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콩에 물을 줘서 싹을 틔운 후, 뿌리를 길게 길러서 먹는 채소. 주로 나물이나 국을 만들 때 쓰이며, 비빔밥, 아구찜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한식 요리에도 즐겨 쓰이는 재료다.
콩을 물에 불린 다음에 빛을 가린 시루에 넣으면 싹이 튼다. 빛을 가린 채로 하루에 여러 번씩 물을 주면 뿌리가 길게 자라난다. 빛을 가리지 않으면 엽록소가 생겨서 머리 부분이 파랗게 변한다. 콩을 심었을 때 흙바깥으로 나오는 싹이 바로 그것이다. 초창기에는 잎 구실을 하는 것. 콩나물은 싹수가 노란 놈들이 좋다. 길고 하얀 뿌리 위에 큼직한 노란 머리가 달린 모양이 되는데, 그래서 악보에 있는 음표를 속된 말로 콩나물 대가리라고 부른다.
이런 식으로 녹두를 기르면 숙주나물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둘 다 잘 먹지만 콩나물을 훨씬 더 많이 먹는 편인데 반해 아시아권에서는 숙주나물의 소비가 훨씬 많고 콩나물을 오히려 보기 쉽지 않다.
한방에서는 말리거나 볶아서 약으로도 썼는데 한의학 책에는 대두황권(大豆黃卷)이라고 했다. 이름 참 거하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성질은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오랜 풍습비로 힘줄이 당기고 무릎이 아픈 것을 치료하며, 오장이나 위 속에 몰린 적취를 없앤다."고 되어 있다.[1] 심지어 우황청심원에도 들어간다! [2]
콩'나물'인 만큼 무쳐서 나물로 많이 먹는다. 참기름과 소금, 마늘, 쪽파 잘게 썬 것이면 된다. 고춧가루를 넣어서 좀 매콤하게 해도 맛있고. 국물을 내면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므로 콩나물국이나 콩나물국밥과 같은 국요리에 많이 쓰인다. 시원한 맛을 필요로 하는 매운탕이나 해물탕에도 안 넣으면 섭섭한 재료. 반면 좀 느끼한 맛을 내는 게 좋은 부대찌개에는 콩나물이 오히려 안 좋다. 하지만 콩나물을 넣는 부대찌개 집이 의외로 많다. 삶은 콩나물은 비빔밥의 필수 재료로 여긴다. 찜이나 볶음에도 애용되어 아구찜에는 콩나물이 수북하게 나온다. 아구는 그 아래에 살짝 깔려 있다. 콩나물에 깔려 죽은 거다. 당면 대신 콩나물과 채소를 볶아서 만드는 콩나물잡채라는 것도 있는데, 이 때에는 머리를 떼어내고 뿌리만 쓴다.
농약을 쳤네, 비료를 줬네 하면서 구설수에 종종 오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농약 콩나물 파문이 여러 번 일었다. 지금은 규정이 많이 강화되었지만 살균제나 생장촉진제 같은 것들은 쓰고 있다. 뿌리가 굵고 잔뿌리 없이 매끈한 것들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집에서 길러보면 그렇게 우람하게 키우기도 힘들고 은근히 잔뿌리가 있다. 크고 아름다운 콩나물은 그냥 물만으로 크기는 힘들다.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정부에서 허가해 준 약품만 쓰는 거겠지만 그래도 꺼림칙하면 뿌리가 작고 덜 아름다운 것을 고르자.
고 이주일이 <베사메무쵸>를 페러디한 <콩나물무쵸>를 종종 부르곤 했다.
- '베사메 / 베사메 / 무쵸오 / 고요한 / 그날밤 / 리라꽃 / 지던 밤에~' (원곡 - 번안한 거다)
- '콩나물 / 콩나물 / 무쳤냐 / 참기름 넣고 / 마늘 넣고 / 소금 넣고 /팍팍 무쳤냐~' (이주일 버전)
이걸 나중에 성대모사의 달인 오재미가 이주일 흉내를 내면서 '개고기 / 개고기 / 무쳤냐 / 참기름 넣고 / 깻잎 넣고 / 마늘 넣고 / 팍팍 무쳤냐~'로 불렀다.
숙취 해소 효과, 있다? 없다?
콩나물에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게 어떤 성분 때문이냐는 말이 좀 많다. 한동안 콩나물 뿌리에 많이 있는 아스파라긴산 덕분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졌는데, 아스파라긴산은 숙취와 관계 없고 역시 콩나물에 풍부한 아르기닌 덕분이라는 견해도 있다. 의학자들 얘기를 이것저것 종합해 보면 아스파라긴산은 도움이 된다. 숙취를 일으키는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와 붙어서 독성을 낮춰 주는 효과가 있다. 아르기닌도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콩나물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