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밥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다른 재료 및 소스를 올리거나 끼얹은 요리. 밥 놓고 위에 반찬을 올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만들기도 먹기도 무척 간편한 요리다. 그 때문에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저마다 덮밥 요리들이 있고, 저렴하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요리로 인기가 높다.
비빔밥과 차이라면 비빔밥은 재료와 밥을 잘 비벼서 먹지만 덮밥은 비벼서 먹어야 한다는 법이 없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한국은 덮밥이라고 해도 비비는 게 기본이지만 일본은 비비지 않는 게 원칙이다. 비벼서 먹는 덮밥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드문 경우고 대부분은 비비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또한 비빔밥은 재료를 각각 아주 단순하게 조리하고 비벼서 합치는데 반해 덮밥은 재료를 따로따로 손질 또는 조리해서 놓을 수도 있고, 조리해서 끼얹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비빔밥이 덮밥의 부분집합처럼 보인다.
각국의 덮밥
한국
한국에서는 저렴하고 간편한 음식으로 여긴다. 제육덮밥, 오징어덮밥, 불고기덮밥 같은 종류들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분식집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가격도 싸다. 그보다 좀 위로 가면 횟집에 흔히 있는 회덮밥이나 낙지 전문점의 낙지덮밥 정도인데 그래봐야 만원에서 15,0000원 정도. 일본식 돈부리로 가면 그보다 좀 더 비싼 것들도 나타난다. 중국집의 짜장밥이나 잡채밥, 유산슬밥 같은 것들도 덮밥이라고 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한국의 덮밥은 보통 비벼서 먹는다. 한꺼번에 전부 다 비벼서 먹는 사람들도 있고, 조금씩 비벼가면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씩 비벼서 먹다 보면 나중에는 밥만 남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주의. 하지만 그게 무서워서 아껴가면서 비비다가는 밥이 먼저 떨어질 수도 있으니 이 역시 주의.
일본
이쪽으로 가장 발달한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돈부리(どんぶり, 丼ぶり) 또는 줄여서 동(丼)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덮밥을 담는 그릇을 뜻하는 말이다. 소고기 덮밥인 규동처럼 400엔 남짓 가격으로 값싸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체인점 덮밥에서부터 텐푸라를 올리는 텐동, 회를 올리는 사시미동, 민물장어를 올리는 우나기동, 더 나아가 온갖 호화로운 해산물 재료가 넘쳐나는 각종 카이센동까지 3, 4천엔은 우습게 뛰어넘는 녀석들도 수두룩하다. 레어 아이템 중에는 한 그릇에 1만 엔도 있다. 여기를 보면 1만 엔짜리 마구로동에 비후카츠동까지 있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덮밥을 비벼먹지 않는다. 또한 숟가락을 잘 쓰지 않고 젓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건더기 따로 밥 따로 먹는 식이 대부분.
초밥 중에도 밥은 밑에 깔아놓고 위에 여러가지 재료를 올린 덮밥 형태의 초밥이 있는데 이를 치라시즈시라고 한다. 여기서 '치라시(ちらし)'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찌라시'와 같은 말로, 흩뿌리다, 또는 그렇게 흩뿌리는 전단지를 뜻하는 말이다.
일본의 관용구중에 돈부리칸죠(どんぶりかんじょう, 丼勘定)라는 말이 있는데, 주먹구구로 돈을 쓰거나 제대로 장부 처리를 안 하고 멋대로 돈을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돈부리는 덮밥이나 그릇을 뜻하는 게 아니라, 상인들이 입는 앞치마 앞에 달린 주머니를 뜻한다. 장사를 하면서 이 주머니에 돈을 담아 놓는데, 이걸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그때 그때 돈을 꺼내서 쓰는 것에서 유래된 말.
중국
덮밥으로 말하자면 일본보다는 오히려 중국이 더 발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식 덮밥, 즉 카이판(盖饭)은 인기 있는 대중 음식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조리해서 밥 위에 올린 덮밥은 대중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음식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퍼져 있다. 지방에 따라서 무수한 음식이 존재하는 중국답게 지방마다 덮밥도 천차만별이다. 이쪽도 보통 비벼 먹지는 않는다.
동남아시아
하이난 닭고기밥이라는 닭고기 덮밥이 있는데, 닭고기 육수로 지은 밥에 삶은 닭고기를 얹은 담백한 덮밥이다. 이름만 들으면 중국 하이난성의 음식일 듯하지만 싱가포르에 살던 하이난성 출신 이민자들이 발전시킨 싱가포르식 중화요리다. 하이난성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긴 하지만 널리 알려진 하이난 닭고기밥과는 차이가 있다고. 이게 또 필리핀으로 건너가면 삶은 닭 말고 튀긴 닭도 곁들이는 필리핀식 하이난 닭고기밥으로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