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당면
삶은 당면과 채소를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에 비벼먹는 국수 요리. 부산의 지역 음식으로 꼽히는 먹을거리 중 하나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부산어묵이나 밀면, 돼지국밥이 좀 더 유명하고 비빔당면은 아는 사람이 적다.
당면과 채소를 주 재료로 하므로 잡채와 비슷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상당히 다른 음식이다. 비빔당면에는 잡채에 들어가는 고기, 버섯이 들어가지 않으며, 반대로 잡채에 들어가지 않는 채썬 단무지가 들어가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밖에는 데친 시금치와 길게 썰은 당근, 호박, 어묵 정도가 들어가며 김가루와 깨소금을 얹어 준다. 양념장은 고춧가루와 물엿 또는 설탕, 간장을 주로 사용하며 고춧가루와 함께 고추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별로 맵게 만들지는 않는다.
먹을 게 부족했던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부산 부평시장 쪽에서 생겨난 음식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당면으로 만든 잡채 같은 음식을 별미로 여기지만[1] 당면은 감자나 고구마와 같은 재료로 만들 수 있으므로 쌀이 부족했던 시절에 먹을 수 있었던 국수였으며, 수분을 많이 흡수해서 포만감도 좋고, 미끄덩하면서도 쫄깃한 맛도 있었기 때문에 한국전쟁과 같은 난리통에서도 먹게 되었다. 원래는 고기와 채소를 듬뿍 사용한 호화로운 요리었던 잡채에 당면이 들어가게 된 것도, 속을 찹쌀으로 채우던 순대를 당면으로 채우게 된 것도 먹을 게 없었던, 특히 쌀이 부족했던 시절에 상대적으로 값싼 녹말을 사용한 당면으로 대체하기 위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1963년부터 부평 시장에서 비빔당면을 팔고 있는 서성자에 따르면, 잡채의 느끼한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시어머니가 깔끔한 맛을 내는 당면 요리를 궁리해서 만들었다고 한다.[2] 좌판에서 팔기 시작한 초기에는 당면에 참기름과 고추장 양념이 다였지만 이것 저것 고명이 들어가면서 지금과 같은 비빔당면의 모습이 만들어 진 것으로, 단무지가 들어가는 이유도 가난했던 시절에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를 넣었던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전쟁통의 가난했던 시절에 탄생했던 음식이고, 그때보다는 고명이 좀 추가되기는 했지만 지금도 수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다른 음식들인 돼지국밥이나 밀면 같은 것들도 여전히 저렴한 음식에 속하지만 고급화 쪽으로 간 음식점들도 있고[3]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비빔당면만큼은 고급화의 길을 걷지 않고 여전히 음식값 시세와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대에 속한다. 부산의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맛을 이야기하지면 진미라고 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그냥저냥하게 먹을 수 있는 별미 정도이고, 부산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서 맛없다고 하거나 관광객들이나 먹는 음식[4] 쯤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직 안 먹어보았다면 너무 기대하지 말자.
주로 남포동의 국제시장과 부평시장 일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노점이나 좌판에서 팔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부산 시내의 분식집이나 칼국숫집에서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좌판에서는 미리 당면을 그릇에 담아 두었다가 고명과 양념장을 얹어서 내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고[5], 분식집이나 칼국숫집에서는 주문을 받으면 당면을 삶아서 만들어 주는 게 보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