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퓨전요리 가운데 하나. 원래는 포크 커틀릿이라는 유럽 음식이었던 것이 알본으로 들어와서 돈카츠로 마개조 되었는데 이게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돈까스가 되었다. 표준어 표기는 돈가스지만 왠지 느낌이 안 산다. 돈까스 파는 음식점 중에 돈가스라고 메뉴에 표시하는 데는 0%에 가깝다. 한때 짜장면의 표준어 표기법이 자장면으로 바뀌었을 때에도 메뉴판에 자장면이라고 쓴 중국집은 거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짜장면은 다시 표준어로 돌아왔지만 돈까스는 아직 못 돌아오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짜장면이 훨씬 인기 있는 음식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말로 다듬어서 '돼지고기 너비 튀김'라는 되도 않은 용어를 제안했으나 쓰는 사람이나 아는 사람이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유럽에서 온 포크 커틀릿이 일본에서 일식화 되었다가 한국으로 건너와서 어중간한 양식, 곧 경양식 형태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기구한 국제 입양의 운명. 경양식집이 한창이던 7, 80년대만 해도 그 문화에 젖어 있던 한국인이 진짜 서양에 갔을 때 레스토랑에서 돈까스 시켰다가 What? 하는 반응에 당황했다는 얘기가 꽤나 있었다. 그때는 돈까스만 되어도 어쩌다 한번 먹는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낮은 데로 임하셔서, 기사식당과 분식집에서도 팔리는 메뉴가 되었다.
기본은 돈카츠와 비슷하다. 돼지고기에 밀가루와 달걀로 튀김옷을 입히고 그 위에 빵가루를 듬뿍 묻혀서 기름에 튀겨낸다. 우스터 소스를 기반으로 좀 더 걸쭉하게 만든 돈까스 소스를 뿌려 내는 게 기본이다.
호프집 안주로도 인기가 높아서 돈까스 안주 없는 곳을 보기 힘들다. 역시 맥주 안주로는 기름진 게 최고!
돈까스와 돈카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오스트리아요리인 슈니첼인데, 돈까스와 놀랄 만큼 닮은 점이 많다. 슈니첼이 일본으로 건너가 상당히 일본화 되었다가 한국으로 와서 다시 슈니첼에 가까워진 모양새다. 다만 슈니첼은 돼지고기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송아지고기 아니면 닭고기를 쓴다.
돈카츠와 돈까스의 차이
일본의 돈카츠는 완전히 일본화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돈까스는 경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어중간한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주로 팔렸다. 그러다 보니 둘 사이애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 돈카츠는 소스를 따로 내서 뿌리거나 찍어서 먹도록 하는 반면 돈까스는 처음부터 소스를 끼얹어서 나오는 것도 차이점.
돈카츠는 찍먹 돈까스는 부먹
서빙
예전에는 경양식집에서 돈까스 주문하면 웨이터가 꼭 물어보는 말이 있었다. "밥으로 하시겠습니까? 빵으로 하시겠습니까?" 나름대로 세련된 티 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빵을 주문했으나, 이거 자체가 어차피 국적불명의 한국 스타일 경양식인걸 뭐. 일본의 돈카츠는 무조건 밥이다.
먼저 스프가 나온다. 분식집 돈까스는 아예 같이 나오기도 하는데, 레스토랑은 일단 에피타이저 개념으로 스프가 먼저 나온다. 소개팅을 경양식집에서 보는데 "스프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하는 웨이터의 질문에 "오뚜기요." 하고 대답했다는 농담도 있었는데, 좀 괜찮은 경양식집은 스프를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도 했다. 그래봤자 오뚜기 크림스프냐 양송이스프냐의 차이.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프 먹을 때 꼭 이렇게 얘기했다 카더라. "숟가락을 자기한테서 먼 쪽으로 밀면서 스프를 뜨는 게 에티켓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