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그랑프리
마카오에서 개최되는 자동차 경주 대회. 마카오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이벤트다. 1954년에 첫 대회가 개최되어 올해로 71회를 맞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기.
포뮬러 3를 메인 이벤트로 갖가지 GT 및 투어링카 경기에 모터사이클 경기까지 10여개 안팎의 범주에 걸친 경기가 벌어진다. F3라고는 하지만 웬만한 포뮬러 1 그랑프리도 울고 갈 정도로 거대한 규모와 인기를 자랑한다. FIA는 원래 F1 말고는 그랑프리란 이름을 함부로 못 쓰게 막는데, F1보다 낮은 급의 포뮬러인 F3 경기를 하면서 그랑프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정말 드문 경기인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시가지의 일반 도로를 임시로 막은 스트리트 서킷인 구이아 서킷에서 열리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마카오의 간선도로다. 그 바람에 경기 기간은 물론 서킷 임시 시설물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카오는 교통지옥. 마카오 최대의 이벤트고 워낙 역사가 오래 됐으니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서킷 그 자체만으로 보면 레이스에는 별로다. 일단 도로 폭이 너무 좁아서 제대로 레이스를 펼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F3야 어느 정도는 되지만 차폭이 넓고 덩치큰 GT 같은 건 진짜 답이 없다. 2015년주터 각국의 주요 GT 경기 우승자를 모아 GT 월드컵 경기를 연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마카오에서? 그게 레이스겠어? 퍼레이드겠지?" 레이스 도중 사고라도 나면 최소 세이프티카는 기본이고 적색기로 경기가 중단될 때도 많다.
마카오의 중국 반환 이전까지는 홍콩 ASN에서 경기를 운영했으나 반환 이후 마카오에 ASN이 조직되면서 개최권을 가져왔다. 그 바람에 홍콩과 마카오 ASN 사이에는 은근히 긴장 관계가 있다. 홍콩 쪽은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어떻게 키워온 건데 한방에 채가다니!' 하는 분위기고 마카오야 '우리 관할에서 하는 건데 뭘...' 하는 분위기.
카테고리는 너무나 많고, 지상의 피트 개러지 공간은 제한되어 있다. 지상의 공간에 있는 상설 개러지는 F3와 바이크(얘들은 공간을 얼마 안 먹는다)가 먹고, 뒤쪽 패독에 임시 천막 형태로 만드는 개러지에는 WTCC나 GT 월드컵 같은 국제급 경기 정도만이 수용될 수 있다. 나머지는 어디로 가야 하나?
사진 보면 감 잡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클래스는 지하 세계로 가야 한다. 이른바 카 던전! 지하 1층과 2층에 걸쳐서 수백 대의 차량들이 진을 치고 있다. 단순히 지하라서 던전이라고 그러는 게 아니다. 11월이면 마카오는 여전히 더운데, 이런 곳에 냉방이 될 리가 없으니 후텁지근하기가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수백 대의 차가 있으니 이래저래 매연을 내뿜는데 환기도 제대로 안 된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30분만 있어도 머리가 띵하다. 여기서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작업을 해야 하는 팀 관계자들은 어떻게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지 신기할 정도다! 남자라면 레이싱만 목숨 걸고 하는 거 아니다. 평소에도 목숨 걸고 한다.
그나마 지하 1층은 양쪽 끝에 밖으로 나가는 도로가 있고, 중간에도 페리 터미널 쪽 지하도로 나가는 통로가 뚫려 있지만 지하 2층은 정말 답이 없다. 중범죄자 또는 사형수들이 이곳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