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밥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콩나물국밥이긴 한데,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썰렁하고, 전라북도 전주를 중심으로 발달한...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먹는 음식이다. 젠장,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잖아.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시장통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전주를 넘어서 전국으로 퍼져 대표적인 해장국 가운데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기를 위주로 한 다른 해장국과 비교했을 때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인기의 비결. 짜고 매운 해장국은 오히려 속을 버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데, 콩나물국밥은 적어도 맵지는 않으니까... 콩나물이 숙취에 좋다는 건 예전부터 알려져 있는 사실이므로 기능 면에서 봐도 해장국으로 손색이 없다. 해장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람들은 콩나물국을 좋아하고, 온갖 탕국들이 거의 고기를 위주로 하는 반면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콩나물국밥은 담백하고 시원한 국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택이다.
전주비빔밥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인기 음식이기도 하다. 다만 전주비빔밥은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가격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올라갔고, 정작 전주 사람들 중에는 그런 전주비빔밥을 관광객용이라고 평가절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전주 사람들은 전주비빔밥보다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콩나물국밥이 더욱 전주스러운 음식이라고 단언한다.
이쪽도 슬금슬금 가격이 올라가면서 뭔가 '콩나물국 주제에...'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하는데, 2010년대 후반 들어서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콩나물국밥 체인이 성업 중이다. 가격대는 수도권 중심으로 3,800~4,300원 선. 밥 한끼 가격으로는 무척 저렴한 데다가 맛도 가격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고 밥과 깍두기, 오징어젓을 원하는 대로 갖다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많아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만드는 방법
가정에서 흔히 끓이는 콩나물국은 콩나물, 대파, 마늘, 소금, 물, 이렇게 아주 간단하고 담백한 재료지만 콩나물국은 멸치, 북어 또는 오징어육수를 기본으로 국물을 내고, 여기에 보통 콩나물국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가 들어간다. 토핑으로 잘게 썬 삶은 오징어가 올라가기도 하고, 김을 뿌리거나 얹어서 먹기도 한다. 전문점에는 다진 청양고추와 새우젓 또는 소금 정도는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다.
TvN <수미네 반찬>에서 집에서 간편하게 콩나물국밥을 끓이는 방법을 공개했는데[1] 1인분 기준으로 대략 다음과 같다.
- 멸치와 디포리, 파뿌리, 다시마를 넣고 국물을 낸다. 디포리를 너무 많이 넣으면 국물에서 쓴 맛이 나니[2] 저 이상은 넣지 말 것. 멸치육수는 오래 낼 필요가 없다.
- 육수를 내면 콩나물을 한움큼 넣은 다음 뚜껑을 덮고 끓인다. 콩나물이 익기 전에 뚜껑을 열면 비린내가 나며, 너무 오래 끓이면 콩나물이 질겨진다.
- 새우젓으로 간을 한 다음[3] 다진 마늘 한 젓가락과 통깨, 청양고추를 약간 넣고 마지막으로 달걀을 깨 넣는다. 달걀은 풀지 말고 투입하고 나서 불을 끄면 마무리. 1인분씩 끓인다면 뚝배기에 끓여서 바로 내면 간편하다.
종류
크게 나누면 토렴을 해서 온도를 맞추는 전부남부시장식과 밥을 넣고 한소금 끓여내는 삼백집식, 이렇게 두 가지 문파로 나뉜다. 삼백집식은 국물에 달걀을 넣는 반면 깔끔한 국물맛을 선호하는 남부시장식은 달걀을 따로 수란으로 곁들여 낸다. 수란은 보통 스테인레스 공기에 달걀을 깨넣어서 중탕으로 반숙시켜서 나오는데, 수란을 국밥에 넣으면 깔끔한 맛이 날아가버리므로 역으로 국물을 서너 숟갈 수란에 넣은 다음 휘휘 저어서 먹고 나서 국밥을 먹는 것을 권장한다. 즉, 수란은 에피타이저. 콩나물국밥도 나름대로 코스요리다. 전날 과음으로 속이 쓰리다면 토렴 방식으로 내는 국밥이 좋다. 너무 뜨거우면 입도 데이고 속에도 좋지 않다.
김을 주는 곳도 많은데, 김을 잘게 부숴서 수란에 넣거나 밥과 건더기를 한 숟갈 떠서 그 위에 김을 얹어넣고 먹는다. 김을 부숴서 국물에 집어넣는 것은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넣어 먹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김가루를 넣어주는 곳도 있으니 철칙이라고 할것까지는 없다. 앞서 얘기한 수란도 마찬가지여서 그냥 국물에 넣어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은 취향 문제니까 일단 하라는 대로 해 보고 잘 맞으면 그렇게 먹고, 아니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만이다.
현대옥이라는 곳도 유명했는데, 아침부터 도시락김을 손에 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특징이었다. 여기서는 김을 안 주고 따로 손님이 가져오도록 했기 때문. 창업주 할머니가 은퇴하면서 물려줄 사람도 없고 해서 호텔 주방장 출신의 외식 사업가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고 물러났다. 이 사업가는 현대옥을 체인점화 해서 열심히 전국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고 있는 중이다. 골수 현대옥 팬들은 못내 아쉬워 하지만 되지도 않게 콩나물국밥 간판 달고 있는 곳보다 낫긴 하다. 전주 사람들도 전주에 있는 현대옥에 잘만 간다. 다만 전주까지 가서 굳이 현대옥 체인점을 찾아서 갈 것까지는 없다. 프랜차이즈가 되면서 한 가지 좋아진 점이라면 본점을 제외하고는 김을 들고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최근에는 삼백집도 아들이 경영하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렇게 전주의 유명 노포가 체인점 사업을 벌이는 것에 아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전주에 가지 않아도 유명한 전주 맛집의 콩나물국밥을 비슷한 맛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외지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밖에
콩나물국밥 전문점 가운데는 모주를 파는 곳이 많다. 막걸리에 계피와 설탕, 생강을 넣고 달여서 수정과 맛이 나는 술이다. 끓일때 알코올은 대부분 날아가므로 도수는 막걸리보다 훨씬 약해서 굳이 해장술이 생각난다면 다른 술보다는 좋은 선택. 술 많이 마시는 아들을 걱정해서 어머니가 정성껏 끓인 술이라는 게 널리 알려진 유래. 어머니 모(母)를 써서 '모주'라고 부른다. 그래도 알코올이 0%는 아니므로 많이 퍼마시면 결국은 취한다. 반주로 가볍게 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