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뼈를 고은 국물에 돼지의 여러 가지 내장 삶은 것과 순대 몇 조각을 넣어서 끓인 국. 서민들이 저렴하게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 가운데 하나로 식사로, 술안주로 예나 지금이나 인기는 변함 없다. 진득하고 텁텁한 맛 때문에 애주가라면 소주 한 잔 생각이 저절로 나게 되는 마법의 국이기도 하고, 주당들은 보통 2차 3차를 지나서 거의 끝나갈 때쯤에 해장 겸 마무리 겸으로 순댓국집을 찾는다. 그래서인지 밤늦게까지 혹은 24시간 영업하는 순댓국집들이 많다. 소 사골보다는 돼지뼈가 싼 편이라서 설렁탕에 비해 가격대가 2~3천 원 정도는 저렴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는 7, 8천 원이 넘어가는 순댓국도 슬슬 늘어나는지라 수입 소뼈를 쓴 설렁탕과 비교한다면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깔끔한 맛을 위해 소 사골을 섞어서 쓰는 곳도 있다.
사실 순대는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순대는 거들뿐... 감자탕에 감자가 맛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과[1] 마찬가지다. 순대는 오래 끓이면 안의 내용물이 대부분 빠져나오면서 모양이 망가지기 때문에 조리할 때 마지막에 넣고 한소금 끓이는 정도가 다라서, 맛이 우러나올 시간도 없다. 어차피 대부분 순대는 속재료가 당면이나 찹쌀에 약간의 돼지피 정도니 뭐 우러나올 맛도 별로 없지만... 국물 낼 때 쓰는 뼈와 내장, 그리고 이들의 누린내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맛의 비결이다. 정말 잘 하는 집은 기기 막히게 누린내를 잘 잡는데 이게 돼지뼈 국물 맞나 싶을 정도다. 일부 체인점 순댓국 중에는 정말로 국물은 소 사골을 쓰거나 돼지뼈와 소뼈를 섞어서 누린내가 안 나도록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입맛은 다양한지라, 너무 깔끔한 국물은 순댓국 같지 않다면서 돼지 냄새가 조금은 있는 편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주문할 때 순대만, 내장만, 섞어서로 받는 곳이 많다. 취향에 따라 또는 비위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국물 베이스는 같으므로 돼지뼈 국물이 가진 누린내는 기본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 누린내에는 재료의 신선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수입 냉동 재료를 쓴 순댓국은 누린내가 정말 장난 아니다. 이를 숨기기 위해서 매운양념과 들깨, 조미료를 많이 투척하게 되고, 결국 대체 뭘 먹고 있는지 그 정체조차 모르게 된다. 반면 신선한 좋은 재료로 잘 만드는 곳은 굳이 양념장 안 풀고 하얀 국물 상태로 먹어도 맛이 깔끔하다. 모든 요리의 기본은 재료의 질이지만 재료에 따라 정말로 극과 극을 달리는 게 순댓국이다.
돼지뼈 국물을 베이스로 한다는 점에서는 부산의 돼지국밥과 비슷하지만 돼지국밥은 내장 대신 얇게 썬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가는 게 기본이다. 돼지판 설렁탕이라고 보면 딱. 돼지국밥도 워낙에 종류가 많아서 내장이나 순대를 넣어주는 곳이 많지만 기본은 돼지 사골 국물 + 삶은 돼지고기다.
항상 새우젓과 들깨가루, 매운양념(다대기)이 비치되어 있다. 간은 새우젓으로 맞추는데 이미 간이 어느 정도 되어서 나오는 음식점도 많으므로 먼저 맛을 보고 간을 하자. 그리고 취향껏 들깨를 넣는다. 누린내가 싫은 사람은 좀 많이 넣는 편이고, 원래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안 넣는 사람도 많다. 매운양념도 역시 취향 따라 넣으면 된다. 아예 매운양념과 들깨를 잔뜩 집어넣어서 내는 순댓국집도 있는데 재료의 질을 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들깨가루는 이빨에 꽤나 잘 들러붙으므로 먹은 후에는 양치질을 하거나 입 안을 헹궈주는 게 좋다.
'순대-국'은 사이시옷이 들어가서 순댓국이 되는데, '순대-국밥'은 사이시옷이 안 들어가서 그냥 순대국밥이 된다. 사이시옷은 뒤에 오는 초성이 된소리가 될 때 들어가는 건데, 순대국은 '순대꾹'으로 발음되므로 사이시옷이 들어가지만 순대국밥은 그냥 '순대-국밥'으로 끊어서 발음하기 때문에 사이시옷이 안 들어간다.
순댓국 전문점에 가면 높은 확률로 술국이 메뉴에 들어 있다. 가격은 식사용 순댓국 2~3인분 정도 가격으로 비싸며 밥을 주지 않는 대신 건더기를 푸짐하게 넣어서 안주로 먹을 수 있는 국이다.
밥 대신 라면사리를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돈코츠라멘?