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사바
しめさば(締鯖). 〆さば라고도 쓴다. 알파사바?[1]
등푸른 생선을 소금과 식초에 절인 것. 청어나 삼치로도 만들 수 있지만 특히 고등어를 많이 쓴다. 사바(さば)가 원래 고등어다. 우리말로는 고등어초절임 쯤 되겠다. 원래 고등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빨리 죽어버리는 데다가 아주 신선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팍팍 나서 회로 먹기는 쉽지 않다. 옛날에는 냉장고도 없었으니 죽어버리면 더더욱 빨리 맛이 가버린다. 그래서 보존성도 높이고 비린내도 잡는 방법으로 발전한 것이 시메사바. 하지만 '보존성이 높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날것 그대로보다 좀 낫다는 것이지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만들고 나서 그날 또는 그 다음날 먹는 게 좋다. 그 이상 가면 맛이 가거나 상해버릴 수 있다.
만드는 방법
통째로 식초에 다이빙 시키는 것은 아니고 가운데를 갈라서 뼈와 내장을 제거한다. 이 일도 상당히 세심하게 해야 하는데, 될 수 있으면 살을 안 다치게 하면서 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살에 박혀 있는 잔뼈는 족집게로 집어서 잡아 빼야 한다. 손질이 끝났으면 소금을 뿌려서 수분을 빼준다. 그 다음에는 식초에 담근다. 여기에 설탕이나 청주를 추가하기도 하지만 식초만 부어서도 만들 수 있다. 과일식초는 과일 향미가 너무 세게 날 수 있어서 별로 어울리지 않고, 쌀식초 종류가 가장 좋다. 너무 오래 담가 놓으면 오히려 좋지 않은데, 식초에 담그는 시간은 례서피마다 제각각이지만 보통 15분에서 30분 안팎이다. 15분 정도를 추천하는 레서피가 많다. 그 다음 액에서 꺼내서 랩에 싸두든가 해서 냉장 보관한다.
식초물에 담그기 전에는 머리와 꼬리 지느러미를 잘라낸 다음 큰 뼈만 골라내고 절인 다음, 회를 뜨기 전에 족집게로 남아 있는 자잘한 가시를 뽑아낸다. 식초물에 담그는 기간이 길수록 반투명했던 살이 약간 불투명해지고 조금 단단해진다. 오래 가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오래 담그는 쪽이 좋은데. 이러면 살이 퍽퍽해지고 맛이 없다. 대량생산하는 것은 아무래도 오래 절여 냉동하는 거라 퍽퍽하고,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팔려고 만드는 것은 하루 이틀 안에 빠르게 소비되므로 담그는 시간이 길지 않고 고등어 살이 좀 더 살아 있다.
고등어가 은근히 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식초에 절임으로써 비린내를 싹 잡아버리는 한편, 익히지 않았는데도 살짝 익힌 듯한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단백질을 식초에 노출시키면 색깔이 변하면서 굳는 현상이 생기는데, 먼 옛날 사람들은 약간 하얗게 굳는 살을 보고 불로 익히는 것과 비슷하게 보았을 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의 카르파쵸와 비견할 만하다. 식초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각종 세균에 대한 강력한 살균력이 있으므로 푹 담가 놓았다면 식중독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생선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안다면 직접 고등어를 사다가 집에서 담을 수도 있는데, 기름이 오르고 회로 먹을 수 있을 만큼 신선한 고등어를 써야 비린내도 안 나고 맛도 좋다. 고등어잡이 배가 많은 항구 도시가 아니라면 그만큼 신선한 고등어를 구하기 힘들다는 게 함정이지만.
먹는 방법
보통은 익히지 않고 사시미로 먹거나 생선초밥의 재료로도 쓰인다. 사케와 가장 잘 어울리지만 맥주나 소주와도 잘 어울리는, 입맛에만 맞다면 정말로 군침돌게 만드는 안주다. 그러나 그저그런 술집에서는 냉동된 시메사바를 내놓는다. 모노마트와 같은 일본 식재료 매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맛은 별로다. 일단 살의 색깔이 희멀건하고 질감도 퍽퍽하다. 게다가 비린내도 충분히 못 잡은지라... 시메사바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진다. 정말 제대로 직접 담근 것을 먹어 봐야 한다. 고집스러운 곳은 고등어의 상태에 신경을 많이 써서 고등어가 통통하고 기름이 올랐을 때에만 시메사바를 만들려고 한다. 제대로 만든 시메사바는 일단 살이 완전히 하얗게 굳지 않고 발그스레한 기가 남아 있고 윤기가 돈다. 먹어 보면 회보다는 약간 단단하지만 냉동 시메사바보다 퍽퍽하지 않고 매끄러운 기름기까지 느껴진다. 비린내야 당연히 거의 없고.
익히지 않고 회처럼 저며서 먹는 게 기본. 썰 때 두툼하게 썰면서 중간에 칼집을 내는 곳이 많다. 채썬 생강을 같이 내주는 음식점도 많은데, 생강을 칼집 난 데에 조금 떼어 올리고 간장 또는 와사비 간장을 살짝 찍어먹는다. 간장은 안 찍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서일본 쪽은 그냥 먹는 쪽을, 동일본 쪽은 간장이나 생강 간장을 선호한다.
틀로 눌러서 모양을 만들고 칼로 썰어내는 초밥인 오시스시(押し寿司)에 얹는 고등어도 보통은 시메사바를 쓴다.
주로 회로 먹지만 겉을 살짝 익혀서, 아부루타타키 상태로 먹기도 한다. 이를 아부리시메사바(炙りしめ鯖)라고 부른다. 껍질 겉으로 기름이 지글지글한 모습이 꽤나 먹음직하다.[2]
그밖에
서일본 쪽에서는 키즈시(きずし, 生寿司)라고 부른다. 생선초밥이 아닌, 그냥 생선만인데도 스시(寿司)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키즈시는 청어로 만드는 것인데, 그냥 서일본 쪽은 퉁쳐서 키즈시, 동일본 쪽은 시메사바라고 부른다. 일본 위키백과에도 키즈시로 되어 있고 시메사바로 검색하면 키즈시로 넘어가거나 코미디언 듀오가 나온다. 만드는 방법도 좀 달라서 서일본의 키즈시는 생선을 담그는 식초물의 깊이가 깊고 먹을 때 아무 것도 찍어먹지 않지만 동일본의 시메사바는 식초물의 깊이가 얕고 간장에 찍어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