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위키
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4년 8월 15일 (목) 01:46 판 (→‎음식)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이매패강 굴목 굴과에 속하는 동물. 조개의 일종으로 특히 조개, 더 나아가 생선을 제외한 수산물 중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먼 옛날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식재료이며, 세계적으로 가격도 비싸고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 조개다.

스시와 같은 일식 문화가 서양권으로 퍼지고 정착되기 전까지 서양 사람들은 수산물을 날것으로 먹는 것을 거의 혐오 수준으로 싫어했는데, 딱 한 가지 예외가 굴이다. 이미 로마시대 때부터 생식 문화가 보편화 되어 있었다. 유명 인사들이 굴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하루에 수십 개, 많게는 백 단위로 까먹었다는 기록들도 즐비하다. 오히려 서양에서는 굴을 익혀서 먹는 요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은 굴 값이 싸기로 유명하다. 외국인, 특히 서양 사람들이 겨울에 한국에 오면 가장 놀라는 게 자기들 눈에는 말도 안 되게 싼 굴값이다. 서양에서는 한 개에 몇천 원에서 만 단위로 가는 굴이 한국에 오면 몇 분의 1 가격밖에 안 하는 데다가 질이 떨어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환경이 굴이 자라기에도 좋지만 일찌감치 굴 양식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것이 비결. 이웃 일본과 비교해도 정말 싸다. 특히 봉지굴은 굴을 까서 비닐 튜브에 넣고 물을 조금 채워서 밀봉하는데, 제철에는 굴이 10알 정도 들어가 있는 한 봉이 1만 원도 채 안 할 정도다. 다만 봉지굴은 생식하기보다 익혀서 먹는 게 안전하다.[1]

음식

굴 값이 싼 덕인지 몰라도 한국에는 굴을 응용한 요리들이 정말로 다양하다. 가장 기본은 다른 나라들처럼 날로 먹는 것. 한국인들은 주로 초고추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김장김치에 굴을 넣는 것을 선호하는 집도 많은데, 특히 농촌에서는 김장하는 날이면 동네 술판이 벌어지게 마련이라 아예 김치속을 따로 준비해서 굴에 무쳐서 막걸리와 같이 먹곤 한다. 겨울철에는 굴보쌈을 계절음식으로 준비하는 보쌈집도 많다. 다른 조개구이와 비슷하게 불에 구워서 먹기도 하며, 이 때에도 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국물 요리로도 사랑 받는 재료로, 당장에 굴국밥에도 들어가며, 미역국에 굴을 넣어서 끓이기도 하고, 겨울철을 대표하는 중화요리로는 굴을 넉넉하게 넣어 국물을 낸 굴짬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짬뽕고춧가루로 빨갛게 국물을 내는 게 기본이지만 굴짬뽕만큼은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백짬뽕이 정석이다. 설날 떡국에도 고기와 함께 굴을 넣어서 시원한 국물을 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조개가 거의 필수로 들어가다시피 하는 순두부찌개에도 굴이 들어간 굴순두부가 있다.

전의 재료로도 자주 쓰인다. 당장에 굴전은 겨울철 모둠전의 필수요소이고 설날 차례상에도 종종 모습을 보인다. 빈대떡 전문점에 가면 메뉴에 최소 겨울철 한정으로라도 굴빈대떡이 있다. 제철이 겨울인만큼 겨울철에는 갖가지 굴 요리들이 넘쳐난다.

일본의 경우 히로시마가 굴로 유명하다. 히로시마는 세토내해를 끼고 있는데, 이곳이 일본의 굴 산지로는 단연 으뜸. 특히 겨울철에는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에 이 녀석이 빠지면 섭섭할 정도니 이 시기에 간다면 꼭 굴이 들어간 오코노미야키는 먹어 보자. 날것으로도 먹을 수 있고 간단한 철판구이로도 먹을 수 있다. 간사이 지역에도 굴이 제철일 때에는 굴이 들어간 오코노미야키를 팔며, 오카야마현 남동부 끝자락에 있는 항구마을인 히나세라는 곳은 '히나세 카키오코'[2]라는, 간사이식이지만 굴이 넉넉히 들어간 오코노미야키가 명물이다.

홋카이도 역시 굴이 많이 나는데 특히 동부의 앗케시(厚岸)가 유명하며, 낮은 수온 덕에 생육이 느려서 1년 내내 굴을 먹을 수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일본은 폰즈 소스를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굴 요리를 만날 수 있다. 가격이야 한국보다는 비싸지만... 굴에 튀김옷빵가루를 입혀 튀겨내는 굴튀김, 일본어로 카키후라이(カキフライ)도 인기 있는 일본 경양식으로, 특히 겨울에는 에비후라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라이벌 급이다.

Oysters and sparkling wine.jpg

서양에서는 특별히 조리하지 않은 생식이 일반적이다. 굴에 가볍게 레몬을 뿌려 먹는 정도. 의외로 타바스코 소스도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에서 초고추장을 찍어 얹어 먹는 것과 비슷하다. 짠맛이 있기 때문에 굳이 소금 겉은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히 화이트 와인과 곁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가장 고급진 매칭은 뭐니뭐니해도 샴페인. 꼭 샴페인이 아니더라도 단맛이 적은 스파클링 와인과는 궁합이 잘 맞는다. 거품이 없는 화이트 와인도 좋다. 샤블리도 손꼽히는 와인 매칭이며, 뉴질랜드에서는 소비뇽 블랑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편 중화권에서는 소스로도 크게 히트를 쳤다. 우리도 많이 들어 본 '굴소스'가 바로 그것. 그런데 생각보다 역사는 별로 오래 되지 않았다. 원래 요리를 하다가 지나치게 졸이는 바람에 망친 것을 맛 보고 나서 의외로 맛이 좋아 소스로 개발한 것인데, 이제는 중화요리에는 거의 필수품처럼 쓰일 정도로 짧은 기간에 자리를 확 잡아버렸다.[3]

독성

여름에는 굴을 먹는 것이 금기시 되어 있는데, 산란기에는 몸 속에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베네루핀(venerupin)이라는 독성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굴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바지락이나 모시조개에도 있다. 1968~1969년에 거제군 장승포읍에서 90명이 중독되어 18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조사 결과 그 원인이 바지락에 들어 있는 베네루핀이었다.[4] 서양권에서는 'R'자가 들어가는 달에만 굴을 먹는다는 속설이 오래 전부터 퍼져 있었는데, 9월(September)부터 4월(April)이 여기에 해당한다. 즉 5월부터 8월까지는 굴을 먹는 게 금기시 되었다는 뜻. 그런데 우리나라는 베네루핀 사고가 자주 생기는 시기가 3~4월이기 때문에 봄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딱 이 시기가 굴의 산란기다.

그런데 욕망의 화신인 인간들은 어떻게든 여름에도 굴을 먹을 방법을 찾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삼배체 굴이라는 것이다. 삼배체란 염색체 수가 기본보다 3배인 개체를 말한다. 감수분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식능력을 잃어버린다. 씨없는 수박이 바로 이런 경우.[5] 생식능력이 없으므로 산란기에 굴 속에 생기는 독소가 생기지 않는다.[6] 내가 고자라니 게다가 생식능력이 없어서 섭취한 영양분을 번식에 쓸 일도 없기 때문에 보통 굴보다 크기도 크다.

각주

  1. 사실 한국의 굴 양식 환경이 노로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의 증식에 취약한 실정이라, 생식용 굴 조차도 완전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2. 카키(굴) + 오코노미야키 = '카키오코'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3. 다만 일반적인 굴소스MSG 맛이라도 해도 좋을 정도다. MSG 맛이 아닌 진짜 굴의 감칠맛을 이용하려면 프리미엄급은 써야 한다.
  4. "조개독 베네루핀(Venerupin)과 테트라민(Tetramin)", FSIS 수산물안전정보.
  5. "삼배체(triploid)", 과학문화포털 사이언스올.
  6. "독소 없는 굴과 샤블리, 꿀 같은 ‘여름의 맛’", 한겨레, 2021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