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색소
식품첨가물의 하나. 설탕을 은근한 불로 녹이면 처음에는 투명에 가까운 액체 시럽이 되지만 가열을 계속하면 분자의 결합 구조가 끊어지면서 성질이 변한다. 점점 색깔이 짙어지고 단맛은 옅어지면서 쓴맛이 나기 시작하는데 이는 탄 것과는 다른 캐러멜라이제이션(caramelisation) 반응, 다른 말로 캐러멜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캐러멜색소로, 원액 상태에서는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을 띠고 있다. 색소라는 이름처럼 음식에 짙은 갈색을 낼 때 널리 쓰이는 첨가물이며 색깔만이 아니라 특유의 씁쓸한 맛이나 진득한 질감을 활용하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식용색소로 간주된다.
원액의 색깔이나 화학약품처럼 담겨 있는 모습 때문에 화학적 합성품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재료는 설탕이고 한 거라곤 열을 가한 게 전부다. 그래서 분류도 천연첨가물로 되어 있다. 열을 사용해서 당분에 산화 작용을 일으키고 결합 구조를 끊는 캐러멜화는 요리에서 널리 쓰이는 테크닉으로 브라운소스를 만들거나 양파를 오래 볶아서 갈색으로 만드는 것도 이 반응을 이용한 것이다.[1] 그러나 대량생산을 할 때는 좀 더 낮은 온도에서도[2] 빨리 캐러멜화를 시키기 위해 화학물질을 첨가하며 이때문에 종종 발암과 같은 유해성 논란에 시달리는 물질이다. 이렇게 반응 촉진을 위해 화학물질이 들어가는데 천연첨가물이 말이 되냐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제조할 때 첨가물 여부에 따라 네 개의 등급으로 분류된다. 물론 넷 다 주성분은 설탕이다.
등급 (클래스) | 성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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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첨가물 없이 설탕만으로 만든다. |
II | 아황산염 첨가. |
III | 암모니아 첨가. |
IV | 아황산염과 암모니아 둘 다 첨가. |
시중에서 많이 쓰이는 것은 클래스 III과 IV로, III은 각종 빵, 과자, 소스, 맥주에 쓰이고 IV는 콜라를 비롯한 음료에 들어간다. 클래스 I과 II는 주로 증류주에 쓰인다.
농도가 진하면 거의 검은빛을 띄며 옅을 때에는 갈색을 띄는 특성이 있다. 사용 범위는 무척 넓어서 조림 요리에 종종 들어간다. 간장을 안 넣어도 색깔이 간장처럼 나오는 게 그 이유. 간장을 넣더라도 조림 색깔을 좀 더 진하게 하려면 캐러멜색소를 첨가한다. 심지어 간장에도 들어간다... 간장의 색깔은 숙성이 진행될수록 특유의 검은빛이 도는데 대량생산 간장은 이런 과정을 생략하다 보니 빛깔을 내기 위해 카라멜색소를 넣는다. 특히 산분해간장은 간장색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이녀석이 필수다. 춘장도 카라멜색소가 특유의 검붉은 빛깔은 물론 원래의 중국 첨면장과는 다른 특유의 맛에 한몫 한다.
음료에도 많이 쓰여서 콜라의 검은색도 이 녀석으로 낸다. 흑맥주 중에도 이걸 넣어서 빛깔을 더 진하게 하는 제품도 있고 위스키나 브랜디 역시 숙성 기간이 짧아서 특유의 갈색이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카라멜색소를 넣어서 오크통 숙성을 충분히 한 위스키와 비슷한 빛깔을 낸다. 우리가 잘 아는 위스키 중에서는 조니워커가 특히 애용하고 있다. 흑설탕도 대량 생산되는 삼온당은 백설탕에 카라멜색소를 섞어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