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렴
국밥을 마는 기술. 그릇에 밥을 담은 다음, 국자로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냈다가를 여러 차례 되풀이하는 방법이다. 토렴을 잘 하면 입천장이 데일 정도로 뜨겁지 않고 적당히 먹기 좋은 온도로 손님에게 나온다. 특히 해장국은 토렴으로 마는 것이 좋다. 너무 뜨거우면 술 때문에 약해진 위에 더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은 쉬워보이지만 토렴이란 게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왜냐면,
- 국밥집은 갑자기 많은 주문이 몰릴 수 있으므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 국믈을 잘 따라내야 한다. 밥알이 후루룩 국물과 함께 빠져나가면 국솥으로 빠져서 국물을 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조심조심 살살 따라내자니 하세월이고.
- 온도를 잘 맞춰야 한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정한 온도로 맞춰야 한다. 여러 그릇을 한꺼번에 내는데 그릇마다 온도가 다르다면? 온도를 균일하게 맞춰 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토렴을 잘 안 하고 그냥 뚝배기에 밥과 국물을 넣고 끓여내는 곳이 많다. 손도 덜 번거롭고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를 손님에게 내 오면 눈으로 보는 효과도 있고 하니.
토렴이 제대로 되려면 뜨거운 밥보다 식은 밥을 쓰는 게 좋다. 찬밥에 미세한 구멍이 많으므로 국물이 잘 배어든다. 라면에 밥 말아먹을 때 찬밥이 더 국물이 잘 배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 토렴을 하는 과정에서 뭉쳐 있던 밥알이 풀어지고 한 알 한 알이 탱글탱클하게 살아난다는 것도 장점. 제대로 토렴이 된 국밥을 숟가락으로 뜨면 국물이 잘 배어든 밥알이 알알이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밥알 표면의 전분이 국물에 씻기므로 토렴을 계속 하다 보면 국물이 탁해질 수 있다. 빠르게 부었다가 따라냈다를 여러 번 되풀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전분이 국물로 들어가서 국물의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는 주장도 있다.[1]
나주곰탕이나 돼지국밥 같은 것들이 토렴으로 밥을 마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콩나물국밥은 크게 전주남부시장식과 삼백집식으로 나뉘는데, 남부시장식은 토렴을 하고 삼백집식은 밥을 넣고 팔팔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