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국제공항
成田国際空港。
일본 치바현 나리타시에 있는 국제공항.영어로는 Narita International Airport. IATA 코드는 NRT다. 하네다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수도권 확장과 개발로 주변환경이 점점 도시화 되면서 확장도 어려운지라 이를 대체할 국제공항으로 야심차게 건설되었다. 김포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인천국제공항을 만든 서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일본 정부에서는 하네다의 국제선 기능을 일부 근거리를 제외하고는 이쪽으로 넘길 계획이었다. 원래 여기는 왕실 소유 목장이 있던 곳이라 토지 수용 문제도 별로 안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을 너무 얕잡아 본 게 비극의 시작.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들은 전쟁 후 만주에서 빈손으로 돌아와서 맨주먹으로 무주공산이었던 땅을 개척하고 농사를 지어서 겨우 터를 잡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항을 지을테니 나가라고 하고, 어떤 타협이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계획을 밀어붙였다. 이곳을 대체할 만한 곳을 마련해 준 것도 아니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니... 결국 생존을 건 투쟁이 시작되었고, 여러 차례 유혈사태까지 벌어지는 전쟁에 가까운 반대투쟁이 이어졌다. 여기에 나리타공항을 미군기가 사용한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사회주의 활동가와 반전운동가들까지 합세했다. 이러한 사태가 이어진 끝에 나리타공항은 결국 활주로가 달랑 한 개뿐인 반쪽짜리 공항으로 전락했다. 당시의 투쟁과정을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린 <우리 마을 이야기라>는 만화도 있고 번역판으로 한국에도 나와 있다.
반대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공항 부지 안에 감시 초소가 설치되어 있고 가정집이 떡 하니 있는가 하면 활주로 부지 한복판에 신사까지 세운 갖가지 알박기까지 되어 있다. 나리타공항은 수십 년 동안을 활주로 하나로 버티다가 새로운 제2활주로를 가까스로 오픈했지만 거리가 짧고 터미널에서 활주로까지 가는 유도로도 알박기를 피해서 커브가 급하다 보니 협동체 항공기와 광동체 중에서 제일 작은 보잉 767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1] 제1활주로가 사고와 같은 이유로 폐쇄되거나 하면 광동체 항공기의 이착륙은 그냥 올스톱이다.
이러다 보니 일본에서도 한국 경유로 유럽이나 미국에 가는 이용객이 많을 정도다. 한국 항공사들이 중규모 도시에까지 노선을 뚫고 항공권도 싸게 풀면서 환승객 유치에 열을 올렸고, 일본에서 국내선 → 국제선을 타려면 하네다와 나리타의 이동 시간이 두 시간을 훌쩍 넘어간다. 이 경우에는 짐을 다시 찾아서 국제선 체크인을 다시 해야 하는 것도 문제. 출발지에서 체크인을 하고 목적지까지 짐을 부칠 수 있는 한국 경유가 훨씬 덜 귀찮다. 때문에 가고자 하는 국제선 목적지에 직항이 없는 일본 도시에서는 인천 노선이 있으면 이를 이용한 경유편이 인기를 끌고 일본 항공사는 그만큼 승객을 빼앗기는 타격을 보았다.
결국 정부에서도 백기를 들고 하네다공항에 추가 활주로를 건설하고 이 활주로에 한해 24시간 운영을 하게 되었다. 또한 하네다의 국제선 노선 제한도 풀어나갔다. 그에 따라 나리타에서 하네다로 옮기는 노선들이 늘어나는 추세. 하지만 하네다도 넘쳐나는 국내선과 국제선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확장에 한계가 있는지라 이래저래 골칫거리다.
터미널
터미널은 1, 2, 3 터미널이 있다. 터미널이 국제선 국내선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국제선 터미널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1 터미널은 크게 북쪽 윙과 남쪽 윙으로 나뉜다. 남쪽 윙은 전일본공수와 스타얼라이언스 멤버들이 주로 쓰고 있고, 북쪽 윙은 스카이팀 멤버들이 주로 쓰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남쪽 윙,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북쪽 윙으로 가야 한다. 각 윙은 다시 '새털라이트'(위성)라는 이름으로 가지치기를 한다. 2 터미널은 일본항공과 원월드 멤버들이 쓰고 있지만 일부 다른 항공동맹체 회원사들도 들어와 있다. 3 터미널은 저가항공사 전용이며 제주항공도 이쪽으로 들어오지만 다른 한국 저가항공사들은 2 터미널로 들어간다.
면세점 구색은 하네다보다 낫다. 하네다에는 없는 것들이 꽤나 있으며, 음식점도 면세 구역 안은 하네다가 좀 빈약한 편인데 나리타공항 안에는 제대로 된 일식집과 삿포로 맥주 바를 비롯해서 좀 더 갈만한 곳이 많다. 물론 더럽게 비싸다.
교통
도쿄와 공항을 연결하는 대중교통편은 열차와 버스가 주종이다. 원래 나리타공항을 나리타신칸센으로 이으려고 했고 공사도 했지만 이 역시 지역주민들의 반대 투쟁에 시달리다가 중도 포기했고, 그 결과 JR의 공항철도는 엄청나게 빙빙 돌아가는 경로가 되어 버렸다. 나리타신칸센을 만들다가 만 자리는 케이세이가 차지하면서 나리타스카이엑세스선을 만들었다. 그 결과 양쪽의 최고 등급 특급열차인 나리타익스프레스와 스카이라이너의 시간 차이가 상당히 커졌다. 스카이라이너가 닛포리까지 38분, 우에노까지 41분 걸리는데 반해 나리타익스프레스는 도쿄역까지 한시간이 걸린다. 여행객들이 숙소로 많이 잡는 신주쿠까지 가려면 한시간 반 가까이 걸리므로 환승을 해도 한 시간 조금 넘겨 신주쿠까지 갈 수 있는 스카이라이너가 시간 싸움에서 이긴다.
훨씬 느린데다가 가격도 스카이라이너가 싸기 때문에 나리타익스프레스가 쫄딱 망해야 정상이지만... 승객 수로는 나리타익스프레스가 밀리지 않는다. 스카이라이너는 닛포리-우에노 노선밖에 없는지라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보통 닛포리역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나리타익스프레스는 도쿄역, 신주쿠, 시나가와, 이케부쿠로, 요코하마를 비롯한 수도권의 여러 주요 지역을 환승 없이 이어주는 게 굉장히 큰 메리트다. 특히 공항철도를 이용할 때에는 종종 크고 무거운 짐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환승 한 번 하려면 여간 힘들고 불편한 게 아니다. 비싸고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환승 없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나리타익스프레스가 먹고 살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나리타익스프레스 항목 참조.
두 회사 모두 그보다 낮은 등급의 열차도 운행하고 있다. JR은 쾌속 에어포트 나리타가 있고 케이세이는 액세스 특급이 있다. 당연히 둘 다 특그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좌석도 도시철도 좌석이지만 반값 요금이라는 강점이 있으므로 교통비가 아깝다면 이쪽을 이용할 수 있다. 이쪽에서는 케이세이가 닥치고 우위일 수밖에 없는데, 일단 나리타익스프레스가 가진 ㄱ자 노선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기 때문이다. 또한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도쿄의 주요 지역은 신니혼바시역, 신바시역, 시나가와역 정도라서 신주쿠역이나 시부야역, 이케부쿠로역과 같은 곳으로 가려면 환승을 해야 하니 이점이 많이 떨어진다. 특히 케이세이의 액세스 특급은 스카이라이너처럼 우에노까지 가는 것 말고도 도영지하철 아사쿠사선과 직통 연결되는 노선도 있기 때문에 아사쿠사, 니혼바시, 히가시긴자와 같은 역들로 바로 데려다 준다. 이쪽이 목적지라면 좌석 불편한 것만 감수한다면 특급 타고 갈아타는 것보다 오히려 시간과 돈 모두 이득이다.
역은 공항 방향 종착역인 제1터미널역과 제2·3터미널역 두 곳이 있으며 JR과 케이세이가 플랫폼만 따로 쓰고 선로는 공유하고 있다. 나리타역과 공항을 잇는 나리타선 공항지선은 JR이나 케이세이가 아닌 나리타공항고속철도주식회사가 소유하고 두 회사에 임대를 주고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리타공항고속철도는 직접 열차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 사이를 환승하려면 역시 열차와 버스 두 가지 수단이 있다. 열차를 이용할 때에는 케이세이에서 운행하는 액세스 특급 열차의 일부 편성이 두 공항을 직통 운행한다. 이 노선은 도영지하철 아사쿠사선, 그리고 케이큐 공항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케이큐도 역시 두 공항 간 쾌속특급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리고 요금은 2017년 6월 기준으로 1,800엔이다. 비싼 요금이다 싶지만 이 방법이 제일 싸고 빠르기도 하다. 다만 일반 지하철과 같은 차량이기 때문에 한 시간 반 동안 가기가 좀 불편하다. 좀더 편하게 가고 싶다면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고 시나가와역까지 간 다음 케이큐 공항선으로 갈아탈 수 있지만 비싼 데다가 환승 시간은 물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리타익스프레스가 멀리 돌아가는 루트라 시간도 더 걸리고, 나리타익스프레스에서는 편하겠지만 짐이 많으면 시나가와역에서 환승하는 게 귀찮다. 두 공항 사이를 운행하는 리무진버스도 있다. 편하게 갈 수 있는 건 좋지만 가격이 2017년 6월 기준으로 3,100엔으로 꽤나 비싸다. 또한 교통체증에 걸리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들 공항과 비교하면 40분 정도면 오갈 수 있고 요금도 훨씬 싼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사이의 거리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