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피킹
Cherry picking.
말 그대로 해석하면 '체리 따기'지만 속뜻은 다양한 집단 안에서 가장 좋은, 또는 목적에 가장 잘 맞는 것, 혹은 그런 사람만 쏙쏙 뽑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쓰는 표현으로는 취사선택 정도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목적에 어울리는 사물이나 정보, 사람을 고르는 것 자체는 뭐라 할 일은 아니겠지만 특히 체리 피킹이라고 할 때에는 합리적이거나 객관적이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이나 주관 쪽으로 많이 편향되어 있는, 특히 부당할 정도로 편향되어 있을 경우를 암시한다. 즉, 좀 안 좋은 뉘앙스가 깃들어 있다.
어원은 말 그대로 체리 따기, 즉 체리를 수확하는 것에서 왔다고 한다. 체리를 수확할 때에는 나무에 열린 체리 중에서 가장 잘 익고 탱탱한 녀석만 골라서 따고 별로인 녀석은 따지 않을 텐데, 그렇게 수확한 체리만 본 사람은 그 과수원의 모든 체리가 다 그렇게 잘 익고 탱탱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여기서 온 말로, 전체의 일부만 취사선택하고 이것만 보여주면 이걸 본 사람들은 전체가 다 그럴 거라고 착각하기 쉬운 현상을 표현하는 비유에서 유래되었다.
체리 피킹의 예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협상을 할 때 나에게 유리한 조건만 골라서 집어넣고, 그렇지 않은 조건은 집어넣지 않으려고 하는 것.
-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가 있을 때, 수많은 정보 중에서 내가 지지하는 주장과 일치하는 것만 골라내서 묶어 보여주고 그렇지 않은 주장은 싹 무시해 버리는 것.
- 위원회를 구성할 때 후보군 중에서 능력이나 전문성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향을 지지해 줄 거수기만 골라서 뽑는 것.
- 여러 가지 일들 중에 내가 할 일을 고를 때, 필요한 일이나 해야 하는 일보다는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 위주로 고르는 것.
인터넷에서 어떤 주장을 하는 글에서 체리 피킹을 흔히 볼 수 있다. 쟁점이 되는 사안이 있고, A와 B 주장을 서로 맞부딪치고 있는데 나름대로의 근거들이 있다. 그런데 A와 B를 지지하는 인터넷 글들을 보면 각자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과장되게 제시하고 주장과 반대되는 근거는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만약 이런 식의 사회적 이슈에서 정부가 100가지 정도의 요소들을 고려했고, 그 중 A에 도움이 되는 근거가 80이고 B에 보탬이 되는 근거가 20이어서 평가한 끝에 A로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B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A를 뒷받침하는 80가지 근거는 싹 무시하고 B에 유리한 20가지 근거만을 내세워서 정부를 비난한다. A를 뒷받침하는 80가지 근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B를 지지하는 20가지 근거만 늘어놓은 글만 보면 정부가 멍청하게도 이런 근거를 싹 무시하고 A를 밀어줬다고 비난할 것이다. 물론 토론이란 자신에게 유리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정당성을 역설하게 마련이고, 자기에게 불리한 근거를 굳이 대면서 자해행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단물만 빼먹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말로 종종 쓰인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나 멤버십을 만들면 여러 가지 혜택이 제공되는데, 혜택을 제공하는 쪽에서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소비를 더 많이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목적에는 전혀 도움이 되면서 혜택만 쏙쏙 빨아먹는 소비자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체리피커라고 부른다. 나름대로 어원도 생겼는데, 케이크 위에 장식으로 놓인 체리만 쏙 빼먹는다는 의미에서 왔다고 한다. 난 체리보다는 생크림이랑 쉬폰 케이크가 더 맛있는데. 일본에서는 딱 이런 의미보다는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는다든가, 싸게 파는 물건만 골라 산다든가 하는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