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ers and Mash.
영국의 펍 푸드 중 하나로 영국 펍에 가면 반드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소시지 앤드 매시라고도 한다[1]. 영국은 물론 영연방 국가에 속하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그리고 영국 옆동네인 아일랜드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주로 뱅어스 앤드 매시로 알려져 있는데, 막상 영국에 가 보면 '뱅거스'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런던 히드로공항에 있는 펍에서 "이거 어떻게 읽는 거예요?" 하고 물어봤을 때 들은 대답이기도 하지만 뱅어스라고 하는 사람도 뱅거스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뭐가 딱 정답은 아니다.
이 음식의 정체는 말 그대로 소시지 앤드 매시, 즉 소시지와 매시드 포테이토, 그러니까 으깬 감자다. 그릇에 매시드 포테이토를 깔아주고 구운 소시지를 올려 놓는다. 여기에 그레이비 소스를 뿌리면 끝. 그레이비 소스에 양파를 캐러멜라이즈한 그레이비 어니언을 쓰면 더욱 좋다. 추가로 머쉬 피, 즉 걸쭉하게 으깬 완두콩이나 그냥 삶은 완두콩을 올리기도 하고, 베이크드 빈을 올리기도 한다. 펍에서 인기가 높은 음식으로 즉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자 안주다. 당연한 얘기인 게, 소시지와 감자 모두 맥주와 잘 어울리는데 이 두 가지를 합친 게 안 어울릴 리가 없다.
이놈이 왜 이름이 '뱅거스' 앤드 매시가 되었느냐... 하면 나름대로 힘들었던 시절의 애환이 있다. 뱅거, 란 bang+er, 즉 빵 터지는 놈이라는 뜻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을 때 먹을 게 정말로 부족했던 영국에서는 소시지를 만들 때 양을 늘리기 위해서 고기 반죽에 물을 많이 섞었는데, 이 녀석을 익히면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가 되어 케이싱 안에서 엄청나게 부풀다가 펑 하고 터지는 일이 많았다.[2] 그래서 '뱅거'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고, 여기에 매시드 포테이토를 곁들여서 뱅거스 앤드 매시가 되었다.[3]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가난한 시절에는 먹을 게 없다 보니 포만감이라도 주기 위해 물배를 채웠는데 영국도 전쟁 때는 그랬다. 힘들었던 시절의 이름이라서 그런지, 혹은 저질 소시지를 쓰던 시절의 이름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이름을 안 쓰고 그냥 소시지 앤드 매시라고 하는 펍도 많다.
먹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가장 널리 먹는 방법은 소시지를 한입 크기로 썰은 다음 매시드 포테이토와 그레이비 소스를 듬뿍 찍어서 먹는 것. 소시지와 감자끼리의 궁합이 상당히 잘 어울리는 데다가 적당히 전분도 많고 부드러우면서도 뻑뻑한 느낌이 있어서 맥주가 아주 잘 들어간다. 살도 팍팍 찐다.
각주
- ↑ BBC에서도 소시지 앤드 매시로 소개하고 있다.
- ↑ 당면 순대도 그냥 물에 삶으면 당면이 너무 불어서 옆구리가 터지는 참사가 일어난다. 약하게 수증기로 쪄야 안 터진다.
영국인들은 모르는 생활의 지혜 - ↑ "Why ARE sausages called bangers? And what on earth's Caesar got to do with salad? The fascinating origins of our favourite dishes", Daily Mail, 6 September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