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소바
익힌 메밀국수를 차갑게 헹궈서 물기를 뺀 다음 가쓰오부시 장국에 찍어 먹는 음식. 우리나라에서는 '모밀'이라고도 부른다. 국수를 사리로 말아서 대나무발을 깐 나무판 위에 하나씩 올려놓는데, 이 판은 위로 여러 개 쌓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1인분에 한 판 또는 두 판 정도를 제공한다. 이렇게 판 단위로 제공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판모밀'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메밀국수라면 평양냉면이나 막국수처럼 주로 차가운 국물에 말아먹거나 매운 양념에 비벼먹는 쪽을 생각하면 일본식으로 먹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자루소바다. 특히 여름에 가볍고 시원하게 먹기 좋아서 인기가 많다. 물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름 쪽이 인기가 좋다. 일본에서는 뜨거운 우동국물에도 많이 먹는데, 그래서 우동집에 가 보면 거의 모든 음식이 면을 우동과 소바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대로 자루소바도 똑같은 걸 국수만 우동으로 바꾸는 자루우동도 있다.[1]
장국은 가쓰오부시와 간장을 주 재료로 단맛을 주고, 여기에 갈은 무와 잘게 썬 쪽파, 채썬 김(키자미노리), 그리고 와사비를 취향에 맞게 적당히 넣는다. 장국의 농도와 찍어 먹는 방식에서 한국과 일본은 큰 차이를 보이는데, 한국은 보통 장국에 국수를 푹 적셔서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장국이 진하지 않지만 일본은 끝 부분만 조금 찍어먹는 게 기본이라서 장국 농도가 진하다. 일본에 가서 한국에서 먹던 식으로 푹 찍어 먹었다가는 너무 짜서 경악하게 되니 주의. 일본은 메밀국수 자체의 식감과 고소함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푹 찍어 먹는 건 그러한 맛을 해친다고 본다. 특히 재료를 제대로 써서 가게에서 직접 국수를 만드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아무 것도 찍지 않고 그냥 먹어보아도 메밀의 향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만드는 막국수 집에 가서 국물이나 양념이 묻지 않은 국수를 한 가닥 먹어보자. 진한 양념에 가려졌던 메밀국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나름 신세계다.
사실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도 만들기 쉽다. 정말로 웬만한 국수 요리보다 쉽다. 여름에 입맛 없을 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딱. 메밀국수는 한국산과 일본산 모두 구하기 어렵지 않고 장국은 쯔유를 사서 취향에 맞게 적당히 물을 타서 농도를 맞추면 된다. 갈은 무야 강판에 무를 갈면 그만이고 키자미노리는 마른김을 살짝 구워서 칼로 채썰거나, 귀찮으면 그냥 부숴서 넣으면 그만. 이정도만 해도 웬만한 음식점 부럽지 않은 자루소바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 농심에서는 아예 라면 버전으로도 만들었다. 삶은 국수를 최대한 빨리 차게 식히는 게 포인트인데, 미리 큰 바가지에 물을 담아 놓고 냄비에서 삶은 국수를 체로 받칠 때 뜨거운 물은 싹 버린 다음 바로 바가지에 투척해서 헹궈낸다. 찬물에 아예 얼음을 넣으면 더 더 좋다. 메밀국수를 메밀 함량이 높은 고급품으로 샀다면 뜨거운 물을 따라낼 때 면수를 좀 받아 놓는 것도 좋다. 면수도 꽤 고소하고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