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의 주도.
세인트빈센트 만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해안도시라고 할 수 있지만 대양을 바로 마주보고 있는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대양에서 안쪽으로 좀 들어간 만의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는 멜버른과 비슷하기도 하다. 호주의 다른 도시들처럼 도심에 해당하는 시티 오브 애들레이드(City of Adelaide)를 중심으로 여러 서버브들이 근교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도시 규모는 시드니나 멜버른과 비교하면 한참 작지만 교육이 잘 발달되어 있고 특히 유명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 수상이었던 줄리아 길라드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씹히는 이유 중에 하나도, "걔는 애덜레이드에서 자랐으면서 말투가 이상해. 여동생은 딱 애들레이드 말투인데 줄리아 걔는 왜 그러나 몰라."[1] 사투리는 호주 정치인의 덕목입니다. 아무튼 도시 규모는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지만 엄연히 한 주의 주도이고, 규모에 비해 정치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호주 안에서 존재감은 상당하다.
이런 특징에는 나름 역사 배경이 있는데, 초창기에 영국에서 호주로 사람들이 건너왔을 때 시드니와 같은 동부 해안 지역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죄수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공무원 및 가족이 소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애들레이드 쪽은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았다. 쉽게 말해서 엘리트로 볼만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
시간대는 동부지역, 즉 시드니나 멜버른보다 30분 늦으며 일광절약시간은 이들 도시들과 같이 적용된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한국보다 30분 빠르고, 일광절약시간 적용 시기에는 1시간 30분 빠르다.
애들레이드 도심은 중심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킹 윌리엄스 로드, 그리고 그리고 동서로 가로지르는 웨이크필드스트리트의 교차점에 있는 빅토리아스퀘어가 대략 한가운데다. 이곳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구역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킹 윌리엄스 로드를 따라 텔스트라, 커먼웰스은행, 웨스트팩은행을 비롯한 호주 대기업들의 애들레이드 지사가 여럿 포진하고 있다. 가장 번화가는 도심의 북동쪽 구역에 동서로 펼쳐져 있는 런들스트리트(Rundle Street)로 이쪽에 각종 백화점과 대형 매장들이 깔려 있다. 차 없는 거리이기 때문에 버스커들의 공연도 많은 곳이다. 아예 장소를 지정해서 바닥에 버스커 존 표시를 해 놓았다. 여기서 서쪽으로 넘어가면 애들레이드의 최대 유흥가 밀집 지역인 힌들리스트리트가 나온다. 주말 밤에는 거의 광란 수준이어서 잔잔한 분위기의 그 애들레이드가 맞아? 싶을 정도.
교통
애들레이드의 통합 대중교통 시스템은 애들레이드 메트로(Adelaide Metro)라고 부른다. 애들레이드 시내 대중교통은 버스 위주다. 지하철은 없지만 도시철도가 시내와 외곽 지역들을 이어준다. 다만 대다수 노선이 동쪽으로 치우쳐 있다. 서쪽으로 뻗어가는 노선은 아예 없고, 남북으로 가다가 약간 꺾어져가는 정도라서 철도 교통의 동서 격차가 심한 편이다. 전차 노선이 있기는 하지만 딱 두 개.[2] 전차가 주요 교통수단인 멜버른과 비교하면 게임도 안 된다. 두 개 노선 중 글레넬그로 나가는 노선은 길이도 길고, 도심 구간을 벗어나면 도로 위가 아닌 전용 선로에서 시속 60 킬로미터로 빠르게 달린다. 전차라기보다는 경전철에 가까운 수준. 멜버른처럼 전차는 도심 구간이 무료이며 카드를 찍을 필요도 없다. 물론 카드 안 찍고 있다가 도심 구간을 벗어나서 직원하게 걸리면 벌금 확정. 메트로메이트(metroMATE)라는 모바일 앱을 제공하고 있으며, 실시간 도착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꽤 편리하다. 다만 심심하면 버스가 세월아 네월아 연착되는 걸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지긴 한다.
요금 체계는 피크 타임과 인터피크로 나뉘는데, 오전 9시까지, 그리고 오후 세시 이후로는 막차 시각까지 쭉 피크 타임이다. 토요일도 통째로 피크 타임. 반대로 일요일과 공휴일은 하루종일 인터피크다. 둘 사이에 요금 차이가 많이 나서 정규 요금으로 피크 타임에는 $3.62, 인터피크에는 $1.99로 무려 $1.63 차이가 난다. 시내 주위를 순환하는 무료 버스도 운영되고 있다.
교통카드로 메트로카드(Metrocard)를 운영하고 있다. 카드를 사고 싶지 않거나, 당장 버스를 타야 하는데 카드 파는 데는 없고 하면 버스에서 바로 살 수있는 종이 티켓인 메트로티켓도 있다. 메트로카드보다는 요금이 비싸다. 메트로카드는 버스, 도시철도, 트램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메트로티켓에 비해서 요금이 달러 단위로 저렴하다. 피크 타임 기준으로 정규 요금이 메트로티켓으로는 $5.40이지만 메트로카드로는 $3.62니까 무려 $2.78이나 차이가 난다. 메트로카드 구입비 5 달러가 있지만 피크 타임에 버스 두 번만 타면 본전 거뜬히 뽑으니 이걸 이용하는 게 휠씬 낫다. 게다가 2시간 이내에는 환승이 적용되어 추가 요금이 안 나간다. 단 버스는 하차 때 카드를 찍지 않으므로 직전 승차 시간 기준으로 2시간 안에 다른 대중교통을 타야 환승을 적용 받을 수 있다. 단기 여행자라면 $25.00에 3일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비지터 패스가 있으므로 이쪽이 경제적일 수 있다. 다만 파는 곳이 애들레이드공항 도착층에 있는 WHSmith Express, 그리고 애들레이드역 뿐이다. 1일권 및 통근이나 통학 수요를 위한 28일 무제한 패스도 있다.
항공 교통은 애들레이드공항이 중심이다. 국제선은 노선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주요 항공사들 중 말레이시아항공, 중국남방항공,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 게다가 에미레이트항공과 카타르항공까지 들어와 있어서 굳이 시드니나 멜버른으로 안 가도 싱가포르나 홍콩, 중국 경유편으로 아시아나 유럽 각지로 가기에는 어렵지 않다.[3] 다만 앞서 언급한 대도시에 비해서 운항 편수가 많지 않아서 시간 짜기에는 좀 불편하다. 국내선은 넓은 땅덩이만큼 항공편이 발달되어 있는 호주인지라 주요 도시로 가는 항공편들은 물론 로컬 항공편도 꽤 있기 때문에 은근히 바쁜 공항이다.
산업
애들레이드 주변에 바로사 밸리, 맥클라렌 베일을 비롯한 뛰어난 와인 산지가 많아서 당연히 와인 관련 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호주에서 가장 값비싼 와인인 펜폴즈 그랜지를 비롯해서 쟁쟁한 호주 와인들 중 다수가 애들레이드를 중심으로 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지역에서 나온다. 특히 봄철에 비행기를 타고 애들레이드에 접근할 때 보면 창밖으로 푸릇푸릇한 구릉 여기저기에 포도밭이 즐비한 정말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와인 투어를 다니기 정말 좋은 곳.
맥주 역시도 호주에서 손꼽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쿠퍼스(Cooper's)가 애들레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애들레이드공항 안에도 쿠퍼스에서 직접 운영하는 펍이 여러 곳 있고 시내에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시내 근처에 웨스트엔드라는 맥주의 제조공장이 있다. 맛은 그냥 흔한 맥주. 좀 비싸긴 하지만 맛은 쿠퍼스가 확실히 좋다. 애들레이드의 펍에는 은근히 삿포로맥주를 파는 곳이 많은데, 호주에서 팔리는 삿포로맥주를 쿠퍼스에서 OEM 생산하기 때문.
가볼만한 곳들
도시의 규모는 작지만 도시 안팎으로 오래된 건물들도 잘 보존되어 있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을 간직하고 있으며, 와이너리, 해변을 비롯해서 주변에 볼거리가 꽤 많은 편이다.
빅토리아스퀘어 서쪽으로는 애들레이드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애들레이드 센트럴마켓이 있다. 농축산물 시장과 카페,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관광 삼아서라도 한번쯤 둘러볼만하다. 호주의 전통시장들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느지막한 오후에는 문을 닫는다. 근사한 아침식사를 파는 카페가 안에 여럿 있으니 아침에 가 보기를 권한다. 센트럴마켓에서 바로 길 건너 남쪽에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애들레이드는 호주에서 가장 큰 독일계 커뮤니티를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시내에서 버스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애들레이드 힐은 와인 투어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독일인 마을인 한도르프(Hahndorf) 역시 관광지로 명성이 높다. 독일 마을답게 맥줏집이 여러 곳 거하게 장사를 하고 있으며, 독일에서 수입한 맥주를 위주로 독일 음식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애들레이드 시내에도 독일맥주와 독일음식을 전문으로 파는 곳을 여기 저기에서 볼 수 있다.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까운 해변 관광지로는 글레넬그, 그랜지, 헨리가 있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글레넬그는 도심에서 글레넬그행 노면전차를 타면 갈 수 있고, 그랜지는 애들레이드역에서 그랜지행 열차를 타면 된다. 헨리는 버스로 가야 한다. 물도 맑고 경치도 아름답기 때문에 이 중 한 곳은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접근성으로는 글레넬그가 가장 좋다. 범위를 좀 더 넓히면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캥거루아일랜드가 애들레이드에서 112km 떨어진 곳에 있다. 자연 생태계, 와이너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있어서 관광지로 인기가 좋다. 애들레이드에서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정도로 다녀오는 투어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애들레이드 인근에는 좋은 와인 산지가 많다. 가장 비싼 와인이 나오는 바로사 밸리 그리고 또 하나의 명성 자자한 산지인 맥클라렌 베일이 대표격. 그야말로 호주 와인의 본진이라고 할만하다. 호주에서 와인 투어를 가고 싶다면 단연 애들레이드 쪽이 최고다. 뭐 결국에는 관광상품 가격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갖가지 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다. 비용 역시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신대륙의 와인 강국 중 하나인 만큼 호주 전역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호주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 봐도 와인을 즐기는 사람을 눈에 뜨이게 더 많이 볼 수 있다. 와인 가게를 발품 팔아서 잘 다니면 좋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산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한편 내륙 관광지로 유명한 에어즈록이나 앨리스스프링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이기 때문에[4] 이쪽으로 가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항공편으로 가겠다면 다른 대도시에서도 직항으로 갈 수 있겠지만 자동차나 열차편으로 갈 때에는 애들레이드를 많이 거쳐서 간다.
문화
2월부터 3월 사이에 걸쳐서 한 달 동안 개최되는 애들레이드 프린지(Adelaide Fringe)가 유명하다. 영국의 에딘버러 프린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프린지 페스티벌로 많은 공연 예술인들이 2~5월까지 호주와 뉴질랜드를 돌면서 각종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그리고 한몫 벌어서 유럽 간다. 에딘버러 대목이여 기다려라! 이 시기와 겹쳐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까지 열린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캐치프레이즈가 "Festival State"인데, 그 말이 허언이 아닐 정도로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하면 도시 규모가 많이 작은데도 이들 도시에 못지 않은 풍성한 문화 행사들이 열린다.
포뮬러 1 호주 그랑프리의 개최지였다. 나중에 멜버른이 가져가는 바람에 "저 놈들이 우리 그랑프리 뺏아갔다"고 성질 내는 애덜레이드 모터스포츠 팬들이 있다. 멜버른은 그냥 웃지요. 지금은 같은 스트리트 서킷을 이용해서 슈퍼카챔피언십의 개막전인 애들레이드 500이 개최된다. 다른 경기는 모두 개최지 이름을 붙이는데 여기만 이상하게도 개최지 대신 타이틀 스폰서 이름인 클립살(Clipsal)을 붙여서 클립살 500이라고 불렀는데, 2018년부터는 애들레이드 500으로 바뀌었다.
각주
- ↑ 줄리아 길라드는 원래 영국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와서 애들레이드에서 자란 것.
- ↑ 다만 최근에는 추가 전차 노선을 건설하고 있다.
- ↑ 사실 직항이 없는 도시에는 국제선→국내선 환승보다는 국제선→국제선 환승이 낫다. 국제선→국내선 환승을 할 때에는 입국심사 후 짐을 찾아서 세관을 통과한 후 다시 국내선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해야 하므로 짐이 알아서 최종 목적지까지 가서 거기에서 한번에 끝낼 수 있는 국제선→국제선 환승보다 복잡해지기 때문.
- ↑ 앨리스프링이라면 다윈과 거리가 비슷하지만 다윈은 인구가 애들레이드에 비해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도시의 규모가 훨씬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