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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를 비롯한 | [[보리]]를 비롯한 곡물의 싹을 틔운 것. 넓게 보면 곡물 전반에 해당될 수 있지만 이름에 보리 맥(麥)자가 들어가는만큼 보통은 보리(대맥)나 소맥(밀), 그 중에서 주로 보리를 발아시킨 것을 가리킨다.<ref>밀을 재료로 한 것은 보통 [[밀맥아]]라고 따로 구분해서 부른다.</ref> 과정에서 [[당화효소]]인 디아스타제가 만들어지므로 곡물의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작용을 한다. [[맥주]]를 만들 때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주요 재료이며 [[몰트 위스키]]나 [[스카치 위스키]]<ref>정확히는 [[스카치 위스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어차피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것이다.</ref>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몰트 비어니 [[몰트 위스키]]니 할 때의 [[몰트]](malt)가 바로 맥아다. 넓은 의미로는 [[보리]] 말고도 [[밀]], [[호밀]], [[귀리]], [[쌀]], [[옥수수]]와 같은 다른 [[곡물]]의 싹을 틔운 것도 몰트에 들어가지만 [[보리]]가 워낙 압도적이라 [[몰트]] 하면 그냥 맥아로 통한다. 명확하게 [[보리]]를 싹틔운 맥아를 뜻할 때에는 발리 몰트(barley malt)라고 부른다. | ||
[[보리]]를 비롯한 곡물은 싹이 틀 때쯤 많은 양의 [[당화효소]], 즉 [[아밀라아제]]를 만들어낸다. 침에 들어 있는 그 효소 맞다. 아직은 땅 속에 있는지라 [[광합성]]으로 영양을 얻기도 부족하고, 뿌리로 영양을 빨아들이는 것도 힘에 부치는 어린 싹은 씨앗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어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야 하므로 [[당화효소]]의 함량이 크게 늘어난다. 싹이 터서 [[당화효소]]의 양은 크게 늘어났지만 [[녹말]]은 아직 별로 소비되지 않았을 때 열을 주고 말려서<ref>[[위스키]]를 만드는 맥아는 [[이탄]]의 연기를 쐬어 말리는데, 여기서 독특한 피트향이 만들어진다.</ref> 더 이상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맥아의 원리다. 즉, 맥아는 씨앗으로서 생명력은 죽은 상태다. | |||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음식]] 또는 [[음료]]를 만들 때에는 꼭 필요한 재료 중 하나다. | 맥아의 효소로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면 [[설탕]]이 아닌 엿당, 또는 [[맥아당]]이라고 부르는 이당류가 만들어진다. 영어로는 말토스(maltose)라고 부른다.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결합한 구조인데 반해 맥아당은 [[포도당]] 두 개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 차이다.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는 것도 [[아밀라아제]]의 작용에 따라 [[녹말]]이 맥아당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인주|이런 방법으로 만드는 술]]도 있다. | ||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즐겨 썼던 재료다. [[식혜]]와 [[엿]]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엿기름]]이 바로 맥아다. 옛날에야 [[설탕]]이 귀했고, [[꿀]]도 귀했으니 그럭저럭 구하기 쉬웠던 감미료가 [[엿기름]]을 이용한 [[엿]]이나 조청이었다. 다만 요즘 시중에서 파는 [[엿기름]]은 20% 정도 [[밀맥아]]가 들어가는 제품이 많으니 완전히 맥아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시중에서 파는 [[엿기름]]은 보통 거칠게 빻아놓은 상태로 포장된다. 맥아는 생산할 때에는 원래 그대로 말려서 포장되며, 술을 만들기 전에 분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엿기름]]을 [[술]] 만드는 데에는 쓰지 않고 [[식혜]]<ref>나이든 분들은 단술, 또는 [[감주]]라고 부르기도 한다.</ref>나 [[엿]] 만드는 데에 썼다. 술을 만들 때에는 [[당화효소]]와 미생물, [[효모]]가 같이 들어 있는 [[누룩]]을 썼다. [[누룩]]의 원료는 [[통밀]]이긴 한데, 싹을 틔워서 [[당화효소]]를 자체 생산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누룩곰팡이]]를 이용하는 거라 맥아 혹은 밀맥아와는 다르다. | |||
우리나라에서 엿기름은 다음과 같은 [[음식]] 또는 [[음료]]를 만들 때에는 꼭 필요한 재료 중 하나다. | |||
* [[식혜]] | * [[식혜]] | ||
* [[엿]]/[[물엿]] | * [[엿]]/조청<ref>조청은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물엿을 뜻하며, 제품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물엿]]은 맥아보다는 미생물 배양으로 뽑아낸 [[당화효소]]를 사용하여, 주로 옥수수전분을 분해해서 값싸게 대량생산한다.</ref> | ||
* [[맥주]] | * [[고추장]] | ||
맥아와 비슷하게 밀의 싹을 틔워서 만드는 것이 [[밀맥아]]로, [[밀맥주]]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 |||
[[흑맥주]]나 짙은 색깔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리차]] 만들 듯이 맥아를 볶는다. <del>아니면 [[카라멜색소]] 투입.</del> 단 이렇게 로스팅한 맥아는 효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당화 효과가 없다. 당화 효과가 있는 다른 맥아를 혼합하거나 별도 효소를 쓰지 않으면 이것만으로 [[맥주]]를 만들 수는 없다. 즉 로스팅에 따른 색깔이나 독특한 향미를 내고 [[녹말]]과 [[당분]]을 공급하기 위한 성분에 불과하다. | |||
==종류== | |||
* 필스너 몰트(Pilsner malt) : 가장 색깔이 옅은 몰트로, 말 그대로 [[필스너]] 맥주를 만드는 데 쓰인다. | |||
* 페일 몰트(pale malt) : 말 그대로 창백한 색깔의 몰트. [[필스너]]보다는 덜 옅지만 어쨌거나 색깔이 원래의 보리 색깔에 가깝다. 대다수의 [[라거]], 특히 밝은 색깔의 [[페일 라거]]를 만드는 데 쓰이며 [[페일 에일]]에도 이게 들어간다. | |||
* 크리스탈 몰트(crystal malt) : 영국에서는 크리스탈 몰트, 미국에서는 캐러멜 몰트(caramel malt)라는 이름을 많이 쓴다. 크리스탈이라는 이름 때문에 투명하거나 창백한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로스팅을 거쳐서 색이 짙은 계열인 몰트다. 페일 몰트처럼 발아 후 건조하지만 다시 물을 뿌려 눅눅하게 만든 다음 섭씨 65~7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로스팅을 했다가 140~200도 정도의 높은 온도로 건조한다. 높은 온도에서 처리하므로 당화효소는 다 파괴되지만 [[에일]] 계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계열 색깔을 만들어내며 로스팅과 건조, 냉각 과정에서 [[효모]]가 발효할 수 없는 덱스트린이 만들어져서 [[맥주]]에 은은한 단맛을 내도록 해 준다. [[에일]] 계열에서는 특히 광범위하게 쓰이는 몰트 중 하나. | |||
* 브라운 몰트(brown malt) : 갈색이 될 정도까지 중간 수준으로 로스팅한 몰트. | |||
* 초콜릿 몰트(chocolate malt) : [[초콜릿]] 색깔과 비슷한 짙은 색깔이 나올 때까지 로스팅한 몰트. [[흑맥주]] 계열을 만들 때 쓰인다. | |||
==용어== | |||
Diastatic Power (DP): 맥아에 [[당화효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여기에 사용하는 단위가 미국과 유럽이 다르다. [[미국]]은 린트너 법(°L)을, [[유럽]]은 빈디쉬-콜바흐 법(°WK)을 사용한다. 맥아에 따라서 DP가 다른데 당연히 DP가 셀 수록 [[녹말]]이 [[당분]]으로 더 잘 바뀐다. <del>그리고 맥아 말고 딴 걸 더 많이 집어넣을 수 있다.</del> 맥아만으로 양조할 때에는 DP가 약 30°L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 몰트 중에는 DP가 180°L 이상 가는 놈도 있다. | |||
{{각주}} |
2024년 2월 14일 (수) 20:15 기준 최신판
보리를 비롯한 곡물의 싹을 틔운 것. 넓게 보면 곡물 전반에 해당될 수 있지만 이름에 보리 맥(麥)자가 들어가는만큼 보통은 보리(대맥)나 소맥(밀), 그 중에서 주로 보리를 발아시킨 것을 가리킨다.[1] 과정에서 당화효소인 디아스타제가 만들어지므로 곡물의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작용을 한다. 맥주를 만들 때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주요 재료이며 몰트 위스키나 스카치 위스키[2]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몰트 비어니 몰트 위스키니 할 때의 몰트(malt)가 바로 맥아다. 넓은 의미로는 보리 말고도 밀, 호밀, 귀리, 쌀, 옥수수와 같은 다른 곡물의 싹을 틔운 것도 몰트에 들어가지만 보리가 워낙 압도적이라 몰트 하면 그냥 맥아로 통한다. 명확하게 보리를 싹틔운 맥아를 뜻할 때에는 발리 몰트(barley malt)라고 부른다.
보리를 비롯한 곡물은 싹이 틀 때쯤 많은 양의 당화효소, 즉 아밀라아제를 만들어낸다. 침에 들어 있는 그 효소 맞다. 아직은 땅 속에 있는지라 광합성으로 영양을 얻기도 부족하고, 뿌리로 영양을 빨아들이는 것도 힘에 부치는 어린 싹은 씨앗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어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야 하므로 당화효소의 함량이 크게 늘어난다. 싹이 터서 당화효소의 양은 크게 늘어났지만 녹말은 아직 별로 소비되지 않았을 때 열을 주고 말려서[3] 더 이상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맥아의 원리다. 즉, 맥아는 씨앗으로서 생명력은 죽은 상태다.
맥아의 효소로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면 설탕이 아닌 엿당, 또는 맥아당이라고 부르는 이당류가 만들어진다. 영어로는 말토스(maltose)라고 부른다.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결합한 구조인데 반해 맥아당은 포도당 두 개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 차이다.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는 것도 아밀라아제의 작용에 따라 녹말이 맥아당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만드는 술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즐겨 썼던 재료다. 식혜와 엿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엿기름이 바로 맥아다. 옛날에야 설탕이 귀했고, 꿀도 귀했으니 그럭저럭 구하기 쉬웠던 감미료가 엿기름을 이용한 엿이나 조청이었다. 다만 요즘 시중에서 파는 엿기름은 20% 정도 밀맥아가 들어가는 제품이 많으니 완전히 맥아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시중에서 파는 엿기름은 보통 거칠게 빻아놓은 상태로 포장된다. 맥아는 생산할 때에는 원래 그대로 말려서 포장되며, 술을 만들기 전에 분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엿기름을 술 만드는 데에는 쓰지 않고 식혜[4]나 엿 만드는 데에 썼다. 술을 만들 때에는 당화효소와 미생물, 효모가 같이 들어 있는 누룩을 썼다. 누룩의 원료는 통밀이긴 한데, 싹을 틔워서 당화효소를 자체 생산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누룩곰팡이를 이용하는 거라 맥아 혹은 밀맥아와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엿기름은 다음과 같은 음식 또는 음료를 만들 때에는 꼭 필요한 재료 중 하나다.
맥아와 비슷하게 밀의 싹을 틔워서 만드는 것이 밀맥아로, 밀맥주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흑맥주나 짙은 색깔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리차 만들 듯이 맥아를 볶는다. 아니면 카라멜색소 투입. 단 이렇게 로스팅한 맥아는 효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당화 효과가 없다. 당화 효과가 있는 다른 맥아를 혼합하거나 별도 효소를 쓰지 않으면 이것만으로 맥주를 만들 수는 없다. 즉 로스팅에 따른 색깔이나 독특한 향미를 내고 녹말과 당분을 공급하기 위한 성분에 불과하다.
종류
- 필스너 몰트(Pilsner malt) : 가장 색깔이 옅은 몰트로, 말 그대로 필스너 맥주를 만드는 데 쓰인다.
- 페일 몰트(pale malt) : 말 그대로 창백한 색깔의 몰트. 필스너보다는 덜 옅지만 어쨌거나 색깔이 원래의 보리 색깔에 가깝다. 대다수의 라거, 특히 밝은 색깔의 페일 라거를 만드는 데 쓰이며 페일 에일에도 이게 들어간다.
- 크리스탈 몰트(crystal malt) : 영국에서는 크리스탈 몰트, 미국에서는 캐러멜 몰트(caramel malt)라는 이름을 많이 쓴다. 크리스탈이라는 이름 때문에 투명하거나 창백한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로스팅을 거쳐서 색이 짙은 계열인 몰트다. 페일 몰트처럼 발아 후 건조하지만 다시 물을 뿌려 눅눅하게 만든 다음 섭씨 65~7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로스팅을 했다가 140~200도 정도의 높은 온도로 건조한다. 높은 온도에서 처리하므로 당화효소는 다 파괴되지만 에일 계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계열 색깔을 만들어내며 로스팅과 건조, 냉각 과정에서 효모가 발효할 수 없는 덱스트린이 만들어져서 맥주에 은은한 단맛을 내도록 해 준다. 에일 계열에서는 특히 광범위하게 쓰이는 몰트 중 하나.
- 브라운 몰트(brown malt) : 갈색이 될 정도까지 중간 수준으로 로스팅한 몰트.
- 초콜릿 몰트(chocolate malt) : 초콜릿 색깔과 비슷한 짙은 색깔이 나올 때까지 로스팅한 몰트. 흑맥주 계열을 만들 때 쓰인다.
용어
Diastatic Power (DP): 맥아에 당화효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여기에 사용하는 단위가 미국과 유럽이 다르다. 미국은 린트너 법(°L)을, 유럽은 빈디쉬-콜바흐 법(°WK)을 사용한다. 맥아에 따라서 DP가 다른데 당연히 DP가 셀 수록 녹말이 당분으로 더 잘 바뀐다. 그리고 맥아 말고 딴 걸 더 많이 집어넣을 수 있다. 맥아만으로 양조할 때에는 DP가 약 30°L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 몰트 중에는 DP가 180°L 이상 가는 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