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otto.
이탈리아식 쌀 요리. 스페인의 파에야와 함께 전 세계로 가장 많이 알려진 유럽의 쌀 요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이탈리아식 볶음밥이라고들 알고 있고, 리소토를 한다는 음식점 중에도 볶음밥 비슷한 것을 만들어 놓고 치즈 좀 뿌린 다음에 리소토라고 내놓는 걸 볼 수가 있는데 리소토는 우리가 아는 볶음밥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처음에 쌀을 볶는 건 맞긴 한데, 밥을 지은 다음 기름에 볶는 게 아니라 생쌀을 불린 상태에서 올리브유에 볶는다. 생쌀에 올리브유를 넉넉하게 넣고 볶아서 쌀이 기름을 빨아들이면 화이트 와인을 붓고, 그 다음에는 불을 약하게 한 다음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면서 휘저어 익혀 나간다. 즉, 밥을 볶는 게 아니라 쌀을 볶는 것이다. 육수로는 닭고기를 뼈째 우려낸 닭육수를 많이 사용한다. 치킨스톡 큐브를 사용해도 된다. 육수를 낼 때 샐러리, 양파, 당근[1]을 함께 넣어서 우려내면 더욱 이탈리아스러워진다. 취향에 맞게 채소, 고기, 버섯을 비롯한 건더기를 넣어주면 된다. 치즈를 넣고 싶다면 익히는 단계에서 넣지 않고 마지막에, 혹은 그릇에 낼 때 토핑처럼 올리는 게 좋다.
약한 불에 육수를 조금씩 부어 가면서 눋지 않도록 저어줘야 하므로 제대로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간다. 3~4인분 리소토 만드는데 거의 닭 한마리 분량의 육수를 홀라당 써야 하고[2] 화이트 와인도 들어가므로 재료값도 만만치 않다. 육수를 부어가면서 졸이는 시간도 30분은 걸린다. 밥 짓는 것도 그 정도 시간은 걸리지 않나? 싶을 수 있지만 밥을 지을 때에는 밥솥에 쌀과 물을 담고 불만 켜면 이후에는 쌀이 끓었을 때 불조절만 몇 번 해 주거나, 아예 전기밥솥을 쓰면 알아서 다 해주지만 리소토는 사람이 옆에서 계속 붙어서 육수 부어주고 저어주고 해야 한다. 제대로 만든 리소토를 먹으려면 돈도 돈이지만 레스토랑에 미리 예약을 걸어놔야 한다. 제대로 된 걸 먹고 싶다면, 그리고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면 레스토랑보다는 차라리 집에서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만드는 방법 자체는 그닥 어렵지 않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요리이기 때문.
그리고 다 된 리소토를 보면 볶음밥과는 전혀 거리가 먼, 질다 못해 이게 죽인지 개밥인지 모를 정도로 아주 질척질척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 정통 방식은 역시 파스타처럼 알 덴테. 즉 속심이 완전히 익지 않고 씹는 맛이 약간 남아 있는 게 정석이다. 생긴 건 죽밥 같고 먹어보면 속심이 씹히는 희한한 식감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제대로 만든 리소토를 먹어 본 한국 사람들은 경약한다. 심지어는 설익었다고 항의하는 아시아계 손님도 있는 모양. 차마 한국인이라고는...[3] 물론 한국인들은 알 덴테에 익숙지 않고 특히 설익은 밥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한국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따로 알 덴테로 주문하지 않는 한은 속까지 익혀서 나온다. 일부 정통 방식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라 하더라도 손님한테 "기본은 알 덴테인데 괜찮습니까?" 하고 물어볼 확률이 높다.
스페인의 유명한 쌀요리인 파에야는 리소토와 차이가 큰 요리지만 생쌀을 볶아서 만드는 부분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