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
적포도주 일종. 그리고 이 품종으로 만드는 레드 와인을 뜻하기도 한다. 레드 와인 원료으로는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품종으로서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는 생떼밀리옹이나 포므롤 정도를 제외하고는 카베르네 쇼비뇽이 메인 품종이며 그 뒤를 메를로가 잇는다. 앞서 언급한 두 지역은 메를로가 주종이다.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한 주요 와인 생산국에서도 대부분 이 품종을 재배한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은 고유 품종인 산죠베세를 주종으로 히는 와인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한 보르도 품종을 주로 사용하는 수페르 토스카나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신대륙은 그야말로 카베르네 소비뇽 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칠레, 호주를 비롯한 신대륙 주요 와인 생산국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차지하고 있다. 단, 호주에서는 쉬라즈의 존재감이 가장 크며, 뉴질랜드에서는 피노 누와르나 쉬라즈, 메를로에게 밀려서 좀 마이너하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말벡이 뒤덮고 있어서 카베르네 소비뇽이 밀린다.
와인을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시작해서 어느 정도 맛을 들이면 취향에 따라서 다른 스타일로 뻗쳐 나간다. 높은 인지도만큼 세계적으로 경작 면적도 제일 높다. 1990년대에는 메를로에게 추월당한 적도 있었지만 2010년대에 와서는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와인계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존재감에 비해 품종이 개발된 것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다. 17세기에 프랑스 남서부 쪽에서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의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품종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는 이름도 두 품종에서 하나씩 따온 것이다. 껍질이 두껍고 병충해에도 강한 편이라 농사짓기 쉽다는 것도 이 품종이 널리 퍼진 중요한 이유다. 특히 신대륙으로 건너가서도 낯선 환경 조건에서도 잘 자라 줬기 때문에 특히 아메리카 대륙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다만 생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따뜻한 기후를 좋아한다. 온도나 일조량, 토질과 같은 조건이 웬만큼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과일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키우기가 까다롭다.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묵직한 무게감, 블랙커런트를 중심으로 한 끈적하고 농축된 과일향을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와인을 이야기할 때 일단 바디감부터 따지고 들어가는데 사람들이 꽤 많은데, 바디감으로 말하자면 이만한 놈도 별로 없다. 타닌도 풍부하기 때문에 보존성도 좋다. 익은 정도에 따라서 향과 맛에 차이가 나는 특성이 있어서 이를 이용해서 포도나무마다 수확 시기를 달리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와이너리도 있다. 그러나 유럽 쪽은 이 품종만 100% 써서 만들기보다는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을 비롯한 여러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신대륙 쪽은 100% 이 품종만 가지고 만드는 곳도 있고, 토착 품종과 블렌딩해서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