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세이퍼시픽
Cathay Pacific.
홍콩의 플래그 캐리어[1]. IATA 식별코드는 CX다. 이전에는 항공사에서 공식으로 사용하는 한글 이름이 '캐세이퍼시픽'이었고 항공사 웹사이트에서도 '캐세이패시픽'이라고 썼지만 2019년에 60년 이상 써오던 한글 이름인 '캐세이패시픽'을 표준 외래어표기법에 맞춰 '캐세이퍼시픽'으로 바꾸었다.
허브공항은 물론 홍콩국제공항. 항공동맹체는 원월드. 중국 항공사를 하나도 못잡은 원월드로서는 그나마 여기라도 있는 게 다행이다. 원월드의 동북아시아 쪽이 영 부실한데 그나마 일본항공은 파산을 먹은 이후로는 계속 ANA에 밀려서 비실대는 상태다 보니 동북아시아 쪽 화력은 거의 캐세이퍼시픽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허브 공항은 당연히 홍콩국제공항. 과거에는 이착륙이 지랄맞기도 악명 높은 카이탁공항이었지만 지금은 첵랍콕공항으로 옮겨서 훨씬 나아졌다. 협동체 항공기가 하나도 없는데, 자회사로 캐세이드래곤를 가지고 있고 협동체는 이쪽에서 굴리고 있다. 이런 운영 방식은 싱가포르항공과 자회사 실크에어하고 마찬가지.
홍콩을 본거지로 하고 있으나 회사 설립은 홍콩 사람도, 홍콩을 소유하고 있던 영국 사람도 아닌 미국인과 호주인이다. 사실 1946년에 처음 회사가 설립되었던 곳은 상하이였으나 홍콩으로 본진을 옮겼다. 회사 이름은 마닐라호텔에 있는 바의 이름에서 따온 것. 양안 관계가 개선되어 중국-대만 직항 노선이 생기기 전에는 중국-홍콩-대만 경유 노선이 대박급이었다. 지금은 그런 메리트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홍콩이 동북아시아권 금융과 비즈니스의 중심지라 장사는 잘 되고 있다. 영국의 스와이어그룹이 최대 주주이며 중국의 에어차이나가 2대 주주다. 그런데 항공동맹체는 서로 딴살림이다. 오랫동안 홍콩이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지라 그 영향이 캐세이퍼시픽에도 상당히 배어 있는데, 가장 손꼽히는 예가 기장은 영국인, 부기장은 홍콩인이라는 암묵의 룰이다. 홍콩인은 아무리 잘 해도 캐세이퍼시픽 기장이 될 수 없는 더러운 세상... 딴 데로 이직하든가.
서비스는 수준급에 속한다. 스카이트랙스가 인정한 5성급 항공사다. 중국 본토의 항공사들과 비교해 보면 정말로 하늘과 땅차이다. 이러니 홍콩 사람들이 중국에 통합되는걸 싫어하지. 중국 항공사들도 점점 서비스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캐세이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일단 영어 구사력에서 너무 차이가 나서...[2]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CX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수하물에 관해서는 아주 창렬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일단 중국 본토 항공사들과는 달리 이코노미 클래스는 수하물을 한 개만 부칠 수 있고[3] 추가 수하물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5kg 단위로 가격을 매기는데 홍콩-한국만 해도 5kg 당 52 미국 달러(USD)이고 유럽이나 호주, 미국 같은 장거리라면 180 USD씩 받는다. 만약 캐세이로 유럽 갈 때 20kg 캐리어 하나를 추가로 부치려면 (52 + 180) * 4 = 928 USD 나 받는다! 어쩌면 좌석 하나 더 사서 짐만 올려놓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4] 정말로 캐리어 꽉 담아서 하나 더 부치면 거의 항공권 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게다가 무게는 사람보다 훨씬 가벼운데도 말이다. 사전 예약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비싸다. 무료 수하물보다 짐을 많이 가지고 타야 한다면 여기는 절대 피해야 할 항공사 중 하나다.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두 가지로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입회비 50 USD를 내야 하는 마르코폴로클럽(Marco Polo Club), 또 하나는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아시아마일스(Asia Miles)다. 라운지 이용을 비롯한 프리미엄 서비스 및 원월드 회원 등급을 받으려면 아시아마일즈에 백날 적립해 봐야 소용없고 무조건 돈 내고 마르코폴로클럽에 가입해야 한다. 다만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면 입회비 면제.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이 후한 편이다. 예를 들어 인천-오사카 왕복이 원월드 동맹사인 일본항공편인데도 15,000 마일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일본이 무조건 3만 마일인 것과 비교하면 세상에나, 반값이다! 보통 자기네 회사 항공편이 아닌, 같은 항공동맹체의 보너스 항공권은 마일리지를 좀 더 많이 떼가는 편인 것까지 감안하면 정말 싸다. 하지만 자기네 회사 것이 아니라면 다른 원월드 항공사 비행편에 마일리지를 쓰기는 좀 번거롭다. 온라인에서 즉석으로 예약되지 않고, 온라인에서 신청서를 써서 내면 예약 여부가 이메일로 온다. 또한 호텔 예약[5]이나 상품 구매에도 쓸 수 있고 활용폭이 꽤 넓다.
인천-홍콩 노선에 무려 하루 5편을 넣고 있다. 성수기에는 6편까지 넣고 있다. 김해에는 자회사인 캐세이드래곤의 항공편을 넣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경영 성적이 안 좋다는 리포트들이 나오고 있다. 2017년 상반기에 12억 홍콩 달러(1억 5,300만 미국 달러)라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2016년에도 경영이 안 좋았는데 2017년에는 더 나빠지고 있다. 중국이 성장하고 특히 홍콩에서 가까운 광저우와 선전이 허브 공항으로서 점점 빠르게 커가다 보니 과거에는 중국에서 홍콩 경유해서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지로 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중국에서 바로 직항으로 가다 보니 홍콩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에어차이나가 캐세이의 대주주 중 하나로 있는데[6] 정작 둘은 항공동맹체가 다르다 보니까[7] 코드쉐어와 같은 상호 제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못 보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2019년 들어서는 더욱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홍콩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추진에 따른 민주화 시위의 여파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중이다. 홍콩 여행객이 전체적으로 줄고 특히 본토에서 홍콩으로 오는 여행객의 수가 급감한 게 가장 아픈 부분. 게다가 임직원들의 시위 및 총파업 참가를 두고 중국정부에서 이들이 중국 본토 상공으로 들어오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고 중국 안에서는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일부 직원들이 해고 당하고 노동조합이 반발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8] 결국 존 슬로사 캐세이퍼시픽 회장과 루퍼트 호그 CEO가 사퇴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9]
에어차이나가 대주주중 하나가 된 이후로 캐세이가 스타얼라이언스로 갈아타는 거 아니냐는 떡밥은 계속 나돌고 있었지만 영국항공을 비롯해서 영국 쪽과 상당히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10]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에어차이나가 지배주주가 돼서 자회사로 편입된다든가 하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갈아타려면 다른 회원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과연 싱가포르항공과 타이항공, 그리고 바로 옆 대만의 에바항공이? 하지만 만약 현실화 된다면 원월드는 동북아시아 화력을 일본항공에 의존해야 하는데 파산 크리 이후 회복은 했다지만 여전히 ANA에게 맥을 못 추는 상태라 동북아시아 쪽에서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 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이 원월드 오려고 했을 때 빨리 못 잡은 게 아쉬울 듯. 다만 요즈음 아시아나항공의 상태를 보면 뭐...
각주
- ↑ 홍콩을 독립된 국가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래도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자치고 거의 독립된 국가 비스무리한 체제를 갖추고는 있으므로 그냥 플래그 캐리어로 치고 있다. 어차피 국영 항공사를 뜻하는 플래그 캐리어란 개념이 국영 항공사의 민영화 러시에 따라 좀 모호해지기도 했고
- ↑ 다만 하이난항공은 스카이트랙스에서 5성 등급을 받을 정도로 서비스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다만 우리나라 항공사처럼 북미는 두 개까지 무료다.
- ↑ 노쇼한 손님의 짐은 부칠 수 없으므로 불가능하다. 다만 악기와 같은 충격에 극히 민감한 장비는 좌석을 추가 구매하고 특수 케이스에 담아서 운반할 수는 있다. 그런데 캐세이퍼시픽의 정책이라면 그 편이 더 싼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 ↑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들도 비슷한 걸 하고는 있지만 자기네 계열사 호텔이나 리조트만 이용할 수 있다.
- ↑ 상호 출자해서 캐세이퍼시픽은 에어차이나의 대주주 중 하나이기도 하다.
- ↑ 에어차이나는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 ↑ "캐세이퍼시픽 항공, 직원들 홍콩시위 참가→불매운동→주가 폭락", <연합뉴스>, 2019년 8월 12일.
- ↑ "무너진 세계 최고 항공사의 자존심 '캐세이퍼시픽'", <아주경제>, 2019년 12월 12일.
- ↑ 예를 들어 기장은 영국인, 부기장은 홍콩인이라는 관례라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