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

빅토리아스퀘어에서 바라본 도심의 모습. 왼쪽의 시계탑은 애들레이드 우체국, 오른쪽에 멀리 있는 시계탑은 애들레이드 시청사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의 주도.

세인트빈센트 만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해안도시라고 할 수 있지만 대양을 바로 마주보고 있는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대양에서 안쪽으로 좀 들어간 만의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는 멜버른과 비슷하기도 하다. 호주의 다른 도시들처럼 도심에 해당하는 시티 오브 애들레이드(City of Adelaide)를 중심으로 여러 서버브들이 근교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애들레이드 도심의 북쪽에는 토런스강(River Torrence), 원주민들의 이름으로는 카라위라파리(Karrawirra Parri)가 지나가고 있다. 도시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좋은 수원지가 필요하며, 토런스강을 끼고 있는 입지 조건 덕분에 애들레이드가 발전할 수 있었다.

도시 규모는 시드니나 멜버른과 비교하면 한참 작지만 교육이 잘 발달되어 있고 특히 유명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 수상이었던 줄리아 길라드를 보수주의자들이 까던 레퍼토리 중에 이런 것도 있었다. "걔는 애들레이드에서 자랐으면서 말투가 이상해. 여동생은 딱 애들레이드 말투인데 줄리아 걔는 왜 그러나 몰라." 아무튼 도시 규모는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지만 엄연히 한 주의 주도이고, 규모에 비해 정치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호주 안에서 존재감은 상당하다.

이런 특징에는 나름 역사의 배경이 있는데, 초창기에 영국에서 호주로 사람들이 건너왔을 때 시드니와 같은 동부 해안 지역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죄수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공무원 및 가족이 소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애들레이드 쪽은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았다. 쉽게 말해서 엘리트로 볼만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 따라서 교육수준도 높고, 국립대학인 애들레이드대학교(The University of Adelaide) 역시 시드니대학교나 멜버른대학교보다 인지도 면에서는 밀리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5명 배출한 명문 대학교다. 1915년에는 교수로 재직하던 윌리엄 헨리 브래그와 이 학교를 졸업한 아들 윌리엄 로런스 브래그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시간대는 동부지역, 즉 시드니나 멜버른보다 30분 늦으며 일광절약시간은 이들 도시들과 같이 적용된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한국보다 30분 빠르고, 일광절약시간 적용 시기에는 1시간 30분 빠르다.

애들레이드 도심은 방향에 '테라스'라는 단어를 붙인 동서남북의 도로를 경계로 하고 있다. 즉 북쪽 경계 도로는 노스테라스(North Terrace), 동쪽 경계 도로는 이스트테라스(East Terrace)와 같은 식이다. 남북과 서쪽 테라스는 대체로 곧게 뻗은 도로지만 이스트테라스(East Terrace)는 동편에 공원이 있는 관계로 계단 모양을 하고 있다. 중심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킹 윌리엄스 로드, 그리고 그리고 동서로 가로지르는 웨이크필드스트리트의 교차점에 있는 빅토리아스퀘어가 대략 한가운데다. 이곳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구역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킹 윌리엄스 로드를 따라 텔스트라, 커먼웰스은행, 웨스트팩은행을 비롯한 호주 대기업들의 애들레이드 지사가 여럿 포진하고 있다. 가장 번화가는 도심의 북동쪽 구역에 동서로 펼쳐져 있는 런들스트리트(Rundle Street)로 이쪽에 각종 백화점과 대형 매장들이 깔려 있다. 차 없는 거리이기 때문에 버스커들의 공연도 많은 곳이다. 아예 장소를 지정해서 바닥에 버스커 존 표시를 해 놓았다. 여기서 서쪽으로 넘어가면 애들레이드의 최대 유흥가 밀집 지역인 힌들리스트리트가 나온다. 유흥가가 다 그렇지만 시드니나 멜버른보다 규모가 많이 작은 애들레이드는 정말 여기에 꽉 몰려 있다 보니, 주말 밤에는 거의 광란 수준이어서 잔잔한 분위기의 그 애들레이드가 맞아? 싶을 정도.

교통

애들레이드의 노면전차.

애들레이드의 통합 대중교통 시스템은 애들레이드 메트로(Adelaide Metro)라고 부른다. 애들레이드 시내 대중교통은 버스 위주다. 지하철은 없지만 애들레이드역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철도가 시내와 외곽 지역들을 이어준다. 다만 대다수 노선이 서쪽으로 치우쳐 있다. 동쪽으로 뻗어가는 노선은 아예 없고, 남북으로 가다가 약간 꺾어져가는 정도라서 철도 교통의 동서 격차가 심한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서쪽은 해안이라 인구가 어느 정도 있지만 동쪽은 시내를 벗어나면 바로 산지라 인구밀도가 확 낮아진다. 철도 교통의 수송량이나 1 편성당 차량 수, 배차 간격은 시드니 또는 멜버른과 같은 대도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으며, 전철화도 안 되어 있는 노선이 반 이상이다.

전차 노선도 있는데 딱 두 개다. 전차가 시내와 근교의 주요 교통수단인 멜버른과 비교하면 게임도 안 된다. 두 개 노선 중 글레넬로 나가는 노선은 길이도 길고, 도심 구간을 벗어나면 도로 위가 아닌 전용 선로에서 시속 60 킬로미터로 빠르게 달린다. 전차라기보다는 경전철에 가까운 수준. 멜버른처럼 전차는 도심 구간이 무료이며 카드를 찍을 필요도 없다. 물론 카드 안 찍고 있다가 도심 구간을 벗어나서 직원하게 걸리면 벌금 확정. 메트로메이트(metroMATE)라는 모바일 앱을 제공하고 있으며, 실시간 도착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꽤 편리하다. 다만 심심하면 버스가 세월아 네월아 연착되는 걸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지긴 한다.

요금 체계는 피크 타임과 인터피크로 나뉘는데, 오전 9시까지, 그리고 오후 세시 이후로는 막차 시각까지 쭉 피크 타임이다. 토요일도 통째로 피크 타임. 반대로 일요일과 공휴일은 하루종일 인터피크다. 둘 사이에 요금 차이가 많이 나서 정규 요금으로 피크 타임에는 $5.90, 인터피크에는 $4.00로 무려 $1.90 차이가 난다.

교통카드로 메트로카드(Metrocard)를 운영하고 있다. 카드를 사고 싶지 않거나, 당장 버스를 타야 하는데 카드 파는 데는 없고 하면 버스에서 바로 살 수있는 종이 티켓인 메트로티켓도 있지만 위의 기존 요금을 그대로 적용 받으므로 메트로카드보다는 요금이 비싸다. 메트로카드는 버스, 도시철도, 트램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메트로티켓에 비해서 요금이 달러 단위로 저렴하다. 피크 타임 기준으로 정규 요금이 메트로티켓으로는 $5.90이지만 메트로카드로는 $4.05니까 무려 $1.85나 차이가 난다. 인터피크 요금도 $2.25로 일반 요금과 $1.75 차이가 난다. 메트로카드 구입비 5 달러가 있지만 피크 타임에 버스 두 번만 타면 본전 거뜬히 뽑으니 이걸 이용하는 게 휠씬 낫다. 게다가 2시간 이내에는 환승이 적용되어 추가 요금이 안 나간다. 단 버스는 하차 때 카드를 찍지 않으므로 직전 승차 시간 기준으로 2시간 안에 다른 대중교통을 타야 환승을 적용 받을 수 있다.

단기 여행자라면 $26.00에 3일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비지터 메트로카드가 있으므로 이쪽이 경제적일 수 있다. 무료 사용기간이 지나면 일반 충전식 메트로카드로 쓸 수 있다. 다만 파는 곳이 애들레이드공항 도착층에 있는 WHSmith Express, 그리고 애들레이드역 뿐이다. 1일권 및 통근이나 통학 수요를 위한 28일 무제한 패스도 있다.

항공 교통은 애들레이드공항이 중심이다. 국제선은 노선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주요 항공사들 중 말레이시아항공, 중국남방항공,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 게다가 에미레이트항공과 카타르항공까지 들어와 있어서 굳이 시드니나 멜버른으로 안 가도 싱가포르나 홍콩, 중국 경유편으로 아시아나 유럽 각지로 가기에는 어렵지 않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도시에 비해서 운항 편수가 많지 않아서 시간 짜기에는 좀 불편하다. 국내선은 넓은 땅덩이만큼 항공편이 발달되어 있는 호주인지라 주요 도시로 가는 항공편들은 물론 로컬 항공편도 꽤 있기 때문에 은근히 바쁜 공항이다.

산업

애들레이드 주변에 바로사 밸리, 맥클라렌 베일을 비롯한 뛰어난 와인 산지가 많아서 당연히 와인 관련 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호주에서 가장 값비싼 와인인 펜폴즈 그랜지를 비롯해서 쟁쟁한 호주 와인들 중 다수가 애들레이드를 중심으로 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지역에서 나온다. 특히 봄철에 비행기를 타고 애들레이드에 접근할 때 보면 창밖으로 푸릇푸릇한 구릉 여기저기에 포도밭이 즐비한 정말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와인 투어를 다니기 정말 좋은 곳.

맥주 역시도 호주에서 손꼽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쿠퍼스(Cooper's)가 애들레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애들레이드공항 안에도 쿠퍼스에서 직접 운영하는 펍이 여러 곳 있고 시내에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반 시판하는 호주 맥주 중에서는 좀 비싸긴 하지만 맛은 확실히 좋다. 시내 서쪽 끝 힌들리스트리트에는 웨스트엔드(West End Brewer)라는 맥주의 제조공장이 있다. 유료 공장 견학 및 시음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다만 맛은 그냥 흔한 맥주로 쿠퍼스에 비하면 떨어진다. 애들레이드의 펍에는 은근히 삿포로맥주를 파는 곳도 볼 수 있는데, 호주에서 팔리는 삿포로맥주를 쿠퍼스에서 OEM 생산하기 때문.

가볼만한 곳들

도시의 규모는 작지만 도시 안팎으로 오래된 건물들도 잘 보존되어 있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을 간직하고 있으며, 와이너리, 해변을 비롯해서 주변에 볼거리가 꽤 많은 편이다.

애들레이드 센트럴마켓의 델리숍.

빅토리아스퀘어 서쪽으로는 애들레이드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애들레이드 센트럴마켓이 있다. 농축산물 시장과 카페,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관광 삼아서라도 한번쯤 둘러볼만하다. 호주의 전통시장들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느지막한 오후에는 문을 닫는다. 근사한 아침식사를 파는 카페가 안에 여럿 있으니 아침에 가 보기를 권한다. 센트럴마켓에서 바로 길 건너 남쪽에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한도르프에 있는 독일식 맥줏집 저먼 암스(German Arms). 이곳과 아르코브로이 브로이하우스가 이 지역 맥줏집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로 영업하고 있다.

애들레이드는 호주에서 가장 큰 독일계 커뮤니티를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시내에서 버스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애들레이드 힐은 와인 투어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독일인 마을인 한도르프(Hahndorf) 역시 관광지로 명성이 높다. 독일 마을답게 맥줏집이 여러 곳 거하게 장사를 하고 있으며, 독일에서 수입한 맥주를 위주로 독일음식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애들레이드 시내에도 독일 맥주와 독일음식을 전문으로 파는 곳을 여기 저기에서 볼 수 있다.

방파제에서 바라본 글레넬 해변.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까운 해변 관광지로는 글레넬, 그레인지, 헨리가 있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글레넬은 도심에서 글레넬행 노면전차를 타면 갈 수 있고, 그래인지는 애들레이드역에서 그레인지행 열차를 타면 된다. 헨리는 버스로 가야 한다. 물도 맑고 경치도 아름답기 때문에 이 중 한 곳은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접근성으로는 평일 낮에 10분 간격으로 트램이 다니는 글레넬이 가장 좋다. 범위를 좀 더 넓히면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캥거루아일랜드가 애들레이드에서 112km 떨어진 곳에 있다. 자연 생태계, 와이너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있어서 관광지로 인기가 좋다. 애들레이드에서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정도로 다녀오는 투어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애들레이드 인근에는 좋은 와인 산지가 많다. 가장 비싼 와인이 줄줄이 나오는 바로사 밸리 그리고 또 하나의 명성 자자한 산지인 맥클라렌 베일이 대표격. 그야말로 호주 와인의 본진이라고 할만하다. 호주에서 와인 투어를 가고 싶다면 단연 애들레이드 쪽이 최고다. 갖가지 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다. 비용 역시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신대륙의 와인 강국 중 하나인 만큼 호주 전역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호주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 봐도 와인을 즐기는 사람을 눈에 뜨이게 더 많이 볼 수 있다. 와인 가게를 발품 팔아서 잘 다니면 좋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산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또한 시내에는 애들레이드대학교 부설 국가와인센터(National Wine Centre)가 있으며, 여기서는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도 있고 연회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한편 내륙 관광지로 유명한 에어즈록이나 앨리스스프링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이기 때문에 이쪽으로 가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항공편으로 가겠다면 다른 대도시에서도 직항으로 갈 수 있겠지만 자동차나 열차편으로 갈 때에는 애들레이드를 많이 거쳐서 간다.

문화

2월부터 3월 사이에 걸쳐서 한 달 동안 개최되는 애들레이드 프린지(Adelaide Fringe)가 유명하다. 영국의 에딘버러 프린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프린지 페스티벌로 많은 공연 예술인들이 2~5월까지 호주와 뉴질랜드를 돌면서 각종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그리고 한몫 벌어서 유럽 간다. 에딘버러 대목이여 기다려라! 이 시기와 겹쳐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까지 열린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캐치프레이즈가 "Festival State"인데, 그 말이 허언이 아닐 정도로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하면 도시 규모가 많이 작은데도 이들 도시에 못지 않은 풍성한 문화 행사들이 열린다.

포뮬러 1 호주 그랑프리의 개최지였다. 나중에 멜버른이 가져가는 바람에 "저 놈들이 우리 그랑프리 뺏아갔다"고 성질 내는 애덜레이드 모터스포츠 팬들이 있다. 멜버른은 그냥 웃지요. 같은 스트리트 서킷을 이용해서 슈퍼카챔피언십의 개막전인 애들레이드 500이 개최되었다. 다른 경기는 모두 개최지 이름을 붙이는데 여기만 이상하게도 개최지 대신 타이틀 스폰서 이름인 클립살(Clipsal)을 붙여서 클립살 500이라고 불렀는데, 2018년부터는 애들레이드 500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20년을 끝으로 남호주 관광위원회가 개최권을 포기하면서 22년만에 막을 내렸다. 대신 애들레이드 인근에 새로 만들어진 전용 경기장인 벤드모터스포츠파크(The Bend Motorsport Park)에서 경기가 열리지만 시내 한복판에서 하던 애들레이드 500에 비하면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그런데 다시 스트리트 서킷 경기 유치를 공약한 노동당 후보 피터 말리나우스카스가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2022년부터 애들레이드 500 경기가 다시 열리게 되었다. 단, 개막전이 아닌 폐막전으로 시기가 바뀌었다.

ATP 투어 대회 중 하나인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의 개최지이기도 하다. 멜버른에서 열리는 호주 오픈이 그랜드 슬램 중 하나라 워낙 유명해서 인지도 면에서는 많이 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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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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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취소

비틀즈 팬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곳인데, 1964년에 비틀즈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호주에서 공연을 했던 곳이 바로 애들레이드이기 때문이다. 당시 애들레이드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에 무려 30만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나와서 열광적인 환호를 했을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다. 원래 애들레이드는 투어 계획에 없었지만 지역 라디오 진행자였던 봅 프란시스가 매니저를 설득해서 성사되었다고 한다.

그밖에

POLITES

한 건물에 세 가지 스타일의 'POLITES'가 다 붙어 있다...

애들레이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건물에 'POLITES'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흰색 바탕에 남색 글씨, 혹은 반대로 남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쓰여 있는데, 건물 벽면에 페인트로 그려놓은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건물 하나에 POLITES 간판 혹은 도색이 두세 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애들레이드를 대표하는 유흥가인 힌들리 스트리트에 가 보면 여기 저기에 이 간판을 볼 수 있고, 애들레이드 일대의 크고 작은 건물에 POLITES를 볼 수 있다.

애들레이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해진다. POLICE, 즉 경찰(서)하고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호주의 경찰서 간판이 남색 바탕에 흰 글씨를 주로 쓰기 때문에 얼핏 보면 헷갈릴 법도 하다. 그밖에도 사람들에 따라 이런 저런 추측이 있다.

이 간판의 실제 정체는 부동산 중개인인 콘스탄틴 조지 폴리테스(Constantine George Polites)다. 1919년에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200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소도시인 포트 피리(Port Pirie)에서, 농사를 짓는 가난한 그리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폴테스는 16살 때 작은 식료품점을 열었고, 몇 년 후 애들레이드로 건너와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 후 시드니로 이주해서 결혼을 하고 몇 년 동안 살다가 다시 애들레이드로 돌아와서 1959년에 처음으로 부동산을 매입한다. 이 때부터 매입한 건물에 POLITES 간판을 달면서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간판을 단 이유에 대해, 폴리테스는 1992년 <The Advertiser>와 가진 인터뷰에서 "성공했다는 만족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이만큼 해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리고 사람들에게 제가 곁에 있다고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라고 말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갖은 고생 끝에 자수성가한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고 자랑하고 싶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자기 과시욕이 강한 거만한 사람 쯤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 사회에서 존경 받는 사업가였다. 폴리테스가 사들인 건물 중에는 나중에 가치가 많이 올라가서 이익을 남기고 판 것도 있는데, 이 중에는 여전히 POLITES 간판을 그냥 유지하는 곳도 있다. 평판이 나빴다면 이 간판을 그냥 놔둘 리가 없을 것이다.

콘스탄틴 폴리테스는 2001년에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자손들이 폴리테스 부동산 그룹(Polites Property Group, PPG)을 운영하고 있으며 애들레이드는 물론 브리스번과 골드코스트에서도 열심히 부동산 사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