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치킨
닭을 몇 조각으로 토막낸 다음 튀김옷을 입혀서 기름에 튀겨내는 요리.
대한민국 야식과 배달음식의 지존. 오죽하면 치느님이라고 하겠냐고.
처음에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당연히 우리나라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KFC에서 따온 것.
깍둑썬 무를 식초와 설탕을 주원료로 한 액에 절이는 치킨무가 딸려오는 게 보통이다. 김구라는 어렸을 때 이게 정말 맛있었던 나머지 학교 도시락 반찬으로 싸갔는데 맛없더라고 한다. 치킨도 싸갔어야지. 그랬다면 다 빼앗겼겠지만.
만드는 과정
- 염지 : 닭고기를 양념에 재운다. 닭의 누린내를 잡기 위해서 우유에 담그기도 한다. 요즈음은 아예 도축 직후에 주사 바늘을 여기저기에 꽂아서 조미액을 닭 안에 주사해 넣는 방법을 쓴다. 닭고기의 곳곳에 조미액을 주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빠르게 작업할 수도 있다. 염지 과정에서 소금을 너무 많이 넣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라면 보통 염지가 된 닭을
존나 바가지 쓰고공급 받는다.
- 1차 튀김 : 염지된 닭고기를 토막내고 튀김옷을 골고루 묻힌 다음 튀겨낸다. 이 때에는 닭고기 자체를 한 번 익혀주는 게 주 목적이므로 튀김옷을 얇게 입히는 정도로 그친다. 주문 들어오면 다시 튀겨내므로 그날 팔 치킨의 양을 예상하고 미리 대량으로 튀겨 두는 게 보통. 치킨집에 가 보면 튀김옷을 별로 안 입힌 닭들이 익은 상태로 켜켜이 쌓여 있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는데 1차 튀김을 마친 것들이다.
- 2차 튀김 : 1차로 튀겨 놓은 닭고기를 놓아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튀김옷을 한 번 더 입혀서 또 한번 튀겨낸다. 미리 한번 튀겨 놓았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왔을 때 빠르게 치킨을 만들 수 있고 속까지 골고루 잘 익는다. 1차는 닭고기를 익히는 거라면 2차는 튀김옷을 튀겨내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1차로 튀겨 놓은 닭을 오래 놔 두면 기름이 산패된다. 이 때 불포화지방이 과산화지질이 되기 때문에 몸에도 좋지 않다.
문제점
정크푸드
알고 보면 프라이드 치킨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닭고기보다는 오히려 튀김옷이다. 프라이드 치킨의 맛을 평가할 때에도 바삭바삭하다느니, 매콤하다느니, 너무 짜다느니 하는 게 튀김옷의 맛인 거고 닭고기에 대해서는 별 얘기를 안 한다. 닭고기가 너무 나쁘면 티가 날 수밖에 없지만 닭보다는 튀김옷 맛으로 먹는 것에 가깝다. 즉, 닭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절대 안 좋은 방법이 프라이드 치킨이다. 한술 더 떠서 매콤한 양념을 잔뜩 묻힌 양념치킨이라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른 고기는 보통 무게 단위로 파는데 치킨을 비롯한 닭요리는 그냥 '마리' 개념으로 파는 것도 문제다. 큰 닭도 작은 닭도 그냥 한 마리다. 그러다 보니 나타나는 폐해가 제대로 크지도 않은 병아리 수준의 닭을 잡는 것이다. 키우는 기간도 얼마 안 들고, 무게도 덜 나가니 업자 쪽에서는 좋지만 소비자 관점으로 보면 그만큼 손해다. 맛도 없다. 늙은 닭도 맛이 없지만 제대로 크지 않는 병아리도 맛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조직 세포가 아직 제대로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기는 연할지 몰라도 맛은 없다. 그러니 튀김옷에 양념을 짜게 하고 자극적인 맛을 강화한다.
염지 과정에 쓰이는 소금의 양도 장난이 아니다. 영양으로 봐도 기름에 튀기니 칼로리는 말할 필요도 없는, 정크푸드에 가까운 음식. 한국판 피시앤칩스라 불러도 될 듯. 감자튀김 대신 치킨무. 그런데 감자튀김이나 감자칩을 같이 주는 데도 있다. 심지어 치킨엔칩스란 이름을 가진 곳도 있다!
프라이드 치킨의 높은 열량이 종종 시빗거리가 되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오븐에 구운 방식의 치킨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프라이드 치킨집들도 따로 오븐구이 치킨을 메뉴에 추가하는가 하면 굽네치킨처럼 아예 오븐구이 치킨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으며 오븐에 굽는 과정에서 오히려 기름이 빠지는 효과가 있지만 프라이드 치킨보다 덜하다 뿐이지 상당한 칼로리를 자랑한다. 게다가 오븐구이 치킨이 프라이드 치킨보다 나트륨 함량이 대체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니 안심하지 말자.
과잉 경쟁
치킨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치킨 산업계, 더 나아가서는 골목상권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치킨집은 자영업자들의 영원한 베스트 창업 아이템 가운데 하나다. 해고나 명퇴 같은 이유로 직장에서 밀려난 장년층들이 자주 하는 말이 '치킨집이나 차려야지'일 정도니. 오죽하면 한국의 치킨집이 전세계 맥도날드 점포수보다 많을까. 이는 2013년 통계청 조사 자료에 근거를 둔 것인데, 2013년 기준으로 치킨전문점 수는 2만2629개로 2만5039개인 편의점 다음으로 많았다. 그나마 통계청 자료의 ‘치킨전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표만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여기에 잡히지 않는 치킨집을 합치면 더 많을 것이다. 5만 개는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회사 다니다 명퇴니 뭐니 하면서 밀려난 사람들은 너도나도 치킨집 차리고, 동네마다 치킨집이 넘쳐나다보니 폐업하는 곳도 많다. 치킨집 평균 생존 기간이 2.7년이라니 말 다 했다.
프랜차이즈 착취 구조
치킨값은 정말 잘만 오른다. 원가 대비 너무 비싸다는 것이 종종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닭값은 1kg 기준으로 2015년에 한 마리에 1천원 이하까지 떨어졌는데 치킨 한 마리 값은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폭리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치킨집 사장들은 잘 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프랜차이즈가 원료를 공급하면서 붙이는 마진이 엄청나기 때문에 치킨집 사장님도 빨리고, 소비자도 빨리고, 프랜차이즈 본사만 배불리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이런저런 얘기
판교 테크노밸리 쪽에서는 프로그래밍하다가 막히면 그 동네 치킨집 사장한테 가서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아주 거짓말은 아닌게 깐부치킨 판교테크노밸리점 때문에 15년 이상의 개발 경력을 가진 분께서 부사장으로 있다. 본업은 개발자고 치킨집은 부업이라는 게 이 분의 주장. 심지어 명함을 자바 코드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