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80
에어버스가 만든 2층 구조의 광동체 4발 여객기. 보잉 747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크고 아름다운 그리고 뚱뚱한 여객기의 타이틀을 빼앗은 주인공. 그리고 그 대가는 쓰다.
747도 2층 구조긴 하지만 앞쪽 일부에 불과한 반면 A380은 객실 전체가 2층 구조다. 사실 기체의 길이는 747보다 약간 짧지만 2층 구조다 보니까 전체 공간은 747을 월등히 능가한다. 날개의 폭도 747보다 크다.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이 10대를 주문해서 모두 받았고, 아시아나항공이 6대를 주문해서 2014년부터 2대씩 인도 받고 있다. 따라서 2016년에 마지막 5, 6호기가 들어올 예정. 같은 나라에서 2곳 이상의 플래그십 항공사가 A380을 주문한 것은 한국이 최초. 그러나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 모두 A380을 보유하게 되었으므로 한국이 더 이상 유일한 나라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2층 전체를 비즈니스 클래스로 깔아서 A380 운영 항공사 중 가장 좌석 수가 적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2층 일부만 비즈니스라서 다른 항공사와 엇비슷한 수준. 대한항공은 로스엔젤레스, 뉴욕, 애틀란타를 비롯한 미주 노선은 물론 런던, 파리, 시드니[1]에도 밀어 넣고 있으며, 그보다 기체 수가 적은 아시아나항공은 하루 두 편인 로스엔젤레스를 성수기 때는 전부 A380으로, 비수기 때에는 A380과 A350을 번갈아 넣고 계절 수요에 따라서는 뉴욕에도 보내고 있다. 즉 미주 노선 올인. 장거리 뛰고 남는 시간에는 마법사답게 기체를 놀리지 않고 나리타, 방콕과 홍콩에도 넣고 있으며,[2] 2016년 말부터는 프랑크푸르트에도 A380을 넣는다. 즉 747을 넣어도 수지가 맞는 노선에 A380을 넣고 있는 셈이다. 2017년 겨울 시즌에는 뉴욕에는 A380을 빼고 대한항공처럼 겨울 수요가 많이 나오는 시드니에 넣는 식으로 조절하고 있다. 이후 뉴욕 노선을 일 2회로 증편하면서 모두 A350으로 교체했다. 아시아나항공은 A380을 제외한 항공기에서는 퍼스트 클래스를 전부 없애버렸다가, 아예 퍼스트 클래스 자체를 폐지했다. A380의 퍼스트 스위트 좌석은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스위트 클래스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전통의 보잉빠 일본은 JAL이나 ANA 둘 다 관심 없는 것으로... 하긴 보잉빠가 아니더라도 JAL이 747 열나게 질렀다가 파산 크리를 맞고 나서 747을 다 처분해 버린 마당에 그보다도 더 덩치 큰 A380을 지르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 그런데 난데없이 저가항공사인 스카이마크항공이 대차게 A380 6대를 질렀다가 경영 악화로 주문을 취소하고 말았다. 취소하면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그 결과는 아예 회사 파산... 그런데 스카이마크 파산보호 과정에서 지원에 나선 ANA가 A380 3대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스카이마크만도 못한 쪼잔한 항공사 같으니라고. 정확히는 스카이마크가 주문했던 물량 중에 일부를 ANA가 받기로 한 것. 이렇게 되면 A350 도입을 결정한 일본항공에 이어서 ANA도 보잉 일색에서 탈피해서 에어버스 광동체 항공기를 가지게 된다.[3] ANA 쪽에서는 하와이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6년 1월 29일, 결국 ANA가 3대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4]
미국도 A380을 주문한 항공사가 하나도 없는데, 일단 국내선은 소형 또는 중형 위주로 굴리고 있고, 장거리 국제선 쪽을 봐도 항공사들이 가지고 있는 747을 처분하고 있는 마당에 그보다도 더 큰 A380에 관심을 가진 항공사가 없는 분위기. 허브 앤드 스포크 전략에서 피어 투 피어 전략으로 옮겨가는 게 미국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대세이기 때문에 A380을 주문할 일은 없어보인다. 미국 항공사가 보잉 걸 사지 에어버스 것을 사겠나... 싶을 수도 있지만 A350은 미국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잘 알려져 있지만 최대 큰 손은 역시 아랍에미레이트의 에미레이트로, 두바이공항에 아예 A380 전용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공항에는 몇 대 보기도 힘든 A380이 사방에 널려 있는 걸 보면 정말로 처음 볼 때는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다. 반면 옆동네의 라이벌 에티하드는 주문도 상대적으로 늦었고 대수도 많이 운영하지 않는 대신, 퍼스트 클래스마저도 아득히 뛰어넘는 초고급 클래스를 제공한다. 침실과 거실, 욕실까지 별도로 마련되고 전용 서비스 승무원에 요리사까지 딸려 가는, 그야말로 하늘 위의 5성급 호텔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 수트(Suite)는 왕복 티켓 가격이 1억에 육박할 정도.
한국에 취항하는 외항사로는 에미레이트항공이 유일하게 A380을 밀어넣고 있었다. 하긴 얘들은 가진 게 A380 뿐이라. 그러다가 독일 루프트한자가 2015년 5월 22일부터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 매일 A380을 넣고 있다. 항공사 쪽에서는 최근 새로 받은 기체를 투입했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5] 일단 2015년 10월까지 운항할 예정이고 수요를 봐서 연장할 듯. 예상대로 2016년 10월까지 연장했고, 그 이후에는 747-8i로 전환할 예정인데 수요가 계속 나오면 더 연장할 가능성도 높다. 말레이시아항공도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 A380을 넣고 있다.
초장거리 노선 운항도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긴 노선은 에미레이트에서 운항하는 두바이-오클랜드 노선으로 17시간에 이르며 거리로는 8818 마일(14,191 km).
기내
타본 사람들은 대체로 호평을 한다. 넓어서? 아니다. 넓어 봐야 그만큼 좌석을 많이 때려넣기 때문에 이코노미 클래스라면 결국 좌석 공간은 그게 그거다. 물론 비즈니스 클래스나 퍼스트 클래스 쪽은 미니 바나 스파, 완전 침실형 스위트 좌석과 같이 넓은 공간을 활용해서 전에는 듣도보도 못한 고급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에티하드항공 쪽은 아예 방 하나를 차려놓은 수준까지 만들었다. 가장 손꼽히는 장점은 조용하다는 것. 제트 엔진 소음이 기존 항공기에 비해서 대폭 줄어들어서 객실 안이 정말 조용하다고 한다. 최근에 나오는 기체들은 확실히 소음 부분에서 많이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러 모로 승객들에게는 칭찬 받는 항공기지만 항공사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에, 과연 그 비행기를 꽉꽉 채워 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은지라 747만큼의 히트는 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승객들이 느끼는 단점도 있는데 일단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1, 2층에 모두 탑승교를 대면 좀 나아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오는 게이트는 하나라 병목 현상도 있기 때문에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입국심사나 짐 찾는 곳에도 일시에 많은 승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역시 병목 현상이 생긴다.
좌석 배열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기준으로 3-4-3, 10열 배열로 747과 같다. 그러나 3-5-3 축구 전법이 아닙니다 배열로 11열을 노리는 항공사들도 슬슬 나타나고 있다. 최대한 실을 수 있는 인원은 이코노미 클래스로만 최대한 가축 수송배열을 할 경우 853명이다. 실제로 가장 많은 좌석 수를 집어넣은 곳은 러시아의 트란스에어. 2015년 중에 인도 받을 기체의 좌석 수가 652석이다. 반면 가장 좌석이 적은 항공사는 대한항공으로 407석. 2층 전체를 비즈니스 클래스로 깔아버렸다. 한때 프랑스의 이름도 아스트랄한 에어 오스트랄에서 무려 840석 배열을 주문했지만 이후 고객이 되실 가축 혹은 짐짝들에게는 참 다행스럽게도 아예 A380 도입 계획 자체를 취소했다. [6]
화물기
원래는 화물기 버전의 A380-800F도 있었고 UPS, 페덱스 같은 물류 기업들이 주문을 냈지만 계속 인도가 지연되는 데다가 덩치에 비해서 별 메리트가 없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결국 전부 주문이 취소되었고, 이제는 에어버스 측에서도 화물기 버전은 접은 상태다. 747과 비교한다면 2층 구조다 보니 대형 화물을 싣기에는 공간의 높이가 애매한 부분도 있고, 화물을 싣고 내리는 시설도 따로 필요하고, 그렇다고 아예 1, 2층을 터버리면 너무 공간이 높아지다 보니 747로 못 싣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화물이라면 모를까, 공간 대비 화물 수송 능력이 애매해진다. 747로 못 실을 정도의 화물이라고 해도 문제는 있는 게, 앞대가리가 통째로 열리는 747F에 비해 A380은 조종석 구조 때문에 이게 안 된다. 즉 이러나 저러나 덩치만 컸지, 화물 수송 쪽으로는 영 메리트가 없는 것. 그래도 초기 주문을 제대로 공급했다면 어느 정도 수요가 있었을 텐데 그나마 공급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완전 폭망으로 가 버렸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2014년 들어서 손익분기점을 못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다. 2015년에는 한 대도 수주를 못 했다. 2015 파리 에어쇼에서도 수주전은 보잉한테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A380은 한대도 못 팔고 A350XWB와 A320네오, 덧붙여서 A330만 줄창나게 팔았다.[7] 무려 140대나 질러서 A380의 최대 고객이신 에미레이트항공이 [8] 더 지를 의향은 있나 본데. 엔진 효율을 좀 더 높이라고 요구 중. 하긴 두바이는 중동이면서도 석유가 안 나거든. 이거 안 들어 주면 기존 주문조차도 취소할 기세인데 엔진 개발이 하루이틀 걸리는 것도 아니고... 어쟀거나 2015년 말에는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CEO가 밝혔다.[9] 아무튼 최근의 분위기는 항공사들이 거대 항공기에 등을 돌리고 777, 787, [A330]]이나 A350 쪽을 주력으로 지르는 분위기다. 콴타스가 2016년 7월에 남은 주문을 전부 취소했고, 확정 주문이 아닌 상태인 다른 주문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어서 손익분기점은 난망한 실정.
그래도 2016년에는 그나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일단 에어버스라면 거들떠도 안 보던 전일본공수에서 3대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나와서 일본 시장이 최초로 열렸고, 아마 그게 끝일 거다. 경제제재에서 해제된 이란이 항공산업을 본격 복구하기 위해서 여객기 쇼핑에 나서고 있는데, 이란항공이 에어버스와 30조 규모의 여객기 118대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A380도 12대 주문했다는 소식이 나왔다.[10] 석유 가격도 왕창 싸졌으니 활활 불태워 보자는 건가. 사실 유가가 100 달러 선까지 치고 올라오다 보니, 초대형 항공기 구매에 부담이 되었는데 유가가 30달러 선까지 떨어진 데다가 당분간은 고유가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지라, 초대형 항공기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란항공이 A380은 주문을 취소하면서 에어버스는 좋다 말았다... 이대로라면 개발비 회수 불능은 거의 확정 상태.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이미 A380을 운영하고 있는 항공사들 가운에도 이 비만돌고래가 애물단지가 된 곳도 여럿 있어서 다른 항공사에 매각을 추진하거나 리스 계약으로 운영하고 있으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런데 2016년에는 새로운 수요 창출의 길이 열렸다. 바로 이슬람 최대 명절이라 할 수 있는 하지 기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 메카를 찾는 순례객들. 1주일 동안의 하지 기간 전후로 메카를 찾는 수요가 무려 2백만 명이나 되어[11] 중동 지역 또는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의 항공사들은 그야말로 가축수송을 돌리는데,[12] 말레이시아항공에서 자사의 A380 항공기를 퍼스트 비즈니스 다 들어내고 이코노미로 몽땅 때려박아서 700석 배열을 만들겠다는 것. 항공사 측에 따르면 1주일이면 교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일단 말레이시아에도 많은 무슬림의 넘쳐나는 수송객을 받아낼 수 있는 데다가, 워낙에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항공권도 비싸게 받아먹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하지 기간 한정이고 메카 수요가 빠지면 다시 원래 배열로 돌아갈 듯. 말레이시아항공도 A380이 영 애물단지라 중국 항공사에서 팔려고 알아보기도 했다는데, 아무튼 본전 뽑을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최근에는 계단이 차지는 공간을 줄여서 더 많은 좌석을 배치할 수 있도록 내부 구조를 개선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이코노미 클래스 기준으로 20석 정도를 더 넣을 수 있다고. 그밖에도 캐빈 전반을 구조 개선해서 최대 80석까지 더 넣을 수 있다고 한다.[13]
2015년 5월 23일 <무한도전>에서는 사람의 힘으로 A380을 끄는 미션을 수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의 A380 3호기가 동원되었다.
2017년 9월 30일 파리에서 로스엔젤레스로 가던 에어프랑스의 A380 4번 엔진(가장 오른쪽)의 덮개와 압축기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일어났다. 캐나다 구스베이에 비상착륙했으며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처음에는 엔진 폭발로 알려지다 보니까 콴타스항공 엔진 폭발사고를 떠올리던 사람들은 "또 롤스로이스가..." 했지만 에어프랑스의 A380은 롤스로이스가 아닌 엔진얼라이언스의 GP7200을 사용한다.
2017년 6월에는 연비 및 좌석 당 운영비용을 개선한 A380plus를 내놓았다.[14] 1층에는 이코노미 좌석을 최대 3-5-3까지 배열할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승객을 잡아라 잡아. 그밖에 계단과 승무원 휴식 공간을 비롯한 여기저기 공간 넓히기 신공이 적용돼서 4 클래스 편성 기준으로 평균 497석에서 575석까지 좌석 용량이 향상되었다. 날개 부분 공기역학 설계 향상으로 새로운 윙렛이 적용되어 연비는 4% 개선되었고 이륙 중량도 늘어났다. 좌석 당 운영 비용은 13% 감소되었다. 그래도 아무도 주문 안 했다.
2018년 들어서 몇 년 동안 주문이 없었던 A380의 신규주문이 들어왔다. 주인공은 바로 최대 고객인 에미레이트항공. 20대는 확정이고 16대는 옵션이다. 거의 단종될 뻔했던 A380의 숨통이 트인 셈. 에미레이트항공 측에서는 연비 향상과 같은 개선이 없으면 기존 주문도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해 왔는데 2017년에 연비와 공간을 넓힌 A380plus가 등장하면 어느 정도 만족시켜 준 모양이다. 한편 에어버스 측에서는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에 A380을 충분히 주문하면 아예 중국에 조립공장을 만들어서 중국에서 조립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마크롱 대통령까지 나서서 세일즈를 한 결과 A320 대량 판매에는 성공했는데 파격적인 조건이 A380에도 과연 효험이 있을지는 두고 볼일. 한편 영국항공도 A380 주문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15] 12대를 굴리고 있는 영국항공이 6~7대의 중고 A380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2017년에 있었는데 새 항공기를 주문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듯한다. 영국항공까지 추가 주문이 확정되면 일단 손익분기점은 간신히 넘기면서 연명은 할 듯.
한편 싱가포르항공은 2018년부터 초도 물량을 리스 회사에 반납한다. 싱가포르항공 규정상 기령이 10년이 넘은 항공기는 처분하도록 되어 있는데 초도 물량이 이 한도를 넘긴 것. 싱가포르항공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A380을 주문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2019년 들어 안 좋은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콴타스가 A380 주문 물량을 취소했고, 최대 큰 손이자 A380의 산소호흡기나 마찬가지였던 에미레이트마저도 A380 잔여 물량 중 일부를 취소하고 A350이나 A330Neo로 돌리려고 한다는 뉴스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을 검토하던 다른 항공사들도 계획을 접고 있으며, 이미 운항하고 있는 항공사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좌석을 못채워서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태다. 에어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이런 애물단지를 왜 들여왔냐고 대놓고 욕먹는 실정. 기존 보유하고 있는 A380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고심하는 항공사들도 적지 않다. 만약 에미레이트의 결정이 확정되면 A380은 잔여 주문분 생산이 끝나면 단종되는 셈이다.
결국 2019년 2월 14일에 에미레이트의 A380 주문 물량 중 30대를 취소하고 A330-900과 A350-900를 각각 30대와 40대 주문하는 결정을 발표했고, 이와 함께 에어버스에서는 A380 생산도 기존 주문 물량 인도가 끝나는 2021년 이후로는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A380은 2021년을 끝으로 단종 수순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와 함께 운항되고 있는 A380에 대한 고객 서비스는 차질 없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16]
A380의 실패는 결국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지나친 대형화, 분위기가 좋을 때 제대로 공급을 못해서 대량 주문 취소 사태를 불러온 실책이 겹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A380은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단 한 대도 팔지 못했으며, 단일 국가로 미국 다음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인구로는 세계 3위인 인도 역시 빠르게 항공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도 한 대도 못 팔았다. A380 같은 초대형기는 서울-로스엔젤레스처럼 항상 승객이 넘쳐나는 확실한 노선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수요가 들쭉날쭉한 경우에는 난감해진다. 좌석을 못 채웠을 때 보는 손실이 가장 크기 때문.
A380이 노린 시장은 에미레이트처럼 거점을 두고 환승 승객 위주로 장사하는, 즉 허브 앤드 스포크 전략을 채택하는 항공사였지만 항공기의 항속 거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서 항공사들은 가급적 직항을 뚫으려는, 즉 피어 투 피어를 단거리만이 아니라 중장거리에까지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싱가포르-뉴욕, 퍼스-런던, 아부다비-오클랜드와 같은 15시간 이상의 초장거리 노선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도 싱가포르항공이 A340으로 싱가포르-뉴욕 노선을 운항하긴 했고 777도 초장거리 버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항공기 연비가 지금만큼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다른 공간을 줄이고 연료 적재량을 최대한 늘이는 방식이다 보니 그만큼 승객이나 화물을 위한 공간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여객기 및 제트엔진 제조사들이 목숨 걸고 연비 향상에 주력한 결과[17] 엔진 연비가 이전에 비해 크게 올라갔기 때문에 이전보다 같은 거리에 적재해야 하는 연료가 줄어들었으며, 그만큼 연료 적재 공간이 줄어들면 승객이나 화물을 위한 공간으로 더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초장거리 노선도 충분히 장사가 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노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787이나 A350의 수요는 늘지만 A380은 매력이 떨어진다. 한편으로는 항공 수요 증가로 공항이 늘어나고 소형기로 중규모 수요 공항들을 이어주는 저가항공사들이 약진했다. 이런 쪽은 당연히 A320이나 737 같은 협동체 항공기가 주력이므로 허브 앤드 스포크 전략은 일부 중동 지역 항공사를 제외하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게다가 초기에 주문량이 많을 때 인도가 너무 늦어져 취소가 속출한 것도 문제였다. 팔 수 있을 때 최대한 팔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 화물기 버전도 원래는 FedEx를 비롯한 몇몇 회사에서 주문을 했지만 인도가 너무 지연되다 보니 전부 취소됐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고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도 한정되어 있고 하역을 위한 추가 시설도 필요하다는 문제 역시도 발목을 잡았다. 747도 여객기 시장에서는 거의 수명이 끝나가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이쪽은 그래도 화물기 수요라도 기대할 수 있는데 반해 A380은 이것도 저것도 답이 없는 실정.
하지만 A380을 통해서 개발된 기술들은 이후 A350이나 기존 기체의 업그레이드 버전(neo)에 적용했고 이들은 좋은 실적을 올려 가고 있기 때문에 A380 자체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실패라고 할 수 있어도 에어버스 전체로 본다면 손해와 실패라고만 볼 수는 없다. 어쨌든 A380의 단종과 747-8i의 판매 부진은 초대형기 시대가 저물고 초장거리 시대가 오고 있다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각주
- ↑ 겨울 성수기 한정.
- ↑ 프랑크푸르트에 A380을 넣으면서부터는 이쪽은 특정 성수기 때를 제외하고는 돌리지 않고 있다.
- ↑ A320은 좀 굴리고 있지만 광동체 항공기 쪽은 그동안 보잉 일색이었다.
- ↑ ANA Group selects the A380, airbus.com, 29 January 2016
- ↑ 루프트한자 A380 한국 도입 운항, lufthansa.com, 2015년 5월 11일 확인.
- ↑ Emirates pushes A380 seating capacity past 600, USA Today, 16 April 2015. 그런데 이 기사의 제목을 보면 에미레이트항공이 에어버스에 A380 수용 능력을 600명까지 늘리라고 들쑤시고 있다.
- ↑ Airbus wins $57 billion of aircraft orders at Paris Air Show 2015, airbus.com, 18 June 2015
- ↑ 2위인 싱가포르항공이 24대니 1, 2위 격차가 상상 초월이다. 런던에도 히드로와 개트윅편을 전부 A380으로 때려박는 분들이라...
두바이는 석유도 안 나면서 예전에 그렇게 펑펑 돈지랄 하다가 한번 망했잖아? - ↑ Airbus to decide on A380 revamp this year, The Economic Times, 12 June 2015
- ↑ Airbus signs $25bn deal to sell 118 planes to Iran, BBC, 28 January 2016
- ↑ 무슬림은 평생에 한 번은 메카 성지순례가 의무다. 물론 여러 번 가는 사람들도 무진장 많다.
- ↑ 한 가지 예로, 메카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아항공은 자사 항공기만으로는 답이 없어서 두 자릿수 규모의 항공기를 임대해서 임시로 돌린다.
- ↑ "AIX: Airbus boosts A380 capacity by 20 with redesigned front stairs", FlightGlobal.com, 4 April 2017.
- ↑ "Airbus presents the A380plus", airbus.com, June 2017.
- ↑ "Airbus Is in Talks With British Airways on More A380s", Bloomberg Technology, 19 January 2018
- ↑ 단종된 지 한참 된 A340도 루프트한자나 에티하드를 비롯해서 지금도 잘 굴리고 있는 항공사들이 여럿 있다.
- ↑ 이는 단순히 경제성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구온난화 문제와도 큰 관련이 있다. 온실가스 중 약 10% 정도를 항공기에서 내뿜고 있기 때문. 지금도 예전에 비하면 연비가 정말 정말 좋아졌지만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는 앞으로도 더욱 혹독하게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