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절미
떡의 일종.
찹쌀로 밥을 지은 다음 절구에 넣고 떡메로 계속 쳐대면서 검열삭제 쫄깃함을 최대한 끌어올린 반죽을 만든 다음. 한입 크기로 썰어내어 고물을 묻혀 만든다. 반죽에 쑥 같은 것을 넣기도 한다. 고물로는 볶은 콩과 설탕을 곱게 갈아서 만든 콩고물이 가장 널리 쓰인다. 그밖에 지방에 따라서는 팥고물을 쓰는 곳도 있다. 그래도 가장 널리 먹는 인절미는 쌀로만 만들거나 쑥을 섞은 반죽에 콩고물을 묻힌 것. 인절미라고 하면 누구나 이것을 떠올릴 것이다. 고물은 맛을 더해주는 효과도 있지만 무어보다도 떡끼리 서로 들러붙지 않게 해주는 효과가 크다. 고물 없이 그냥 인절미를 한 곳에 놓아두었다면 아마도 다 들러불어서 거대한 한 덩어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유래
인절미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조선시대 인조가 붙인 이름이라는 것. 당시 이괄의 난 때문에 피난을 갔던 무능의 아이콘 인조가 충남 공주에 이르렀을 때, 우성면 목천리의 임씨 집에서 인조에게 푸짐한 음식을 진상해 올렸다고 한다. 이 중에서 유득 인조가 꽂힌 것은 콩고물을 묻힌 떡. 배고픈 왕이 입에 콩고물이 덕지덕지 묻든 말든 체면이고 지랄이고 떡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한다. 인조가 그 이름을 물으니 다들 우물쭈물 하면서 답을 못했다. 특별한 이름이 없었기 때문. 인조는 "그것 참 절미(絶味)로다!" 하고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임씨 집안에서 만든 절미란 뜻으로 임절미(林絶味)라고 했다가 이게 변해서 인절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설은 여러 가지로 헛점이 많은데, 과연 이런 종류의 떡이 그때서야 부각됐겠느냐 하는 것이다. 떡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인절마는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졌을 텐데 이 떡에 이름이 없었다는 것도 좀 이상하고, 인조라는 왕이 무능의 극치를 달려서 백성들에게 영 인기가 꽝이었는데, 반란도 제대로 제압 못하고 도망 나온 주제에 떡 하나 먹고 '절미' 어쩌고 저쩌고 한 게 떡의 이름으로 굳어졌다니, 이것 역시도 이해가 안 가는 대목.
또 다른 설은 덜 알려져 있지만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반죽을 길게 자른 다음 늘려서 굴린 다음 한 입 크기로 자르는 모습에서 당겨서 자른 쌀(또는 떡)이란 듯으로 '引絶米(餠)'이라고 했다는 설. 아마 이쪽 설이 힘을 얻기는 힘들 거다. 일단 공주시에서 앞의 설을 가지고 인절미 축제를 요란하게 벌이고 있는데 가만히 있겠냐고.
활용
제삿상이나 혼레상에는 거의 필수급인 아이템 가운데 하나인데, 이 때 쓰는 떡은 한입 크기로 자르지 않고 접시를 뒤덮을 정도로 넓게 자른 것을 몇 겹 겹쳐서 올린다.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왔다가 돌아갈 때 친정에서는 큼직한 인절미를 만들어 보냈는데 이것을 ‘입마개떡’이라 불렀다 한다. 즉 딸에게는 시집에서 입에다 지퍼 잠그고 살라는 뜻이고 시댁에는 우리 딸이 허물이 좀 있어도 너그러이 봐달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제삿상에 올라가는 음식이므로 명절에는 자주 볼 수 있다. 명절이 되면 동네에서 장정들이 돌려가면서 떡메를 치는 모습은 민속 관련 영상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떡메를 치는 돌쇠의 굵은 팔뚝에 뿅간 뒷집 과부는 그날밤 떡을... 요즘이야 이렇게 만드는 광경은 보기 힘들고, 방앗간에서 기계로 반죽을 치댄다.
막 만든 따뜻한 인절미를 먹으면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식으면 약간 딱딱해지지만 그래도 충분히 먹을 만한데, 냉장고에 넣으면 딱딱해져서 좀 먹기 뭐해진다. 보존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므로 오래 보관하려면 아예 냉동실에 넣어놓았다가 해동해서 먹는 게 가장 좋다. 잘 만든 인절미라면 해동했을 때 먹기 좋아진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구워 먹는 것. 굳어진 인절미를 잘 뒤집어 가면서 구워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함이 배가된다. 캠핑 바비큐 요리에서 가래떡과 함께 비장의 무기로 활용된다.
덩어리지고 쫄깃쫏깃한 식감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될 것 같지만 의외로 소화가 잘 되는 식품으로 꼽힌다. 소화력이 약한 사람들이나 나이든 어르신들 가운데는 인절미를 아침으로 먹는 것을 나름대로의 건강법으로 여기는 이들도 종종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침에 인절미와 과일을 즐겼다고 하며, 그래서 'DJ 메뉴'라고까지 할 정도였다.[1] 하지만 어디까지나 꼭꼭 잘 씹어서 먹을 때의 얘기지, 제대로 안 씹고 꿀떡 삼키면 소화에 좋을 거 없다. 달리 보면 적당히 덩어리져 있고 쫄깃하니까 꼭꼭 씹어먹기 좋아서 소화가 잘 된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간편식으로도 옛날부터 널리 활용되었다. 물만 있으면 되니 먹기 간편하고, 부피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데 열량을 충분히 나오니까 가지고 다니기도 좋아서 전투식량으로도 애용되었다. 다만 그냥 말랑말랑한 인절미는 보존성이 좋지 않아서 전투식량에 쓰는 것은 햇볕에 말려서 가지고 다녔는데, 그러면 옛날 건빵 수준으로 엄청 딱딱해진다. 무기가 없을 때는 그냥 적에게 던져도 될 듯. 요즘도 등산 같은 레저 활동을 할 때 인절미를 챙겨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밖에
과자로도 나와 있다. 보통 쌀가루를 주 원료로 모양을 만들고 튀겨낸 다음, 콩고물을 묻히는 것. 유탕처리 스낵이므로 떡과는 전혀 식감이 다르다. 하지만 콩고물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 때문에 쌀과자 중에는 인기가 좋은 편이다. 먹었다는 증거가 잘 남는 편이다. 입이랑 옷이랑 콩가루가 덕지덕지 묻기 쉬워서.
각주
- ↑ "권영길이 털어놓은 DJ에 대한 기억", <경남도민일보>, 2009년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