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거

내위키
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10월 1일 (토) 11:28 판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Lager.

맥주의 일종. 맥주를 발효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눴을 때 라거와 에일로 나눌 수 있는데 라거는 에일에 비하면 역사가 훨씬 짧다. 라거가 등장하기 전에는 맥주는 전부 에일이었다고 보면 된다. 대략 15세기 쯤에 하면발효 효모를 이용한 저온 발효가 정착된 것으로 보이지만 제대로 상승세를 탄 것은 냉장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 Lager라는 말은 독일어 Lagerbier에서 온 것으로 당연히 이 이 말은 Lager + Bier다. 독일어에서 Lager란 '창고'를 뜻한다. 양조한 다음 몇 달 저장했다가 마셨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상온에서 발효되는 에일과는 달리 섭씨 5도 정도의 차가운 온도에서 발효되므로 자연 상태에서는 조건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중세에는 토굴을 주로 활용했다. 냉장기술이 발달하고 라거 엉조가 쉬워면서 에일에 비해서 부담 없이 깔끔하고 가벼운 맛으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해 나간 끝에 에일을 제쳤다. 또한 저온은 잡균이 낄 염려가 적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좀 더 유리해서 일정한 맛을 내기가 더 좋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라거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예외라면 영국 정도가 될 듯.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서 대량생산되는 맥주는 모두 라거 계열이다... 가 최근에는 에일 맥주도 좀 나오고 있지만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라거가 99%라고 봐도 무방하다.

영국에서는 탄산가스가 없는 에일맥주를 비터, 탄산이 들어가는 맥주를 퉁쳐서 라거라고 뭉뚱그려 부른다.

종류

크게 보면 노란색에서 금색을 띠는 페일 라거와 어두운 갈색을 띠는 다크 라거로 나눌 수 있다. 다크 라거는 흑맥주 계열로 독일 스타일의 둔켈이나 슈바르츠비에르 같은 것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라거는 그냥 페일 라거라고 보면 된다.

한국의 라거

한국에서 대량생산되는 맥주는 라거, 그 중에서도 페일 라거fail lager다. 한국만이 아니라 영국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긴 하다. 우리나라의 라거는 유럽보다는 미국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마나도 다운그레이드 됐다. 맥아 말고도 쌀이나 옥수수 같은 값싼 잡곡을 넣은 아메리칸 라거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식 라거가 되었고,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한국에 맥주 공장을 세우면서 한국에 와서는 더더욱 다운그레이드돼서 좋게 말해서 맥아보다는 부드럽고 나쁘게 말해서 밍밍한 맛을 낸다. 여기다 탄산가스를 세게 주입해서 청량감만 잔뜩 주다 보니 이건 맥주인지 탄산수인지... 쭉쭉 들어가니까 많이 마시게 된다. 뭔가 술 많이 마시는 게 남자답고 능력인 것처럼 여기는 우리의 술문화가 맥주로도 옮겨와서 천천히 즐기는 맥주가 아니라 차갑게 물처럼 마시고 취하는 게 한국의 맥주 문화가 되어 버렸다. 맛이 밍밍해? 그럼 소주 타![1] 에일의 나라 영국인들에게 물어보면 artificial(인공적인)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그래도 21세기에 들어서는 잡곡 없이 맥아만 쓴 맥주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 맥주가 맛없다는 비난이 국내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어지고, 수입 맥주가 한국에 밀려들어오면서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들어오자 지금까지 날로 먹는 수준으로 장사했던 한국 맥주회사들이 조금씩 위기의식을 느끼는 듯하다. 하이트 맥스를 필두로 오비골든라거, 클라우드, 프리미어 오비 같이 녹말이나 잡곡 없이 맥아만 쓴 이른바 올몰트 맥주들이 그것.

클라우드는 양조한 뒤에 물을 타서 도수를 맞추지 않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표방했고 프리미어 오비는 한국의 대량생산 맥주로는 최초로 필스너를 표방하고 나왔다. 마셔보면 꽤 비슷하게 만들었다. 한국 맥주가 맛 없다는 비판이 쏟아질 때 "만들 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 취향이 목넘김 따지고 쭉쭉 들이키는 거 좋아서 그렇다."고 항변하곤 했는데. 적어도 만들 줄 몰라서 안 만드는 건 아닌 것은 맞는 듯. 한국인들이 그런 맥주를 좋아하는 건지, 한국 회사가 그런 맥주만 만들어대니 익숙해진 건지는 아냐 달걀이냐.

2015년에는 하이트 맥스가 업그레이드됐다. 클라우드프리미어 오비가 호조를 보여서인지 하이트 맥스도 맛이 업그레이드 됐다. 예전에는 그냥 조금 진한 한국맥주... 정도였는데 이제는 한국맥주 치고는 세련된 아로마를 보인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말자. 오비골든라거가 그랬듯 처음에는 좋은 재료로 잘 만들다가 좀 자리 잡았다 싶으면 싸구려 재료로 바꿀 수 있으니. 그리고 실제로 다운그레이드의 혐의가 보이고 있다.

각주

  1. 취하는 게 목적이 되다 보니 맥주보다 더 빨리 취하기 위해서, 혹은 소주를 그냥 들이키기에는 좀 속에서 저항감이 있어서 맥주소주를 탄 게 소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