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페르 토스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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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Tosacana.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의 일종. 토스카나 와인이지만 지역 인증 규정을 무시해 버린, 그럼에도 어지간한 DOCG 와인보다 뛰어난 와인을 뜻한다. 이탈리아 정부 차원에서 공식 인정하는 개념은 아니다. 원래 이 지역에서 레드 와인을 만드는 전통 포도 품종은 산죠베제몬테풀치아노, 카나이올로와 같은 것들이며 DOC 인증을 받으려면 이 품좀을 70% 이상 써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산죠베세의 함량을 줄인 대신 다른 포도를 쓰면서 한 단계 아래인 DOCIGT 인증을 받는 와인 메이커들이 나타났다. 특히 아예 산죠베제는 쌩까버린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이 등장하면서 수페르 토스카나는 주로 보르도 스타일의 토스카나 와인을 뜻하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공식적으로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이름은 아니기 때문에 와인 라벨에 수페르 토스카나란 이름이 쓰여 있지는 않지만 이 지역 전통 와인의 최강자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라면 수페르 토스카나는 전통을 뒤틀은 반항아의 최강자로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있다.

주로 사용하는 품종은 산죠베제보르도 와인의 주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쉬라 같은 것들. 산죠베제를 주종으로 한 것도 있는가 하면 보르도 품종을 주로 쓰고 산죠베제는 조금 들어가거나 아예 안 들어가는 것도 있다. 수페르 토스카나 중 최고로 손꼽히는 와인 중 하나인 마세토는 아예 메를로 100%다. DOCG 규제 바깥에 있으므로 만들고 숙성하는 방법도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피에몬테의 최강자 가야 같은 이탈리아 타 지역 메이커까지 치고 들어와서 수페르 토스카나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슈퍼 토스카나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영어이탈리아어 반의 이상한 조합이다. 이탈리아어로 하려면 수페르 토스카나가 맞고, 영어식으로 하려면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이 맞는 표기다.

우리나라에서 수페르 토스카나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무엇보다도 사시카이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임원진에게 하나씩 돌려서 이건희 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페르 토스카나의 원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는 짧은 편이라 이 와인이 나오는 볼게리의 테누타 산 귀도 와이너리에 처음 프랑스 품종을 심은 건 1940년대이고 첫 사시카이아 빈티지는 1968년이다. 처음에는 이탈리아 지역 인증인 DOC와 품종이나 만드는 방법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이탈리아 와인 중 가장 하급인 비노 다 타볼라(Vino da Tabola)[1]를 달았지만 애호가들 사이에서 토스카나의 DOC나 DOCG를 씹어 먹는 비노 다 타볼라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몸값이 쑥쑥 뛰었고, 이후 비노 다 타볼라보다는 나은 IGT 등급을 얻었다가 결국 볼게리 DOC가 새로 생기고 사시카이아는 아예 독자적인 사시카이아 DOC가 따로 제정되었다. 지금도 값비싼 수페르 토스카나 와인들 중에 IGT 등급으로 나오는 것들이 많다.

사시카이아는 산죠베제와 같은 지역 품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보르도 품종으로만 블렌딩한 와인이었는데, 이후 티냐넬로가 프랑스 품종을 주로 쓰긴 했지만 여기에 산죠베제까지 블렌딩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더욱 폭이 넓어졌다. 이후 오르넬라이아, 마세토 같은 와인들까지 약진하면서 유구한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에 비하면 정말 짧지만 수페르 토스카나는 수십 년만에 토스카나 지역의 패권을 쥘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기존 와인 메이커들이 DOC, DOCG의 울타리만 믿고 품질 개선 노력 같은 기울이지 않았고, 이들 규정도 업자들의 이익에 휘둘리면서 키안티 와인 메이커들은 말바시시아나 트레비아노 같이 생산량이 많이 나오는 백포도 품좀을 30%까지 집어넣을 정도였고,[2] 당연히 싸구려 취급을 받게 된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수페르 토스카나가 약진하고 전통적인 토스카나 와인들을 씹어먹을 정도가 되자 기존 와인 메이커들도 정신을 차리고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쓸데없이 엄격하기만 했던 지역 규정들도 개선되면서 토스카나 와인 전체의 수준이 올라가는 효과까지 가지고 왔다.

현재 가장 값비싼 와인으로 최고의 수페르 토스카나로 꼽히는 와인은 사시아키아가 아니라 마세토(Masseto)인데, 이놈은 메를로 100%다. 역시 메를로 100%이며 보르도 5대 그랑 크뤼를 다 이기고 보르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꼽히는, 포므롤의 샤토 페트뤼스와 비견할 수 있는 수페르 토스카나 와인이다. 실제로 마세토를 이야기할 때 '이탈리아의 샤토 페트뤼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바롤로바르바레스코 DOCG로 유명한 피에몬테 지방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쪽의 본좌 중 하나인 가야(Gaja)에서 만드는 진짜 비싼 블랙 레이블 라인은 바르바레스코 DOCG 하나 빼고는 죄다 랑게 DOC다. 원래는 DOCG 와인들을 만들었지만 네비올로 100%를 써야 하는 이들 규정을 그냥 따르는 것보다 15%까지 다른 품종을 쓸 수 있는 자유도가 있는 랑게 DOC로 자진해서 내려앉은 것.

각주

  1. 테이블 와인이라는 뜻, 프랑스의 뱅 드 타블(Vin de Table) 역시 '테이블 와인'을 뜻하며 가장 낮은 등급이다.
  2. 다만 이건 키안티 쪽만 그런 건 아니고 프랑스 론 와인 중에서도 가장 비싼 지역인 코트 로티도 백포도인 비오니에를 약간 사용한다. 문제는 백포도가 30%나 들어가게 되면 레드 와인이 묽어질 수밖에 없는데 와인 사업을 하면서 이탈리아의 총리까지 해먹은 바론 리카솔리가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