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고기
캥거루도 먹나? 싶겠지만 원주민인 애보리진에게는 오래 전부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합법화된 역사는 짧아서 1980년대에 들어서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에서 처음 캥거루 고기의 유통 판매가 합법화 되었고 1990년에 들어서면 호주 전역으로 확대 적용된다. 소, 돼지, 닭고기만큼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마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캥거루 스테이크나 캥거루 소시지를 판다. 캥거루 구두약은 없다. 소고기만큼은 아니지만 캥거루 스테이크를 파는 응식점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잡육을 갈아서 반려동물 먹이용으로도 판다. 캥거루가 살아있었으면 개따위 발차기 한방에 게임 오버인데.
판매되는 캥거루 고기는 대체로 개체 수 조절 프로그램으로 허가를 받아서 야생에서 사냥된 것들이다.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고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엄격하게 관리된다. 캥거루가 인구 수보다 더 많을 정도로 캥거루 천국인 호주에서 마땅한 천적도 없다 보니 오히려 너무 많은 개체수 때문에 생태계 균형에 문제가 생기고 다른 동물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캥거루 사냥이 허용되는 이유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호주 안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동물 권리 단체는 반대하는데 생태학자나 관련 단체는 찬성하는 형국이다.
고기 중에서는 상당히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 자연 상태의 캥거루를 사냥으로 잡기 때문에 가공한 먹이를 줄 필요도 없고, 메탄가스 배출이나 수질 오염 같은 환경 문제도 소나 돼지 같은 다른 가축에 비해서 훨씬 적다는 것. 그래서 생태적인 식단을 추구하는 호주인들 중에는 육류는 캥거루 고기만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를 vegetarianism(채식주의)와 섞어서 kangatarianism이라고 부른다.
먹어 보면 기름기가 별로 없는 소고기 느낌이다. 야생에서 사냥한 고기는 누린내가 많는 것이 보통인데 캥거루 고기는 별로 없는 편이다.
호주 공항에 가 보면 캥거루 육포를 판다. 오히려 공항 바깥의 일반 가게는 잘 없는 걸 보면 호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념품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할 듯. 캥거루 육포 말고도 에뮤, 악어 고기도 육포로 판다.
그렇다고 호주인들이 많이 먹는 것은 아니라서, 호주인 중에서도 여러 번 먹는다는 사람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호주에서는 반려동물 사료로도 쓰인다. 슈퍼마켓에 가면 반려동물용으로 갈은 냉장 날고기를 파는데 캥거루 고기도 그 중 하나.
영양
캥거루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반면 지방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오오~! 물론 기름범벅 마블링에 길들여진 한국 사람들에게는 뻑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