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육
물에 삶은 고기.
물에 삶기 때문에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비타민 같은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열로 익히면 대부분 파괴되고, 삶는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빠지므로 칼로리가 많이 줄어든다. 물로 영양성분이 다 빠져나가는 건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은 많이 빠지고 단백질은 거의 그대로 남기 때문에 고기를 먹는 방법 가운데 가장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추천되기도 한다. 그밖에 비타민이니 뭐니는 어차피 가열하면 많이 파괴되므로 그냥 수육에 채소를 곁들여 먹는 게 최고다. 살찌는 건 걱정이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먹고 싶다면 이 방법이 좋다.
맹물에 삶는 것은 아니며, 보통은 누린내를 잡고 고기를 덜 질기게 하기 위한 채소나 향신료, 한약재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뭘 넣느냐가 나름대로 음식점들의 비법. 물에 삶으면 아무래도 고기가 질겨지거나 퍽퍽해지는데 식감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음식점들의 비법이다. 속까지 충분히 익히려면 팔팔 끓는 물보다는 약하고 은근하게 오래 삶아내는 것이 좋다.
돼지고기 수육을 보면 가운데가 발그레한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덜익은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충분히 삶아도 돼지고기의 미오글로빈 성분 때문에 발그레하게 보일 수 있으니 오해하지 말자. 만에 하나 약간 덜 익었다고 해도 요즈음처럼 사료로 키우는 돼지는 기생충 염려는 없다.
소고기로도 만들지만 역시 푹 익혀야 하는 돼지고기가 주종이다. 소고기는 푹 익히면 좀 질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돼지고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애용한다. 보쌈이나 족발도 수육에 속한다.
구이로는 삼겹살이 압도적인데, 수육은 구이로는 잘 쓰이지 않는 부위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삼겹살도 수욕으로 만드는데, 살코기 부분은 질겨지지는 않아도 좀 퍽퍽해지는데 반해 비계 부분이 부들부들해지기 때문에 삼겹살 수육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쌈집 가면 '비계요? 살코기요?' 하고 물어보는 곳들이 종종 있다. 대부분 주문은 섞어서!
음식에 고명으로 올리는 고기도 수육으로 만든다. 소고기는 삶아서 결대로 찢거나 썰어서 내는 게 보통이고 돼지고기는 그냥 썰어서 낸다. 냉면과 밀면의 차이 중 하나가, 냉면은 소고기 수육을, 밀면은 돼지고기 수육을 얹어 준다는 것. 제주도의 고기국수, 부산의 돼지국밥도 돼지고기 수육이 넉넉히 들어가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일본 라멘에는 일본식 수육인 챠슈가 고명으로 자주 올라간다.[1]
냉면집에 가면 메뉴에 거의 들어 있다. 이쪽은 소고기 수육. 순댓국집에 가면 종종 수육을 볼 수 있는데 이쪽은 돼지고기 아니면 돼지고기 내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