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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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특히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주로 영업하는 식당.

기사식당에 필요한 것

주로 택시기사를 상대로 하는 만큼 갖춰야 하는 것들이 있다.

빨리 나와야 한다. 바쁜 사람들이니 밥 먹고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고 숨 한번 쉰 다음에 다시 영업 뛰어야 한다. 또한 상당수 기사식당은 주차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빨리 회전을 시켜야 한다. 아예 메뉴 없이 백반만으로 승부하는 집도 있고, 메뉴를 소수 정예로 구성한 곳이 많다. 경험 많은 기사식당이라면 시간대에 따라서 손님을 예상하고 미리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빨리 제공하기도 한다. 택시기사들은 일반 직장인의 점심시간과는 달리 오후 교대 시간 언저리인 2~4시 사이에 많이 간다.[1] 새벽 교대시간 수요를 노리고 24시간 영업하는 기사식당들도 있다.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기사를 상대로 장사하는데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저렴하게 팔아야 하는 기사식당이 그만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장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 쓰는 수법이 통행량이 별로 없는 이면도로변에 식당을 내고 그냥 도로변에 불법주차 하라고 한다. 대신 종업원이 망을 봐준다. 통행량이 별로 없어서 한 차로 쯤 불법주차 차량이 채워도 통행에 별 문제가 없을 때에는 주차단속도 심하게 안 하는 편이지만. 당연한 얘기지만 불법주차는 화재가 났을 때 소방차 접근을 방해하는 것부터 해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지만 기사식당 중에 손님을 다 수용할 정도로 주차장을 확보한 데가 거의 없으니... 그래서 차량 통행이 뜸해서 비교적 불법주차로 생기는 문제가 크지 않은 곳에서 장사하는 기사식당들도 많다.

가성비가 좋다. 우리나라 택시비는 GDP 대비 세계적으로 싸다. 택시기사들 주머니가 두둑할 수가 없다. 저렴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기사식당 중에는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 곳이 많긴 하다. 그냥 최소한 일반 식당 정도 가격은 안 넘는다고 보면 된다. 다만 양은 일반 식당보다 푸짐한 곳이 많고 밥이나 반찬 리필도 후한 곳이 많다.

그럼에도 맛도 있어야 한다. 회사원들이야 회사 근처에 걸어갈 거리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거리 제약이 별로 없다. 맛이 거지 같으면 다시는 안 온다. '택시기사들 많이 가는 식당은 맛만큼은 보장한다'는 얘기가 괜한 게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싸고 푸짐하게 내야 하므로 재료의 질이나 조리에 들이는 정성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죽여주게 맛있는 곳도 많지 않다. 그냥 평타 정도 친다고 보면 된다.

기사들을 위한 몇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주차장을 갖춘 곳이라면 간단하게 세차, 혹은 앞유리라도 닦아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고, 천 원짜리 지폐나 동전 교환을 해 주는 곳도 있다. 이런 거 전혀 없는 곳도 있지만 같은 값이라면 뭔가 서비스를 해 주는 데를 가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 법이다.

식판 또는 쟁반으로 한 번에 내준다. 빨리빨리 회전을 시켜야 하고, 혼자 오는 손님이 많다 보니 종종 한 테이블에 합석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식판이나 사각쟁반에 음식을 차려서 1인분 상차림을 한 번에 테이블에 놔주는 곳이 많다.

종류

기사식당이라는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하는 음식점의 종류는 무척 많은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기사식당이 자주 보이는 편이다.

백반

그냥 앉아 있으면 알아서 밥과 반찬, 으로 차려 놓은 백반 한상을 가져다 주는 곳. 메뉴 고르기 귀찮으면 이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그날그날 이나 반찬은 알아서 해 준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손님으로서는 주문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고 빨리 나온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보통은 메인으로 나가는 반찬 한 가지를 강조하는 곳이 많다. 서울 연남동 생선구이백반이나, 성북동의 돼지불고기백반과 같은 곳이 메인 반찬 하나를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음식을 메뉴에 갖춰놓은 곳들도 있다. 이곳 저곳에 산재되어 있는 기사식당들은 대체로 이런 편. 쟁반에 밥과 , 반찬을 담아서 갖다 주는데 왠지 셀프 서비스만 제외한 구내식당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돼지불백집

백반집으로 넣을 수도 있겠지만 돼지불백으로 특화되어 있는 집들이 많고 하나의 문파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분류해도 될 정도다. 돼지불백, 즉 돼지불고기 백반을 주 메뉴로 하고 있으며 이거 하나만 하는 집들도 많다. 보통 돼지불고기, 혹은 돼지주물럭이라고 하면 고춧가루를 넣은 빨갛고 매운 양념을 생각하지만 기사식당 돼지불백은 주로 간장 양념을 하고 숯불이나 연탄에 구워 불맛을 듬뿍 낸 고기를 접시에 담아주는 식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돼지불고기 항목 참조. 이 방면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뭐니뭐니해도 서울 성북동 기사식당들.

짜장/우동집

짜장면우동(사실은 가락국수)[2]을 전문으로 하는 집. 중국집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중국집과는 뭔가 분위기가 많이 다르고 오히려 분식집에 가까워 보인다. 중국스러운 인테리어는 전혀 없고, 주방이 틔어 있는 곳이 많다. 또한 메뉴에 있는 음식도 중국집보다는 훠얼씬 단촐해서 짜장면우동을 중심으로 몇 가지 없고 요리는 없다고 보면 된다. 보통 제면기로 바로 면을 뽑아서 삶고, 미리 끓여둔 짜장이나 가락국수 국물을 부어서 내온다. 예전에는 중국집 짜장면보다 가격이 500~1000원 정도 저렴했지만 요즘은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그래도 양은 넉넉한 편이다. 짜장면, 우동, 짜장밥 정도가 메뉴의 전부고 짜장면의 라이벌 짬뽕은 기사식당 쪽에서는 드문 편이다.

강남에는 '영동 스낵카'[3]라는 아주 유명한 기사식당이 있다. 버스를 개조해서 주방과 식사 공간을 꾸몄기 때문에 '스낵+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만 지금은 버스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보존해 놓고 바로 옆에 있는 가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1982년에 영업을 시작했고 몇 차례 자리를 옮겨 다니다가 1993년에 한티역 인근, 롯데백화점 강남점 건너편의 나대지에 자리를 잡았다.[4] 처음에는 정부 정책으로 밥을 팔지 못하게 해서 우동을 주력으로 했는데, 규제가 풀려서 밥을 판 이후로도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우동이라고 한다. 워낙에 유명한지라 서울시에서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까지 했지만 영업이 어려워지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던 나대지가 제한이 풀리면서 토지 소유주가 건물을 짓기로 결정했기 때문에[5] 다른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고 장소를 찾는다고 해도 임대료를 생각하면 가격을 대폭 올려야 하기 때문에 장사를 접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6] 그래도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어서 2019년에도 영업 중.

돈까스집

성북동과 남산을 중심으로 발달한 기사식당. 거대한 접시를 꽉 채우는 크고 아름다운 레코드판만한 왕돈까스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대신 얇기는 무진장 얇다. 왠지 먹다 보면 돼지고기보다는 튀김옷과 빵가루를 먹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집도 있다. 남산처럼 택시기사들의 입맛에 맞춰서 김치풋고추, 쌈장이 나오는 곳도 있다.

국밥집

선짓국, 순댓국, 뼈해장국과 같은 국밥류를 전문으로 하는 기사식당도 여기저기 은근히 많다. 가격이 일반적인 해장국집보다 싼 곳이 많다. 보통은 메뉴 수를 아주 적게 하고 셀프 서비스를 많이 활용하는 방법으로 원가 절감을 한다. 국밥은 간편하게 든든하게 먹기 좋고 빨리 나오는 편이므로 바쁜 기사들에게 인기가 많다.

각주

  1. 근처 직장인도 몰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점심 영업시간이 꽤 길다.
  2. 우리나라 중국집우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식 우동과는 다른, 나가사키 짬뽕에 가깝다.
  3. 버스에는 '스넥카'라고 쓰여 있다.
  4. 건물을 짓지 않은 땅. 기사식당은 주차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대지 한켠에 스낵카 버스를 세워놓고 영업을 했다.
  5. 한티역 주변이면 그야말로 금싸라기 땅이다. 개발제한구역이 아니었다면 건물을 올리지 않을 가능성은 1%도 없었을 일.
  6. 택시기사들 30년 안식처 ‘스낵카’ 사라지나, <한국일보>, 2017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