최대한 나쁘게 만드는 기술도 많이 발달하다 보니 슬립스트림의 효과가 많이 줄어든 편이고, 그만큼 레이스에서 앞지르기도 줄어들다 보니 경기가 재미 없어지고 순위도 잘 뒤집히지 않는 문제가 점점 커져갔다. 레이스가 재미 없어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등장한 방법 중에 하나가 DRS다.
원리
가장 잘못 알려진 것 중 하나는 뒤쪽 날개의 각도를 조정함으로써 다운포스와 항력을 떨어뜨린다는 관점이다. 물론 이것도 한 가지 요소이긴 하지만 주된 요소는 아니며, 그보다는 뒤쪽 날개를 타고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깨뜨림으로써 오는 효과가 더욱 크다.
F1 카를 기준으로 볼 때, 뒤쪽 날개는 크게 두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쪽 날개는 메인 플레인, 즉 주 날개이며 위쪽 날개는 플랩(flap)이라고 한다. 비행기에서는 이착륙 때 높은 양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플랩을 넣었다 뺐다 하는데, 레이싱 카에서는 반대로 높은 다운포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플랩을 사용한다. 이 날개 두 장 사이에는 미세한 틈이 있어서, 이 사이를 공기가 타고 나가서 플랩의 아랫단을 타고 흐른다. 다운포스를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 날개들을 타고 흐르는 공기가 날개의 표면을 따라서 매끄럽게 흘러줘야 한다.
DRS는 이 두 장의 날개 중에서 위쪽의 플랫을 가동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DRS를 작동시키면 플랩의 앞쪽이 약간 위로 들어올려진다. 그러면 플랩의 각도가 약간 낮아지므로 받음각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다운포스 및 항력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날개 사이의 틈이 상당히 벌어진다는 것이다. 틈이 좁을 때에는 공기가 이 사이로 빠져나가서 플랩의 아래를 타고 매끄럽게 흘러나가지만 틈이 벌어지면 공기가 사이를 그냥 뚫고 나가면서 플랩 아래 쪽의 공기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게 깨어진다. 이러면 비행기로 말하면 일종의 실속(stall) 효과가 일어나서 다운포스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항력 역시 크게 줄어든다. 이를 통해 직선 구간에서 가속에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사용 규칙
현재 F1에서 쓰이는 DRS는 다음과 같은 규칙으로 운영한다.
- 각 경기장마다 DRS를 사용할 수 있는 구간, 즉 DRS 존(DRS Zone)을 마련한다. 하나일 수도 있고 2~3개 구간일 수 있다.
- 각 DRS 존 앞에는 DRS 사용 여부를 측정하는 지점을 마련한다. 이 측정 지점에서 두 차량 사이의 격차가 1초 이내일 경우, 뒤를 쫓는 차량은 DRS를 사용할 수 있다.
- 측정 지점에서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이 DRS 존 안에 들어오면 DRS를 작동시킬 수 있다. 이는 곧 DRS 존 안에서 격차가 얼마든 관계 없이 오로지 그 전에 있는 측정 지점에서 측정한 격차만으로 DRS 사용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DRS 존이 끝나는 지점에서 DRS가 꺼진다.
- 레이스 시작 뒤 2랩 동안은 DRS를 쓸 수 없다. 3랩부터 쓸 수 있다. 이는 세이프티 카가 나왔다 들어간 후, 레이스가 중지되었다가 재시작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 그밖에 코스 상황이 위험하거나, 날씨가 나쁘거나 할 경우에는 레이스 디렉터 판단으로 DRS 사용을 중지시킬 수 있다.
단, 앞 차량과 격차가 1초 이내일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레이스 때에만 해당하며 자유 연습주행이나 예선 때에는 누구든 DRS 존 안에서 DRS를 사용할 수 있다.
논란
DRS는 종종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는 놈인데, 가장 큰 비판은 앞지르기를 위해 너무 어거지를 부리는 거 아니냐는 점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서킷에 DRS 존을 지정해 놓고 격차가 1초 안에 들어올 때에만, 뒤를 쫓는 차량에만 DRS를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레이스를 차량과 드라이버의 경쟁이 아닌, 인위적인 장치 조작으로 앞지르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 또한 위험 부담이 있는 앞지르기를 피하고 다른 곳보다 손쉬운 DRS 존 안에서만 앞지르기를 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심심하면 폐지론이 나오곤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DRS가 없으면 앞지르기가 너무 안 나와서 역전극도 안 생기고 레이스가 재미 없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유지되고 있지만, FIA에서는 더티 에어를 줄이는 방향으로, 그리고 차량 간 성능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편하는 데 성공하면[1] DRS를 없앨 가능성은 있다.
지금으로서는 DRS가 가장 나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영상. AUTOSPORT.COM에서 제작한 것이다.
그때문에 F1을 넘어서 다른 포뮬러 카에서 DRS가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2015년에는 F2에도 DRS가 적용되었고 2017년에는 GP3에도 도입되었다. GP3 제원의 차량이 2019년부터 F3 국제 시리즈에 쓰이면서 DRS도 함께 도입되었다. 투어링카인 독일 DTM에도 2013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