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시
ふくおか(福岡).
일본 큐슈 지역의 최대 도시. 후쿠오카현의 현도이자 현청 소재지다.
후쿠오카? 하카타?
후쿠오카와 하카타(はかた,博多)란 이름이 뒤섞여 쓰이다 보니 익숙하지 않으면 헷갈린다. 예를 들어 공항은 후쿠오카공항인데 중앙역은 하카타역, 항구도 하카타항이다. 이는 지금의 후쿠오카가 19세기 말에 하카타와 후쿠오카 두 도시를 합친 것이기 때문이다. 하카타는 항구 무역 도시로 상인들이 우글우글했고 후쿠오카는 후쿠오카 번의 중심으로 사무라이들이 우글우글했다. 이 두 도시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느 이름을 쓸 것이냐를 가지고 한바탕 갑론을박을 벌이다가 결국 공식 행정구역 이름은 후쿠오카를 쓰되 하카타 놈들 싹 베어버릴라. 역이나 항구 이름은 하카타로 하기로 타협을 보았다. 다만 공항은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진 후이기 때문에 후쿠오카공항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특히 하카타가 원래 상업도시였기 때문에 지금도 상업과 문화 쪽으로는 하카타란 말이 정말 많이 쓰인다. 돈코츠라멘을 하카타라멘이라고도 하고, 가부키 극장의 이름도 하카타자(博多座)다. 후쿠오카 지점이 아닌 하카타 지점이란 말을 쓰는 체인점도 많다. 이쪽 사투리는 후쿠오카벤이라고 하지 않고 하카타벤이라고 한다. 하카타역 근처에 있는 요도바시카메라에 가 보면 "하카타노 요도바시 카메에라~!"란 로고송이 주구장창 울려퍼진다.
한편 하카타는 후쿠오카시 안에 있는 구의 이름이기도 하다. 일단 교통의 거점인 하카타항, 하카타역, 후쿠오카공항이 여기에 있고 현청 역시 하카타구에 있어서 후쿠오카시 제1의 구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1] 하지만 최대 번화가인 텐진이나 큐슈 최대 환락가인 나카스는 츄오구에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문화
사람들이 상당히 개방적이다. 도쿄에 혼자 여행 가면 백날 돌아다녀도 일본인들과 말 한번 하기 힘들지만 일단 일본어를 못하면 어딜 가나... 후쿠오카에서는 바 같은 곳에서 혼자 술 먹고 있으면 옆에서 말을 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후쿠오카만한 곳이 없다. 오사카도 낯선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편이지만 후쿠오카가 확실히 갑. 삿포로도 꽤 개방적인 걸 보면 도쿄에서 멀수록 사람들이 개방적인 건가... 싶다. 일단 후쿠오카는 중국과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본토 도시다 보니[2] 옛날부터 교역도 많았고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다 보니 거부감이 적다. 일본인들은 정이 없고 겉 다르고 속 다른, 이른바 타타메에와 혼넨이 따로 있다고 선입견 가진 사람들이 후쿠오카에 오면 의외의 경험을 하고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관광
가장 번화가는 하카타역 일대, 그리고 라멘 스타디움과 춤추는 분수가 명물인 쇼핑몰 캐널시티 하카타 및 하카타 리버레인, 그리고 나카스-카와바타, 텐진으로 이어지는 일대다. 관광객이라면 거의 필수로 도는 곳. 특히 온갖 유흥업소와 풍속점이 즐비한 나카스는 큐슈 일대의 최대 환락가이며 일본 3대 환락가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강가에 늘어선 포장마차인 야타이는 나카스를 상징하는 명물로 종종 후쿠오카를 상징하는 이미지로도 등장한다. 하지만 신규 출점은 금지되어 있고 기존에 영업하던 곳만 영업할 수 있다. 생각보다 가격이 센 편이니 주의. 지하철 나카스카와바타역에 내리면 되는데, 이 역 주변에 유흥가가 많다. 길 잘못 들면 심지어 소프란도까지 나온다. 길 잘못 들면 삐끼질 엄청나게 하니까 주의하자. 그래도 귀찮게만 한다 뿐이지 잡아 끈다든가 하지는 않는다. 나카스 및 그와 이어진 하루요시에는 맛집도 많으므로 꼭 유흥가 아니라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주말이나 관광 시즌에는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어가 많이 들린다.
그밖에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은 인공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모모치해변과 후쿠오카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인 후쿠오카타워, 그리고 후쿠오카돔(야후오쿠돔)으로 이어지는 지역. 이쪽은 지하철로는 접근성이 좋지 않으므로 하카타역 교통센터나 텐진에서 그린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낫다. 장시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면 모모치해변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후쿠오카타워, 후쿠오카돔을 둘러본 다음, 나가하마어시장 쪽으로 이동하면서 나가하마라멘을 먹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오리지널 일본 라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 다만 나가하마어시장은 도쿄의 츠키지시장과는 달리 평소에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고 매주 둘째 주 토요일에만 '시민 감사데이'라는 이름으로 일부가 개방된다. 어시장 못미쳐 나가하마라멘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한그릇 먹고 남쪽으로 내려가서 오호리공원을 둘러보는 게 나을 것이다.
배편으로 왔다면 하카타항 주변에도 몇 가지 볼만한 곳들이 있다. 다만 국제여객터미널 쪽에는 별볼일 없고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베이사이드 플레이스 하카타 쪽에 몇 가지 볼거리들이 있다. 일단 전망탑인 하카타포트타워가 여기에 있는데 아주 높지는 않지만 어차피 주위에 고층 건물이 없고 바닷가이기 때문에 탁트인 전경을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료다! 대중목욕탕인 나미하노유온센(浪波の湯温泉)도 있고, 베이사이드 플레이스 하카타 안에 있는 대형 수족관도 아쿠아리움 같은 장대한 스케일은 아니라고 해도 공짜로 볼 수 있는 볼만한 곳이다. 상업시설인 완간시장(湾岸市場)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꽤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도 있다. 마치 푸드코트처럼 여러 가지 음식을 사다 먹을 수도 있다. 특히 뭐든 하나에 98엔밖에 안 하는 뷔페식 초밥이 인기가 많다. 98엔이라고 싸구려만 있는 게 아니다. 참치와 방어 같은 건 기본이고 오오토로와 같은 고급 재료까지 뭐든 98엔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득실거린다. 하카타포트타워 전망대에서는 한국어밖에 안 들린다. 텐진이나 나카스에서 걸어서도 30분 안쪽일만큼 가깝다.
사실 후쿠오카 한 곳보다는 북큐슈의 여러 도시와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많다. 후쿠오카시가 번화가로는 하카타역에서 텐진 정도까지, 지하철 4 정거장에 해당하는 라인 정도가 거의 다이고 시내에 관광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예를 들어 역사가 있는 많은 대도시들이 으리으리한 성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크고 아름다운 유적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후쿠오카시 안에는 후쿠오카성 유적이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유적 수준이라 그닥 크지 않은 편.[3] 다자이후, 키타큐슈, 쿠마모토,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과 같은 곳들이 후쿠오카에서 한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일정이 좀 넉넉하다면 이런 곳들을 함께 보는 게 좋다. 한편으로는 2박 3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여행하기에는 꽤 좋은 곳인데, 일단 공항에서 시내 들어가느라 까먹는 돈과 시간도 별로 없고, 2박 3일 정도라면 후쿠오카 시내와 다자이후, 혹은 하우스텐보스 정도로 일정을 짜면 충분히 나온다. 좀 더 부지런하면 당일치기로 유후인도 다녀올 수 있고 실제 그런 관광객들도 많은 편. 음식도 다양하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라 짧은 일정으로 알뜰하게 여행 가기에는 좋다. 그래서인지 시내를 돌다 보면 정말 한국어가 많이 들린다.
음식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한 큐슈 일대도 나름대로의 음식 문화가 많이 발달했는데. 특히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다 보니까 한국인들이 많이 먹게 되는 일본음식이 이쪽 스타일인 경우가 많다. 간도 일본 본토 음식으로는 너무 짜지 않고 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기도 하다. 명란젓이나 곱창전골처럼 한국에서 건너가서 이곳에서 발전한 것들도 있다.
- 돈코츠라멘. 일본에는 하카타라멘으로 더 많이 통한다.
- 마루텐우동, 카시와우동을 비롯해서 갖가지 독특한 스타일의 우동도 만날 수 있다.
- 모츠나베 : 일본식 곱창전골.
- 미즈타키 : 닭고기를 주 재료로 한 전골 요리. 모츠나베의 자매품이라고 할 수 있다.
- 멘타이코 : 한국의 명란젓이 건너가서 정착된 것. 이를 응용한 여러 가지 요리들이 즐비하다.
- 고마사바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고등어 요리
- 타츠다아게 : 카라아게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교통
교통은 대부분 도시들처럼 지하철과 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후쿠오카 시영 지하철은 공항선(쿠코선), 하코자키선, 나나쿠마노선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앞의 두 노선은 나카스카와바타역에서 환승이 되지만 나나쿠마노선은 다른 노선과 환승이 안 된다.[4] 다만 텐진미나미역에서 내려서 텐진지하상가를 통해 공항선 텐진역까지 걸어가는 방식으로 갈아탈 수는 있다. 이 경우 환승 전용 개찰구를 이용해야 요금이 환승처리 된다. 요금은 200엔부터 거리별로 구역을 나눠서 최대 370엔까지 부과된다. 어린이와 장애인은 반액. 1일 승차권도 판매하고 있으며 성인 620엔, 어린이 310엔이다. 가장 짧은 1 구역을 기준으로 하면 네 번 이상 타면 이득이므로 지하철로 여러 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꽤 괜찮은 가격이다.
시내버스는 니시테츠에서 독점 운행하고 있다. 정리권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거면 버스 탈 때 꼭 정리권을 뽑자. 하카타역과 텐진을 중심으로 하는 순환버스인 100엔 버스도 있다. 말 그대로 요금이 100엔이다. 버스 앞에 행선지를 표시하는 전광판에 100엔 동전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단, 거스름돈이 없으므로 동전을 준비해야 하다.
교통카드는 JR큐슈에서 발행하는 스고카, 후쿠오카시 교통국에서 발행하는 하야카켄, 그리고 니시테츠에서 발행하는 니모카 세 가지가 있고, 셋 다 전국 호환된다. 교통카드는 편의점이나 역 주변 상업시설에서 전자화폐처럼 쓸 수 있고 지하철 요금 할인 혜택도 있으므로 하나 사 놓으면 여러 모로 편하다.
한국에서 가기
우리나라에서 항공편으로 가면 2시간도 안 걸리는, 일본 중에서 대마도 빼면 한국에서 가장 가깝고 대도시로는 확실히 가장 가까운 곳이다. 사실 서울에서 대마도 가려면 일단 후쿠오카 찍고 가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기준으로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마일리지가 347 마일로 김포-제주의 275 마일과 별 차이가 안 난다. 핫밀 기내식 따위 기대도 하지 말자. 중국이나 다른 곳 합쳐도 가장 가까운 축에 들어간다. 부산에서는 30분으로 서울 가는 것보다 더 가깝다. 부산-후쿠오카 노선은 뜨면 좀 있다가 가라앉기 때문에 플래그 캐리어로 가도 기내식은 아예 없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가도 쾌속선이면 3시간이 채 안 걸리기 때문에 저렴한 배편으로 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한국의 미래고속코비, 그리고 일본의 JR큐슈의 비틀이 운항하고있으며 일부는 쓰시마를 경유한다. 일찍 잘 사면 10만 원 또는 심지어 그 안쪽으로도 왕복 배표를 살 수 있어서 인기가 좋지만 저가항공사들이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그보다 더 싸게 푸는 일도 있다. 비행기 타고 가면 후쿠오카공항에서 내리고 배 타고 가면 하카타항에서 내린다. 하카타항도 걸어서 30분 정도면 나카스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괜찮은 편이지만 이쪽은 지하철이 가까이에 없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